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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Mar 22. 2022

제주로의 잠적

'주제'가 있는 여행

제주여행을 계획하면서 거의 두 달 전부터 설렜다.

제주도 가면 그동안 가고 싶었던 카페와 미술관, 갤러리만 정하고 나머지는 정해진 목적지 없이 무계획의 여행을 마음먹었다. 아쉽게도 가보고 싶었던 수풍석 뮤지엄을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해 못 가게 되었다. 다음번에 꼭 갔으면 좋겠다. 여행을 떠나기 전 김희애 배우님이 나오신 ‘잠적’이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낯선 지역으로 가서 잠시나마의 잠적을 해서 휴식을 갖는 내용인데, 제주의 경관과 김희애 배우님의 내레이션이 어우러져 편안하게 봤다. 지금까지 스무 번이 넘게 제주도를 갔어서 뻔하지 않은, 제주의 몰랐던 속살을 알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은 기간도 짧고 해서 카페 투어 여행으로 나 혼자만의 테마를 잡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이번 해는 작년보다 더 잘되었으면 좋겠고 복을 많이 받길 바란다. 하지만 시간 지나다 보면 새해의 마음가짐 같은 건 까먹어버리고 으레 평상시처럼 지낸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일지라 하더라도 그럼에도 새해니까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되길 바라고 나에게 좋은 일'도' 생기길 바라본다. 주변의 사소한 것에 자주 감탄하고 감사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고 하는데 그래야.. 복을 받으려나?

과연 나에게 비움과 채움이 되는 여행이 될까?


1. '카페 산노루'

가보고 싶었던 '구좌상회' 카페는 2월 한 달 내내 휴무기간을 갖고 있어 방문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녹차와 말차 덕후인 나는 카페 산노루를 방문하였다. 늦은 오후 시간에 가서 디저트는 소진되었지만 대신 말차 아이스크림 라테를 시켰다. 도착해서 먹는 제주에서의 첫 끼로 진한 녹차의 맛이 우러나와 맛있었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하겐다즈다. 


2. 너 로맨틱 성공적 '마마롱'

마마롱 카페를 알게 된 건 니키 리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알게 되었다. 평소 니키 리 작가님과 유태오 배우님의 팬이기도 하고 작가님이 평소 인스타그램에 공감 가는 글을 올리셔서 자주 보는데, 제주도의 마마롱 카페 관련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제주도를 몇십 번 갔던 내가 이 유명한 카페를 몰랐단 말이야? 하며 억울해했다. 마마롱은 프렌치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다. 마롱은 밤을 뜻하는데 주로 밤으로 된 디저트가 인기 있고 다양한 구움 과자와 귀여운 문구류도 판매한다. 정말 와보고 싶었던 공간에 디저트도 너무 맛있어서 이틀 연속 방문했다. 특히 연말 로맨틱한 크리스마스에 방문하면 예쁘고 좋을 것 같다. 여행 중에 달콤한 유혹을 맛보고 싶고 프랑스 느낌의 로맨틱함을 찾고 싶으면 연인과 마마롱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3. 금오름 

저질체력인 내가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이 무엇이 있을까 검색하다가 이효리가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이기도 하고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와 아이유가 올랐던 오름이라 유명해진 금오름을 갔다. 금오름은 올라가는 초입부터 잘 가꾸어진 느낌이고 나 같은 초보자도 다른 오름보다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다. (그러기에는 중간중간 많이 쉬면서 올라갔다) 올라가 보면 한라산 백록담 미니어처 같은 분화구가 있어 나름 특색 있는 오름이라 생각하고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을 보면 마음이 뻥 뚫린 것 같이 시원하다.


4. 방주교회

처음 가는 방주교회는 검색할 때 이미지로는 교회 건물이 엄청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담했다. 다들 물이 반사되는 예쁜 교회 출입구 앞에서 친구, 가족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사진을 찍었다. 저 위치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딱 그 위치인가 보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소망하는 기도를 올렸다. 이루어져라!


