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함이고 솔루션이다.
예전에 내게 샌드위치란 잘 준비된 세미나에 가게 되면 먹을 수 있던 간편한 공짜(?) 식사. 그리고, 가끔은 KTX로 다니던 출장 때 끼니 시간이 잘 맞지 않을 때 즐기던 대안 식사. 그때는 그랬다.
주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샌드위치에서 ‘시간’을 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바쁘기로 세상에서 제일인 사람들의 일상에서 샌드위치는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하루 3억 개의 샌드위치가 소비된다고 하고, 그런 전국민적인 샌드위치 사랑에 부와 지위는 큰 관련이 없는 듯하다.
세계 5위의 부자이지만 가진 부에 비해 소박·소탈한 삶으로 유명한 투자 귀재 워렌 버핏의 샌드위치 사랑은 유명하다. 그의 최애 샌드위치는 햄 샌드위치이며, 그는 “햄 샌드위치가 경영해도 코카콜라는 굴러갈 것”이라는 투자계의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세계 부자 순위 4위 빌 게이츠도 샌드위치 마니아라고 한다. 그의 최애 샌드위치는 치즈버거로 누굴 만나든 점심 메뉴는 치즈버거라고 한다. (물론, 버거와 샌드위치는 분명 같은 듯 다른 점도 있다.) 암튼, 2017년에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가진 채팅 문답에서도 사람들은 빌 게이츠에게 샌드위치에 관한 질문을 두 가지나 물었다.
Q. 빌 게이츠는 무슨 샌드위치를 주로 먹나?
“치즈버거, 치즈버거, 치즈버거”
Q. 핫도그는 샌드위치인가?
“좋은 질문이다. 번(bun) 빵이 없다면 절대로 샌드위치가 아니다. 핫도그를 잘라 조각을 내서 일반적인 빵조각 위에 올리면 샌드위치가 된다. 핫도그 번빵을 사용한다면 불분명하다.”
이렇게 보면 샌드위치의 원조국은 미국일 것 같은 데, 놀랍게도 샌드위치의 시작점은 원래 1700년대 영국이었다고 한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쁜 몬태규家의 귀족들을 위한 세상에 등장한 레시피였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 대한 說과 해석은 여러 버전이 있지만, 샌드위치가 시간이 없는 바쁜 사람을 위해 태어났다는 점은 같다.
그렇게 탄생했던 샌드위치는 각 지역마다 필링이 다르고 샌드위치의 개념도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이제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관통하는 점은 기본 재료에 충실하고 너무 화려하지 않게 라는 철학과 그리고 빠르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고단함을 넘고자 하는 더 나은 삶을 향한 갈망 그런 것들일 듯하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속에서 뉴요커들이 즐겼던 루벤 샌드위치에서부터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이탈리안 샌드위치, 가난한 노동자들의 점심으로 태어났던 루이지애나 포 보이 샌드위치. 사탕수수밭과 담배농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태어난 쿠바 샌드위치, 탄광 광부들의 온기 있는 한 끼로 태어난 프랑스의 크로크 무슈(Croque Monsieur)까지 샌드위치 같은 우리의 삶이 그 안에 다 담겨있는 듯하다.
지금 내게 샌드위치란 코로나19 초기 남도의 구석구석을 찾아 여행할 때 나와 가족을 지켜준 안전한 한 끼였고, Zoom으로 일과 사람을 대면하는 날의 연속에서 집콕·재택 삼시 세 끼의 수고와 지루함을 덜어준 솔루션이다. 예전의 바쁘고 시간이 부족했던 때와는 다른 도움을 받는 셈이다.
얼마 전 백신 접종을 잘 마쳤다. 위드 코로나 이야기도 들린다. 내년쯤 아니면 내후년쯤에는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걸까? 그러면 좋겠지만, 지금은 가을 햇볕을 우선 즐겨야겠다. 가을은 늘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