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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대드 9시간전

로봇드림 : '아름다운 이별' 아들에게 설명하기

11살이 된 아들 침대에는 갓난아기때부터 쓰던 애착 이불과 인형이 가득하다. 

애착이불과 애착인형들과 이별하지 못한 탓이다.

자유의지로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의 존재를 이해시키기 싫은 탓인지

아직까지 아들은 이별을 지연시켜 불안과 슬픔을 유예하고 있다.

물론, 아들의 완벽한 독립을 위해 작은 것들과의 헤어짐을 직면하지만

‘이별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 아니다.

WHY시리즈 ’이별’, ‘죽음’ 등이 출간되면 공전의 히트일텐데…


사실 아들은 8살때부터 아빠의 죽음과 이별을 떠올리거나 꿈꾸며 내 품으로 뛰어들어와 한참을 울곤했다. 두려움의 실체는 알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 속에 틈입하며 아들은 꽤나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꼭 안아주는 것과 '지금 우리가 같이 있음'을 통해서 벌어지지 않은 개념으로 두려워하는 아들을 위로해왔더랬다.

애니메이션 “로봇드림”은 이별에 대한 영화이다.�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소수자의 차별없는 관계와 시선에 대한 의견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뉴욕 쌍둥이 빌딩이 반복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자연스레 911로 예기치 못한 이별한 우리들 이야기의 인장도 깊다.

대사가 없는 이 영화는 아름답고 가슴떨리는 만남의 순간을 음악과 인물들의 태도와 제스쳐, 제한된 표정으로 잘 설득해낸다. 

100여분의 영화를 호기심어리게 보던 아들은 영화의 종반부 뉴욕 어떤 건물 옥상에서 울리던  ’SEPTEMBER’ 장면에서 내게 기대어 눈물을 울기 시작했다. 


영화를 안 본 분들을 위해 이 영화와 장면을 간단하게 설명을 보태본다. 

영화는 주인공 도그와 뉴욕 맨하탄에서 외롭게 살고 있다. 그러다 본인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 로봇을 주문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본인의 실수로 해변에 로봇을 두고와 로봇을 1년 후에 다시 찾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일찍 로봇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결국 로봇은 피치못할 사건을 통해 다른 주인과 살아가는 상황이 된다. 새로운 삶을 살던 로봇은 자신이 살던 건물 아래 지나가던 도그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 영화 속에서 비지스의 'september'가 흘러나온다. 


누워있는 상태로 1년을 버틴 로봇의 꿈들은 애써 이해할 수 있다손쳐도 왜 그 마지막 순간에 로봇은 도그에게 달려가지 않았는지 왜 그 네 명은 같이 사는 선택을 하지 않는지 영화관을 나온 아들은 내게 묻고 또 물었다.


선뜻 답할 수 없었다.

내 뜻과 다른 이별 -  나은 미래를 위한 이별 -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이별

때론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이런 것을 어찌 명쾌하게 설명해낼 수 있겠는가.


넷이 함께 사는 걸 그 넷 중 일부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아들은 그럼 일단 그렇게 하는 건 어떤지 물어보면 좋겠다 했다.

그것조차 하지 못한 이별이 못내 서러웠나보다.

(라라랜드처럼)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기에 추억만으로 충분하고

서로의 흔적을 마주한 순간 그때의 순간이 떠오르지만 같이살 수 없다는 걸 아는 도그와 로봇일 거라도 얘기해주었다.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 (여전히 애착인형, 이불이 있지만) 아들이 떠나보낸 장난감과 버린 책들을 예시로 이야기해주었다.(토이스토리 3편을 보여줘야지) 방탄으로 시작한 아들의 아이돌 사랑이 세븐틴으로 천착한 상황도 이야기 해주었다. 최애가 바뀌었을 뿐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


마지막으로는 911을 은유한, 그러니까 로봇은 희생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하지 않고, 하늘에 있으며 절대 도그를 다시 만나러 가지 못한다는… 

힘들겠지만 아들은 마지막 설명이 가장 이해가 쉬웠던 것 같다.


수많은 이별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이별은 인생의 난제이다.

특히 그대로 두고 부득이한 헤어짐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막닥드리기도 무섭지만, 이유와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로봇 드림을 보면서 아들에게 이별을 마주하는 과정을 조금은 경험한 것 같다.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어떤 사람은 평생을 해당 추억을 재료로 살아갈 수도 있다. 낄낄거리는 제 멋대로의 추억마저도 생 전체를 추동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새로운 만남보다 이별을 준비하는 게 익숙해진 아빠를 아들은 언제쯤 이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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