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신나는 음악에 절로 흥에 취해 있을 때,
혼자서 땅 위의 그늘진 자신의 그림자를 즈려밟던 아이가 있었다.
모두가 저쪽으로 가야한다면서 여치 떼처럼 우르르 뛰쳐나갈 때,
조용히 이쪽으로 유유히 걸음을 옮기는 아이가 있었다.
모두가 찌그러진 사각형을 보고 평행사변형이라고 대답할 때,
유일하게 마름모라고 힘 있는 울림을 담아 대답한 아이가 있었다.
모두 "야, 쟤는 혼자 저기에 있어"라고 수군거릴 때,
"그래, 나는 혼자 여기에 있어"라고 아이는 당차게 대답했다.
갑자기 땅에 대격변이 일어나 모두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된 후에도,
아이는 '모두'가 없는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