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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Sep 28. 2021

“튀기면 0에서 1로 이동”, 고로케..

섭씨 170도의 세상을 만난 우유가 말하는 캬라멜맛 이야기

많이 간소해졌지만 명절에는 평소보다 먹거리가 조금은 넘친다. 예전에는 그런 명절 음식들에 갖가지 심폐소생술 신공을 더해 며칠씩 먹기도 했다. 나물 볶음밥, 전 찌개, 잡채 만두 같은 메뉴가 그렇게 등장한 것들이다. 


명절 음식은 아니지만, 고로케(croquette)에는 우리의 잡채 만두 같은 모습이 있다. 고로케가 원래 19세기 프랑스의 경제적 불황기에 남은 고기와 음식들을 맛있게 재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로케는 다진 고기나 채소를 감자로 싼 뒤 튀긴 음식이다. 그런데, 고로케가 등장하던 당시의 감자 품종은 지금의 감자와는 식감과 맛이 크게 달라서 아마도 튀겨야 어느 정도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었던 듯하다. 


“튀기면 **도 맛있다.”는 말처럼 프렌치프라이 감자튀김이나 고로케의 등장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튀겨낸 맛은 ‘crunchy 함 = 아삭함, 오독오독함’에 겉바속촉의 부드러움과 촉촉함, 제6의 맛이라고 불리는 oily 한 기름진 맛들이 어우러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그런 맛은 ‘구움’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맛이다.

대전 성심당의 우유고로게..우유에 콘플레이크를 듬뿍 넣은 것 같다는 데 내 입맛에는 맛난 캬라멜 라테같은 느낌..허기와 당충전을 한번에 해결해줍니다.  

고로케는 크게 감자를 기반으로 한 정통 원조 문파와 버터와 밀가루에 우유를 혼합하는 베사멜(Bechamel) 소스를 활용하는 베샤멜 문파로 나뉜다고 한다. 한국의 고로케는 양대 문파가 다 강세이지만 버터와 밀가루에 우유를 더한 베샤멜 문파 쪽도 꽤 힘을 받고 있는 듯하다. 


베샤멜 문파 쪽에서의 진수는 아예 베샤멜소스 자체를 응고시켜 옷을 입힌 뒤 튀겨내는 ‘우유 고로케’일 듯하다. 마치 눅진한 크림 파스타 소스를 덩어리로 만들고 빵가루 옷을 입혀 170도 고온의 기름으로 순식간에 튀겨낸 맛이라고 할까? 우와~ 달달함이 캬라멜처럼 강해진 우유맛에 아예 ‘라테 고로케’라는 별칭이 붙여질 만도 하다. 아니 ‘캬라멜 라테 고로케’가 맞을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이 이미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일을 하면 세상은 1에서 n으로 바뀌고 익숙한 것이 더 많이 추가된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할 때 0에서 1로 이동한다.”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한 혁신 투자자의 명언이 있다.


18세기 유럽을 휩쓸던 가난과 허기 속에서도 감자를 악마의 과일이라고 배척하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는 감자를 튀겼고 고로케를 만들어냈다. 태양의 왕으로 불렸던 절대 권력 루이 14세의 식탁을 위해 태어났던 베샤멜소스였지만, 누군가는 그 소스를 튀겼다. 오래 전의 일들이지만 전부 다 새로운 일들이었고 그런 일들로 세상은 0에서 1로 이동했다.


이제 2021년이다. 세상의 모습은 또 크게 변하고 있다. 먹거리 자체도 변화하고 먹거리에 대한 생각과 행동방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이럴 땐 무엇을 튀겨야 봐야 하나?”하는 생각과 시도들이 빠르게 실행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아무튼, 누구가가 무언가를 잘 튀겨내면 세상은 또 한 번 0에서 1로 이동할 듯하다. 고로케, 고로케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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