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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리형 Sep 02. 2020

말과 글

 말은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빠르고 간편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만큼 가볍다. 생각과 동시에 밖으로 내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사고의 무게가 실릴 여유가 없다. 즉발적이고, 휘발성이 강하다. 


 반대로 글은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말과 같지만, 비교해서 훨씬 더 무게가 있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말의 앞뒤를 정돈하는 문장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생각이 한번 더 정리되고 필터링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생각 편집의 과정이 추가된다. 생각 편집의 과정을 통하면 표현에 사고의 깊이가 더해지고 무게가 실린다. 이 무게감의 차이는 말과 글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를 가져온다. 말은 소모적이고, 글을 생산적이란 차이 말이다.


 말은 한번 입을 통해 나오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성질이 있다. 실컷 떠들고는 지칠 때쯤 되어서야 그치게 되는데, 나중에 돌이켜 보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누군가를 만나서 한참을 떠들고 돌아올 때면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이유다. 더 많이 뱉을수록 더 많이 허전하다. 그만큼 소모적이다.


 반면에 글은 쓰면 쓸수록 더욱 강한 충실감이 느껴진다. 생각을 정리하며 다듬는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더 많을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만족감은 주기적으로 진지하게 글을 쓸 때 더욱 강화된다. 충분히 정제된 글은 그 자체로 나와 타인 모두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생산적이다. 이러한 만족감에 푹 빠지게 되면 더 이상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도중에 말이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스스로의 말수를 제어해 보는 것이 좋다. 입단속을 통해 생각이 소모되는 출구를 봉쇄하는 것이다. 말을 하고 싶을 때는 그 생각들을 잘 메모해 두었다가, 나중에 글로 써보는 편이 도움이 된다. 말로 뱉어버린 생각들은 소모되고 버려지지만 글로 적어두면 중요한 것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나던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살고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은 가볍게 하되 표현은 무겁게 하자. 신뢰 있는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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