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반!
나를 돌아보게 될 때 빼놓지 않고 지키는 법칙이 있다. 당장 몇 시간 전의 사건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시간의 흐름에 부식된 기억을 빔프로젝터에 송출하듯 낱낱이 회상할 때, 좋았던 점보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다. 훗날 미화되지 않아야 할 기억까지 미화되는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부족한 점을 발견하는 일은 곧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하는 일로 이어진다. 나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 자체에 이끌리듯 빠져드는 편이다.
부족한 점들 중에서도, 유독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용기'였다.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 정작 주변의 소요가 나를 짓누르듯 한순간에 무력해지자,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일 용기가 아직도 내게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마치 아바타처럼 원격제어라도 당하는 듯 막상 의지대로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토록 꺼내고 싶은 말이 너는 아직 멀었다고 조소하며 입안으로 도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제법 오랜 기간 동안 생각해 온 일임에도 말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언제나 옳다고 통감하게 된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시작하지 않으면 허무맹랑한 상상에 그치고 만다. 글에 번지르르한 온갖 수사를 다 갖다 붙이는 건 자신 있게 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격해지는 긴장감에 어쩔 줄 몰라 쩔쩔매니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 여겨진다. 작으면 작고, 크다면 클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던지는 것조차 버거워하다니.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을 사람에게 그깟 용기가 뭐라고 못 내냐고 따질 입장이 못 되는 것이다.
결국 용기를 발휘하지 못해 원하던 결실을 얻지 못하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이 오로지 나의 책임이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닌, 용기였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용기를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