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10월부터 12월까지 <우리가 살 수도 있었던 집의 모양들> 이란 기록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지원했던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속한 팀의 이름은 69번지 102호입니다. 필름으로 성북구 내의 집들을 찍어서 엽서를 만들고, 집에 관한 3가지 인터뷰, 6가지 이야기, 9개의 기사를 엮은 소책자를 만들었습니다.
◆ 팀 소개
<69번지 102호>
우리는 지난 6년간 성북구에서 주거를 위해 분투한 경험이 있다. 성북구에서만 네 군데의 집을 거쳐왔고, 3평 원룸, 6평 오피스텔, 반지하 빌라에서 1층 투룸 다가구주택에까지. 보일러가 터지고, 변기가 역류하고, 집주인과 머리채를 잡고, 게다가 고양이 한 마리도 함께, 집을 구하기 위한 조건들을 따져가며 살아왔다. 여러 집을 전전했던 우리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성북의 집을 기록해보자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팀명 69번지 102호는 팀의 구성원이 동거하는 공간의 현주소이다.
◆ 프로젝트 소개
<우리가 살 수도 있었던 집의 모양들>
‘살 수도 있었다’는 말에는 집을 ‘삶을 영위하는 장소’와 ‘매매 가능한 자산’으로 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의 관심은 성북구 안에서 거주할 수 있는 집들을 아카이빙 하는 것이었고, 주택들의 외형을 필름 사진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삼선동을 갔을 때, 삼선동은 제5구역과 제6구역으로 나뉘어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되었다. 제5구역의 집들은 모두 이주를 완료하여 공가가 되어 있었고, 쇠파이프와 천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집의 창문은 모두 깨져 있거나 열려 있었고, 부서진 문 사이로 집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들이 내장처럼 흘러나와 있었다.
"신기해. 우리가 저기 살 수도 있었는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새에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집은 부서질 일을 앞두고 있다.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가졌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고, 모든 집과 이야기가 사라진다 라는 문장이 머리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