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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대드 Jul 01. 2024

당근거래의 이유 : 아들과 캐치볼

[아들과 나]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복귀부터 심상치 않더니 6/6~6/9 연휴 동안의 야구표를 구하기가 임영웅티켓팅만큼 어렵다.

당근에 웃돈 얹어 파는 암표들 몽땅 망해라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알림을 설정해 뒀다. 아빠는 쉬는 날 뭐라도 해야 한다. 티빙 중계로는 성이 안 차고, 3시간의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중계방송은 자리를 뜨면 그만이다.


요즘 아들은 학원을 마치고 해가 살짝이라도 남아있으면 캐치볼을 원한다.

매일 캐치볼 하기 좋은 날이다.

그늘 아래면 시원하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날씨가 계속된다.

좋지만, 좋지만은 않다.

선크림을 바르고 발목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를 동여맨다.

늙고 연골 없는 아빠는 십 대 아들의 활동량을 감당할 수 없다.

어느덧 활동량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힘도 엄청나다.

테니스공과 지난 직관 때 파울볼 잡은 공인구도 챙긴다.

당근에서 3,000원 내외에 살 수 있던 초등학생 글러브는 시세가 제법 올랐다. 미리 사둔 1년 전의 나 자신 칭찬해 본다.


테니스공은 가벼워서 위험성이 적다.

하지만 무게감이 적고 탄성이 좋아서 글러브 캐치하다 튀어나가기 쉽다.

야구 공인구는 무겁고 실밥도 있어서 던지고 잡기 용이하지만 무게가 나가고 딱딱해서 부상의 위험이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테니스공으로 하던 캐치볼에서 점점 야구공 캐치볼로 바뀌어간다.

야구공은 맞으면 다칠까 걱정하던 마음에서 글러브에 포구되는 경쾌한 소리와 실밥이 채지며 날아가는 손맛에 테니스공은 애들 장난 같게 느껴질 게다.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던 아들의 송구가 제법 직선에 가깝게 변하고 10m 거리 송구에서 머뭇거리더니 이젠 빨랫줄처럼 쭉 뻗는다.

점프캐치하거나 역동적으로 잡는 포구도 자연스러워졌다.

나이스 쌍따봉을 날리며 1시간 훌쩍 지난다.


매끈하던 백구(白球)는 검은 점박이가 다 되고, 인쇄된 로고도 반쯤 지워졌다.

새 공을 마련해야겠다.

직관의 이유. 파울볼, 홈런볼을 잡으러 가보자.

네이버 최저가 7,900원, 당근 3,000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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