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푸드테크② 외식 통신사 윤승진>
반복되는 ‘타도 스타벅스 브랜드’의 몰락
6월 29일, 루이싱 커피의 나스닥 거래가 중단되고, 상장폐지가 확정됐습니다. 2018년 1월 브랜드 론칭 후 반년 만에 500개 매장 개설, 1년 만에 기업가치 1조가 넘는 커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고, 2019년 말에는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매장 수보다 더 많은 4900여 개의 매장을 개설했지만 회계 부정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조 원의 피해를 남긴 채 나스닥에서 퇴출된 것입니다. 나스닥에서 퇴출되며 생긴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회생하기는 힘들 거라 예측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커피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아성에 도전했던 수많은 브랜드들의 결말이 좋지 못한 사례는 루이씽 커피 외에도 있습니다. 2014년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였던 카페베네는 중국 시장에서 타도 스타벅스를 외치며 한때는 매장 수를 600개까지 빠르게 늘렸지만 끝내 본사 직원의 임금까지 체불하고 책임자는 야반도주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중국 커피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도전은 주기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지속되지만 한국, 중국 브랜드의 국적과 관계없이 번번이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매력적인 커피 시장,
성장에만 치중하는 전략
중국의 커피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그리고 꾸준하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입니다. 중상 산업연구원의 리서치에 따르면 연간 인당 커피 소비량은 2013년의 3.2잔에서 2018년의 6.2잔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였지만. 353잔의 한국, 132잔의 세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도시고, 루이싱커피는 3년 만에 4천 개 매장을 오픈했지만 이는 커피가 대중화된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아직 개발되지 않은 2선, 3선 내륙도시의 가능성 때문입니다. 또한 소비량뿐만 아니라, 로스팅, 추출방법, 원두 품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 소비자의 취향도 다양화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본이 집중되게 되고, 시장의 크기만을 생각하며 성공의 단꿈에 취해 수많은 브랜드와 고급 인재의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루이씽 커피 또한 시장의 가능성을 배경으로 천억 단위의 차이나머니가 공격적으로 투입되어 몸집을 불리는 사업전략으로 도전했지만. 결국 3천8백억의 매출 부풀리기라는 회계 부정 스캔들로 시장에서 퇴출되게 되었죠. 루이씽 커피의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결국 이러한 방향 설정은 필패를 남긴다는 것입니다. 중국 브랜드라고 해서 중국 소비자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자본이 많이 투입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반대로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시장에 도전하고자 하는 한국 브랜드에게도 기회는 얼마든 열려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디지털은 거들뿐 외식 브랜드의 본질은 될 수 없다.
루이씽커피는 잘못된 방향 설정으로 결국 스스로 무너졌지만 그들이 외식업계에서 선보인 새로운 혁신과 도전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루이씽 커피는 등장에서부터 시장의 판도를 바꿀 무기로 디지털을 통한 혁신을 내세웠습니다. 자신들의 업의 정체성을 F&B가 아닌 IT업이라고 정의 내리고 개발자를 위주로 본사 인원을 늘려갔습니다. 또한 주문과 결제를 무조건 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소비자에게 강요했고, 그렇게 확보한 고객 데이터의 활용을 할인 쿠폰을 뿌려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 정도로만 활용했습니다. 플랫폼의 관점에서 접근해서 고객이 배달 주문을 하는 어떠한 곳에서든 커피가 식기 전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워 처음엔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지만, 더 뛰어난 기술력과 자본의 배달 플랫폼이 경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을 때 이내 기술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가치와 철학이 부족했던 루이씽 커피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며 소멸했습니다. 결국 그들의 혁신이 실패로 끝난 원인은 디지털을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오용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음료시장, 사랑받는 브랜드는 분명 다르다.
커피 브랜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스타벅스를 위협할 거라고 감히 예측되는 중국 토종 차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희차입니다. 루이씽커피의 회계 부정 사건이 이슈가 된 시기, 희차의 가격 인상이 중국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습니다. 2020년 4월 3일 희차의 다수 제품의 가격이 2위안(360원) 가량 상승되어 30위안 음료의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스타벅스의 음료 가격대와 맞먹는 것인데 커피, 차 브랜드에서는 보기 드문 프리미엄 브랜드를 희차가 지향했던 것입니다.
희차의 전략은 저가 프로모션, 배달 중심이었던 루이씽 커피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제품의 질과 브랜드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젊은 층을 공략했습니다. 스타벅스와 희차의 원가구조를 비교해보면 스타벅스는 16%에 불과한 반면, 희차의 원가구조는 40%로 차의 질에 가치를 두었습니다. 또한 희차는 매장의 90% 이상을 주요 상권 위주로 확장하고 일부 점포는 PRADA매장 근방에 놓는 등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매장의 인테리어도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과 같은 고급스러움을 가지고 있었을뿐더러 디자인의 가치를 중시하여 로고부터 프로모션까지 하나하나 세련된 느낌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루이씽 커피가 고가의 모델을 기용하고 저가 프로모션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제품의 질과 브랜드의 힘으로 팬층을 만들며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도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중시. 끊임없이 혁신해야 살아남는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는 분명합니다.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루이씽 커피는 할인 쿠폰 때문에 마시고, 희차는 맛을 즐기고 매장에 출근도장을 찍고. 사진 인증을 위해 마신다고 합니다. 루이싱의 마케팅 방식은 절반의 가격에 스타벅스 커피를 즐긴다는 착각에 기대, 브랜드가 아닌 혜택에 충성하는 고객을 키워왔습니다.
희차 창립자 녜윈천(聂云辰)은 중국 토종 브랜드라는 것을 내세우며 애국 마케팅을 진행하는 루이씽커피를 보며 '소비자는 브랜드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는 유권자이다. 유권자가 대통령에게 충성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는 또한 ‘소비자가 변덕스러워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은 사력을 다해 소비자를 살피고 경영에 힘써야 한다’라고도 말하고 있죠.. 누구보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루이씽커피의 실패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루이씽 커피의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자본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중국 브랜드도 중국 외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반대로 자본과 애국심이 아니더라도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는 충분히 생겨날 수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이 외식 브랜드의 본질은 될 수 없습니다. 디지털은 고객의 편의를 거들뿐 기술을 자신해 고객 경험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 소비자에 외면당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이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습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것이 시장의 환경입니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철학과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변덕스러운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는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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