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쓴 지 3년이 흘렀습니다.
PD를 준비한답시고 글재주가 없었던 손으로 아등바등 글을 썼습니다.
그 사이 조연출로 입사를 하고 시간이 흘러 입봉을 하고 PD가 되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글은 계속 쓰지 못했습니다.
더욱 부끄럽게도 글쓰기가 멈춘 시점은 입사 때였습니다.
마치 시험과 취업의 수단이 됐던 글쓰기가 그 생명을 다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의 글쓰기에 그런 목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시험보다는 저를 위한 공간, 제 솔직함을 연습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소년이었습니다.
남들이 제 글을 읽는 것이 꺼림칙했습니다.
제 미숙한 생각과 얕은 마음을 들키는 게 부끄러웠고
저를 들여다보려는 타인의 시선이 불편했습니다.
그렇기에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험용 작문보다 덜 꾸며도 되었고
제 밑바닥을 은근히 보여줄 수 있는 용기도 살짝 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글에 대한 사려 깊은 관심들이 고마웠습니다.
특히 지인이 아닌 익명의 누군가가 긴 댓글을 달아주면 마음 한구석이 벅차올랐습니다.
용기를 쥐어짜 건넨 한 마디에 누군가가 따듯하게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았고
평가는 받기 싫지만 관심은 받고 싶은 제 어린 마음을 안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입사 후에도 브런치에서 남겨진 댓글들을 돌아와서 읽고는 했습니다.
마음이 위태로운 시절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었습니다.
입사 후에도 계속 글을 쓰겠다고 남겼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바쁘다는 이유였지만 돌아보니 핑계로 남아 있습니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는 메아리만 가끔 울려 퍼지다 이내 사라졌습니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다시 글을 남겨 볼까 합니다.
(제 기준에서) 최대한 검열하지 않고 솔직하게.
몇몇 지인에게만 알려줬던 브런치 계정은 지금은 익명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또다시 모르는 누군가가 제 글을 읽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초조한 마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와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보다 먼저 손을 건네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혹은 솔직하게 글을 쓰고 기다려볼까 합니다.
누군가 지나가다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준다면 또다시 벅찰 것 같습니다.
비록 첫인사가 조금은 어색할지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