4. 본태박물관  

김영갑 미술관이나 제주 현대미술관 등은 가봤어도 본태박물관은 처음이었다. 인스타그램에 많이들 올라오는 사진을 나도 한번 찍어봐서 뿌듯했다. 미술관은 규모가 크고 공간마다 주제별로 전시가 다양해서 볼거리도 많고 특히 동양화과 출신인 나는 자개 관련을 좋아해서 자개 가구만 엄청 사진을 찍었다. 저런 가구는 비쌀 텐데 나중에 결혼할 때 살 수나 있으려나? 저런 건 물려받아야 하는데...


5. '어니스트 밀크'

혼자 있는 걸 싫어하고 심심해하는 나여서 제주 오면 외로울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웬걸? 생각보다 너무 행복하게 잘 다니고 왜 진작 혼행을 안 했을까 후회막심했다. 어릴 때부터라도 자주 다녀볼걸.

여행 중에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제주에서 유명한 우유 아이스크림이 2곳이 나온다. 이곳이 좀 더 우유맛이 진하다고 하여 왔다. 가게 앞에는 귀여운 젖소들이 있었고 아이스크림도 깊은 우유맛이 나서 다음에 또 제주에 오면 방문할 것 같다.


6. 아부오름

제주에 있는 동안 다른 오름을 가보고 싶었다. 검색해보니 금오름보다 낮은 코스로 완전 초보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아부오름을 갔다. 정상이 어디인 거지? 하며 왼쪽과 오른쪽을 왔다 갔다 하느라 조금은 헤맸지만 하늘과 맞닿은 곳에 조금이라도 올라가다 보면 그 상쾌한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7. '이익새 양과점'

나는 구움 과자 덕후로(좋아하는 모든 것에 덕후라는 표현을 너무 잘 쓰나) 이곳 또한 제주 오면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가게도 작아서 찾기 어려웠지만 들어가 보니 내부 또한 아담한 일본 가게 느낌이 났다. 녹차, 치즈, 초콜릿만 샀는데 음 파운드케이크는 역시 다 맛있다. 초코초코 한 나는 초코가 맛있었다.


8. '카페 태희'와 곽지해수욕장

먹어보고 싶었던 제주에서의 피시 앤 칩스를 바다 보며 먹는 이 낭만.

여유롭게 먹으며 바다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배고픈 나머지 바위에 앉자마자 허겁지겁 10분 안에 다 먹은 것 같다. 그만큼 맛있어서 다음에 또 오면 먹어야지. 비행기 출발시간에 맞추느라 얼른 차 타고 신호를 기다리는 와중에 현수막이 보였다. 이 작은 곳에 누구의 자녀분인지 모르지만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셔서 자랑스럽고 좋아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얼마나 좋으실까. 축하합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두려웠지만  진작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혼자인  정말 싫어서 연애를  때도 오전부터 밤까지 12시간 넘게 있는  좋아하고 혼밥  때도 영상통화나 전화라도 하며 밥을 먹었던 내가, 진작에 외로움과 고독을 멋있게 즐기는 씩씩이처럼 여행을 많이 해볼걸.

항상 어릴 때부터 중학교에 들어갈 때마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수업을 들을 때, 재수를 할 때, 대학에 들어갈 때, 대학원에 들어갈 때, 첫 직장에 들어갈 때, 그다음 직장에 들어갈 때 그리고 퇴사하고 새 길에 접어들 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항상 도망가고만 싶었다. 하지만 내 선택이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외롭지만 나 혼자 감당해야 할 멋지게 해내야 할 문제이다. 내 존재가 더 나아지고 진화하는 데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머릿속으로만 아는 이론으로 부담이지만 즐길 수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이 세상에 나온 이상. 

이 세상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단지 내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나의 재능을 어떻게 향상하고 나의 시간을 어떻게 아껴야 하는지 알아가는 여정이랄까? #아버지날보고있다면정답을알려줘

제주도 가면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은 혼자라 양이 안되어 가보지도 못했지만 꼭 방문하고 싶었던 마마롱 카페를 갔다 와서 행복하다.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굳이 좋은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불행하지 않게 극복해갈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작가의 서랍에 써놓고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작성하여 발행하는 게으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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