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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Mar 08. 2024

돈...


언젠가 호기심으로 보았던 사주풀이에서 큰아이의 사주에는 돈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얼마나 부자가 되려고 사주에 돈밖에 없다고 하나 하며 웃어넘겼었다. 그런데 정말 사주라는게 맞는건지, 아이가 성인이 되고 스스로 돈벌이를 하면서부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말이 자꾸 떠올랐다.


아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돈이다. 그래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도 돈이 우선이다. 나 역시도 돈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뭔가를 결정할 때 돈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다만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는 돈을 쫓는다면 나는 돈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외벌이 아버지의 박봉으로 여섯식구의 살림을 꾸리셨던 엄마는 늘 쪼들려 사셨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외상으로 사와(주로 나를 시키셨다) 저녁상을 차리고, 밤마다 가계부를 펼쳐놓고 한숨 쉬시던 엄마의 어두운 표정에서 우리집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성실한 아버지와 알뜰한 엄마 덕분에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우리집의 모습보다 우리는 체감상 훨씬 가난하게 느끼며 살았다.


알뜰함과 절약이 몸에 밴 엄마에게서 나는 돈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잘 쓰는게 더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자라면서 보고 배운 건 절약하는 법, 즉 어떻게 하면 돈을 덜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늘 싼 물건만 찾고, 시장에서 몇백원을 깎으려고 실랑이하시는 엄마가 싫었으면서도 그런 엄마의 궁상을 나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물건을 살 때면 제일 먼저 가격표부터 확인하게 된다. 번번히 '싼 게 비지떡'을 확인하고 후회를 하면서도 그 다음에도 또다시 값이 싼 쪽으로 손이 간다.


아이들에게는 돈을 아끼는 것만큼이나 써야할 때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학습된 궁상은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살림 역시 그리 풍족한 편은 아니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후하게 들어줄 수 없었다. 게다가 나름의 경제교육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돈이 필요하다고 할때 깐깐하게 용도를 따졌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늘 인색한 엄마로 인식되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아이의 돈에 대한 집착(?)이 더 커진 것 같다.


첫째가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대학 4년 내내 힘들게 한 이유가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였단다. 아이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엄마에게 돈 달라고 하기 치사해서 스스로 돈을 벌었단다. 나는 그 말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겠다는 기특한 생각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는 돈에 대한 내 태도를 교육의 의미보다 그저 궁핍과 인색함으로만 느낀 것 같아 씁쓸했다.


첫째의 직업은 안정적이지가 않다. 직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몇달간의 공백이 생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공백이 좀 길어지고 있다. 일을 할 때, 정확하게는 돈을 벌 때 목소리가 커지고 힘이 나는 아이는 요즘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저런 일들을 권해 보지만, 아이는 돈 버는 일 말고는 어떤 것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듯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돈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려고 하는 것이 부모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인데도, 나 때문에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되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인생을 사는 건 아닐지 염려가 된다. 더불어 내가 좀더 여유있는 부모였더라면 아이가 훨씬 더 세상을 즐겁게 살지 않았을까 자책하게 된다.


© jpvalery, 출처 Unsplash


돈... 돈... 돈... 쫓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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