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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진 대표 Jul 06. 2020

하이디라오의 혁신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

<차이나 푸드테크③ 외식통신사 윤승진>

30년 브랜드 ‘미스터피자’의 몰락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외식시장에서 30년간 브랜드를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스터피자가 30년이나 된 브랜드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요. 그만큼 시대에 따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끊임없이 변화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업계 1,2위를 다투던 브랜드인 미스터피자가 끝내 인수합병(M&A)의 매물로 나오며 피자업계가 크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스터피자를 통해 외식업에 입문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은 애정 가득한 브랜드이기에 안타까움이 큽니다.  


인수합병 시장의 매물로 나온 미스터피자, 과연 오너 리스크가 문제였을까요? 많은 기사에서 제시된 분석 자료에 의하면 미스터피자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7년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가맹점 갑질 논란 사건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 갑질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브랜드 이미지의 큰 손상을 입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바라본 현 상황의 본질적인 이유는 배달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외식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터피자 MP그룹의 M&A 공고 (미스터피자 홈페이지 화면 캡처)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하고 모든 변화에 정확하게 적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메가 트렌드로 볼 수 있는 근본적인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죠. 배달 플랫폼의 성장은 외식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변화를 불러왔고, 레스토랑 매장형으로 샐러드바를 장점으로 가지고 있던 미스터피자에게 이런 변화는 새로운 단계의 적응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내부에서도 배달형 매장 중심의 출점 전략이 배달 시장의 초입단계에서 논의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내점의 비중이 경쟁사보다 컸던 미스터피자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머뭇거림으로 시기를 놓치게 되었고, 시장에서 차츰 밀리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고객이 매장을 찾아오지 못하는 조건이 되자 상황은 더 악화되었죠. 이에 반해 업계 3위의 배달 피자를 주력으로 하던 도미노피자는 단숨에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배달 시장에 정면 대응,
경험으로 극복한 하이디라오 

미스터피자와 비슷한 시기, 1994년에 창업하여 중국을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로 떠오른 브랜드가 있습니다. 배달해먹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힘든, ‘훠궈’를 주력 메뉴로 영업하는 하이디라오인데요. 중국에서 배달시장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하이디라오는 과연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하이디라오는 매장에서 제공하는 진심 어린 서비스로 성장한 브랜드였습니다. 처음에는 케이터링 서비스처럼 종업원이 고객의 집에 훠궈 냄비를 들고 찾아가 고객이 식사를 할 때 옆에서 서빙하는 서비스까지 선보였습니다. 하이디라오다운 서비스였죠. 하지만 그러한 서비스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이내 전략을 바꾼 하이디라오는 배달을 중단하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내점 매장의 수를 늘려갔습니다. 13년부터 18년까지 중국의 배달시장이 매년 평균 2배씩 성장하던 시기 354개의 매장을 오픈하였습니다. 기존의 매장들보다 더 큰 대형 매장을 규모로 말이죠. 그리고 배달 서비스로는 제공할 수 없는 매장에서의 디테일한 경험들을 더욱 강화해나갔습니다. 매장에서 면쇼, 변검쇼를 하는 등 꼭 와야만 하는 매장 경험을 만드는데 집중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확장된 하이디라오 매장에는 매일 사람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브랜드의 효용을 사람들이 매장에 찾아와야만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성공적이었던 거죠. 사람들은 존중받는 느낌을 받기 위해, 실패 없는 식사 경험을 위해 하이디라오 매장을 찾아간다고 평가합니다.

하이디라오 매장에서 수타 특제면을 주문하면 '면 뽑기 쇼'를 볼 수 있다.


혁신은 시대에 맞추어 계속된다


하이디라오는 이 지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디지털화시키는데 앞장섰습니다. 2019년 말 기준 서빙로봇을 도입한 매장은 180여 개 매장에 달하며, 2018년 말에는 세계 최초의 AI스마트 매장을 구축했습니다. 이 AI스마트 매장은 수많은 국내 외식 대표님들이 만나통신사를 통해 체험하면서 현대 외식 비즈니스의 끝판왕이라고 평가해주셨습니다. 잠시 AI스마트 매장의 전경을 살펴보겠습니다.

하이디라오의 AI스마트 매장은 손님이 들어오는 입구부터 남다릅니다. 공석이 나길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영화관처럼 꾸몄습니다. 다른 지점에서는 대기 공간에서 장기를 둘 수도 있고, 준비된 여러 보드게임들이 있는데, 이곳에는 큰 스크린과 넓고 편한 좌석이 있죠. 고객들이 스크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며, 기다리는 시간까지 즐겁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기다리느라 출출한 손님들을 위해 무제한으로 스낵도 제공하고요. 테이블 현황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기에 대기시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6시가 되면 이 대기석도 만석입니다. 

영화관 같은 대기석을 지나면 실제로 운영되는 주방의 로봇 팔이 눈길을 끕니다. 보여주기 위한 오픈형 공간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이디라오가 파나소닉과 R&D 제휴를 통해 무인 로봇 주방을 만든 것이죠. 로봇 주방에서는 식재료의 유통기간과 생산 상태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집니다.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온도 역시 음식의 신선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0도에서 4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이디라오를 이용하는 고객은 테이블에 있는 아이패드로 원하는 재료를 추가 주문할 수 있습니다. 주문 명령을 실행하는 건 로봇팔이기 때문에 언제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예측도 가능하죠.

매장 홀은 2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벽면과 천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디지털 아트를 사방에서 체험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구현됐습니다. 배경은 총 여섯 가지 테마로 되어 있는데 40분 정도에 한 번씩 새로운 테마로 바뀌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약간은 어두웠던 영화관 같은 대기 공간을 지나 홀에 도착하면 완전히 다른 빛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거울을 천장과 벽에 적재적소로 배치해 어디가 끝인지 규모도 잘 가늠이 안 되는, 미래적인 공간의 느낌을 주죠.

홀에는 서빙하는 종업원들이 있는데, 그들과 함께 서빙하는 로봇이 또 따로 있습니다. 고객과 접객이 맞닿는 곳에서는 종업원이 서빙을 하고 종업원의 위치까지 로봇이 식재료를 배송합니다. 종업원들의 서비스적 강점과 로봇의 동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이 식사한 후에는 식기를 수거하는 용도로 제작된 로봇이 테이블 근처에 다가옵니다. 종업원은 빈 그릇이 된 식기를 칸칸이 나눠진 로봇에 옮기고 다시 테이블을 손님을 맞이하기 좋게 세팅합니다. 하이디라오는 앞으로도 계속 무인화 및 자동화 방향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


미스터피자와 하이디라오는 메뉴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이중 한쪽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장에 휩쓸려갔고, 다른 한쪽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되 접객 서비스라는 핵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만의 영역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고유한 브랜드 영역을 설정했습니다. 또한 하이디라오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최근에는 제2, 3의 브랜드를 푸드테크 중심으로 재편하는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오픈한 면 브랜드는 카메라가 설치된 계산대에 쟁반을 놓으면 자동으로 음식 값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대면 접촉이 없는 1인용 좌석을 선보였습니다. 

하이디라오에서 출시한 면관 '十八汆' (출처: 腾讯网 기사 https://new.qq.com/rain/a/20200605A0J8FZ00)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30년의 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비일비재합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세상은 예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것을 넘어 시장을 선도해가는 브랜드가 되려면,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트렌드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혁신을 지속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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