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미러 시즌4, 악어'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미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는 남자 친구 롭(앤드류 가워 분)과 함께 술을 마시고 그의 차에 탔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를 쳐 숨지게 한다. 경찰에 신고하자는 미아의 의견을 무시하고 롭은 아이를 깊은 물속에 던져 유기한다.
그로부터 수년 후 미아는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는 건축가가 되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위치에 올랐고, 다정다감한 남편과 9살 난 아들을 함께 키우며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종종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물속에 던진 아이의 시신처럼 그렇게 과거는 묻힐 줄 알았다.
어느 날, 잊고 살던 옛 남자 친구 롭이 찾아왔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싶다며 아이의 부모에게 진실을 털어놓자고 한다. 미아는 거절한다. 자신이 이룬 사회적 지위와 성공, 그리고 가정을 빼앗기기 싫었기 때문이다.
옥신각신하던 끝에 미아는 우발적으로 남자 친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당황한 미아는 혹시 누가 이 광경을 목격하지는 않았을지 호텔 창문을 살피다가 우연히 피자 트럭이 누군가와 부딪히는 상황을 목격한다.
곧 침착함을 되찾은 미아는 완전범죄를 위해 상황을 조작한다.
알리바이를 세우기 위해 룸서비스를 부르고, TV를 틀어 포르노 시청 기록을 남기고, 남자 친구의 시신을 차에 싣고 아이를 유기한 장소로 가서 남자 친구의 시신도 유기한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진실은 더욱 깊이 묻히는 듯했다.
샤치아(키란 소니아 사와르 분)는 보험사건을 조사하는 보험수사관이다. 보험수사관들은 '리콜러'라는 기계를 통해 사람의 뇌에 숨겨진 기록들을 영상을 통해 확인한다.
샤치아는 간밤에 피자 트럭에 부딪힌 사람의 보상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사건을 목격한 여러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뇌에 담긴 기록들을 살피던 중 마지막 목격자가 미아임을 발견한다. 미아를 찾아간 샤치아.
리콜러의 존재를 아는 미아는 최대한 침착하게 자신이 목격한 피자 트럭 사고 정황만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룸서비스를 시켰고, 포르노를 봤던 당시 상황에 집중하려고 하는 순간, 미아는 죄책감에 휩싸이면서 남자 친구를 살해한 것과 과거 어린아이를 차로 치어 유기한 것 까지 모조리 기억하게 된다.
아무것도 못 본 척 태연하게 자리를 뜨려던 샤치아.
그러나 미아는 무엇인가 불안한 낌새를 차리고 황급히 도망가려던 샤치아를 추격해 납치 감금한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나의 과거를 안 이상
살려둘 수 없어요.
당신이 여기 온 걸 또 누가 알아요?
아니에요. 아무도 몰라요. 제발 살려줘요.
샤치아의 뇌에 리콜러를 연결한 미아는 샤치아가 남편에게 미아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 장면을 확인한다. 샤치아를 살해하는 미아.
미아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샤치아의 집을 찾아가 그의 남편을 죽인다. 그리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샤치아의 젖먹이 아이가 침대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샤치아의 집에 출동한 경찰은 잔혹하게 살해된 남자와 아기의 시신을 발견한다.
세상에...
어떤 인간이 아기를 죽이지?
이 아기는 앞도 못 보는데 말이야...
경찰은 주위를 둘러본다. 기니피그 한 마리를 발견한다. 기니피그의 머리에 리콜러를 설치하는 경찰들.
모두를 살해한 미아는 아들의 크리스마스 공연장에 있다. 눈물을 흘리며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경청한다.
우린 원하는 건 뭐든지 될 수 있어
너는 기억될 거야
네가 말하고 행동한 대로...
그때 경찰이 공연장으로 들이닥친다.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크든 작든, 선의든 악의든 무엇이 진실인지 스스로는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거짓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인간 중심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왜곡(distortion)과 부인(denial)'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람이 자기 스스로의 자아가 아닌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요구받는 자아를 만들어 거짓된 삶을 사는 것. 자신의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현실을 왜곡(distortion)하는 것이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뿌리라고 설명했다. 이 거짓말이 들통났을 경우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죄를 구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왜곡이 심하고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왜곡을 부인(denial)하고 또 다른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영화 '악어(Crocodile)'를 만든 존 힐코트 감독은 "미아는 선의가 있는 여성이었다. 상황적 압박으로 큰 실수를 범하고, 이후에도 잘못된 선택을 하지만 그 연쇄작용을 스스로 끊을 수도 있었다. 작은 선택들의 연속이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지는 걸 표현하려 했다. 참 비극적인데 이게 우리 인류의 현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인류의 비극은 이런 잘못된 선택이 점진적으로 이어져 스스로 인간성의 상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거짓말에 대한 몇 개의 명언을 남긴다.
거짓말은 눈덩이와 같다.
오래 굴릴수록 커진다.
- 마틴 루터
거짓말이 달아준 날개로
당신은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 파울로 코엘료
거짓말쟁이에 대한 최대의 형벌은
타인이 그를 믿지 못한다는 점 보다
그 자신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는 점에 있다.
- 버나드 쇼
아무리 작은 거짓말이라도
가만히 내버려두면
지옥의 불길처럼
사나운 기세로 커진다.
-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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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매거진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충실하게 전함으로써 영화를 보았거나 혹은 보지 못한 이들에게 '읽는 영화'로서의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그 영화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주는 사회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는 허구적 상상력의 집약체이지만, 그 허구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그 상상력도 인간의 심리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영화가 바라보고 있는 나름의 현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되짚어보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때로는 묵직한 울림을 주기도 하고, 흥미로운 통찰과 관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읽으며,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를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