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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Feb 03. 2022

미지의 담양

담양을 찾아서

나는 예전부터 담양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담양 하면 대나무 숲 하며 죽녹원의 대나무 풍경을 정말 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 이것 외엔 담양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뭐가 유명한지도 모른다. 그러다 구정에는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못 가본 담양을 가보자하여 10월부터 티켓팅을 해서 2박 3일 동안 가게 되었다. (언젠가 군산, 통영도 꼭 가야지)


* 1일 차

2박 3일이지만 1박 2일 같은 일정으로 서울에서 오후 늦게 출발하여 서울에 일찍 올라오는 계획을 잡았다. 담양에 느지막이 도착해서 어느덧 저녁시간. 구정이라 담양의 웬만한 맛집들은 쉬지만 그래도 그중 설날에도 영업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담양에 ‘삼거리 농원’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한 닭볶음탕 집을 방문했다. 본점과 별관이 있는데 별관이 이후에 생겨 좀 더 깨끗하고 넓다고 하여 별관에 갔다.

삼거리농원 별관(죽녹원점)

장작으로 대형 솥 가마에 볶는 닭볶음탕이란, 상상만 해도 맛 아시쥬? 대중소 없이 단일 사이즈로만 나와 양이 많아서 3-4명은 먹어야 할 양이다. 끝 맛이 매콤하여 맵찔이들에겐 매울 수 있겠지만 고구마, 감자, 채소들과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다.

저녁의 가로수길

동절기의 늦은 오후라 웬만한 곳은 영업을 마감하고 춥기도 해서 호텔 근처를 차로 한 바퀴 빙 돌기로 했는데 우연찮게 마주한 멋있는 가로수길을 만났다. 

노을 지는 저녁에 우두커니 서있는 가로수들. 모든지 우연한 기회에 행운을 마주치나 보다.

Everything is better unexpected.


* 2일 차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와 카페 베비에르

다행히 호텔 근처에 담양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갔다. 담양은 대나무 숲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가로수 또한 담양이었네.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하나같이 작품이 나왔다.

아점으로 카페에서 요기할 거리를 찾다가 서울 근교에 있는 대형 베이커리처럼 담양에도 카페 베비에르라는 대형 베이커리가 있었다. 빵순이가 참새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있나. 먹고 싶은 빵과 쿠키들이 넘쳐났지만 저녁과 디저트 배를 남겨두기 위해 아주아주 간단히 소량의 빵만 집었다. 빵 욕구를 참느라 힘들었다.

쓰레기통까지 대나무로 하는 청렴함

드디어 담양에 온 목적인 죽녹원을 방문했다. 죽녹원안의 쓰레기통까지 대나무통으로 되어있어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다. 작은 쓰레기조차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미안한 느낌의 쓰레기통.

숲길에 진입하자마자 계절감마저 잊게 하는 대나무의 푸르름을 보며 역시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대나무 이파리들이 만들어내는 하늘 여백의 다양한 모양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자연의 초록색은 잡념을 사라지게 해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줘서 좋고 또 힘듦을 치유해줘서 좋다. 겨울이라 바람 때문에 추워서 죽녹원 반의 반도 돌지 못했지만 봄이나 여름에 오면 시원하게 산책하기에 좋을 것 같다.

중간에 작은 정자도 있어 산책하다가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정자 지붕과 올곧게 곧은 대나무 대의 풍경이 정말 어울렸다. 동양화과 출신으로 오랜만에 먹으로 그림 그리고 싶은 풍경이었다. (정말?)

죽녹원안에는 사색의 길, 추억의 샛길 등 8가지의 길이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 운수대통길과 사랑이 변치 않는 길이 써져있는 표지판을 맞닥뜨렸는데 오른쪽으로 가는 후자를 선택했다. 정말 사랑이 변치 않을 수가 있을까. 항상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사랑.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럼에도 가보는 수밖에.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대나무 숲

멋있는 대나무 숲을 구경하고 담양의 또 다른 명소인 소쇄원을 갔다. 입구에서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귀여운 오리가족을 만났다. 그러고 입구에 들어가는데 이게 소쇄원이야? 이게 끝이야? 할 정도로 생각보다 아담했다.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한 바퀴라도 걸어보자. 

아담한 내부 모습

겨울이라 삭막해 보이고 크기도 작아서 실망했지만 한적하게 걸으며 사진을 찍다 보니 고즈넉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구경하다 보니 정자와 어울리는 나무와 돌계단까지 사람 마음을 여유롭고 소박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고즈넉한 소쇄원

둘째 날 일정은 죽녹원, 소쇄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고마운 친구가 담양에서 가까운 거리라 생각해서 보성녹차밭을 얘기했다. 찾아보니 담양에서 보성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였지만 보성녹차밭도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여서 전남 온 김에 둘러보기로 했다. 국내여행지중 가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고마운 친구가 얘기 안 해줬으면 영영 못 갈뻔했다. 내게 추억 속 고마운 친구 덕에 이득!

보성녹차밭 하면 컴퓨터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푸른 하늘에 파릇파릇한 초록색 밭이 쫙 펼쳐진 이미지가 상상되는데 역시나 겨울이라 생각했던 색감에서 채도가 떨어진 색이었지만 이마저도 너무 예뻤다. 드넓은 녹차밭과 그 앞의 서있는 나무들까지 흡사 외국의 고원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맛있었던 찐한 녹차맛 아이스크림과 샌드웨이퍼

여름에 오면 초록초록 파릇파릇하게 예쁠 녹차밭. 날 좋을 때 또 방문하고 싶다. 

대한다원의 보성녹차밭에서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은 녹차의 진한 맛이 나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기념품처럼 녹차 관련 과자 판매점도 있는데 녹차 랑그드샤와 샌드 웨이퍼가 제일 맛있어서 여러 개 샀다. 

녹차맛 아이스크림 잊지 못해... 또 먹고 싶다.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원조 제일 숯불갈비

죽녹원, 소쇄원, 보성 녹차밭까지 계속 걸어 다녀 허기가 졌다. 담양에 제일 유명한 숯불갈비집이 있는데 학교에서 알게 된 본가가 광주 출신인 석사생분께서 이곳을 엄지 척하며 추천했지만 설날에 문 닫는다고 해서 아쉽게 다른 곳을 갔다. 숯불갈비와 떡갈비를 시켜 먹었는데 이곳도 TV 프로그램에 나와 핫해진 곳이라 사람도 많고 맛도 있었다.


* 3일 차

마무리 일정으로 담양 떡갈비를 먹기로 해서 맛집 두 곳으로 추렸지만 남도예담이란 곳이 좀 더 고급 한정식집 느낌이라 하여 여기를 방문했다. 이곳도 유명한 맛집이라 오픈전부터 사람들이 몰려와서 대기했다. 한우로 만든 떡갈비와 한돈으로 만든 떡갈비 2종류가 있는데 한우를 먹고 한돈은 택배로 주문했다.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전라도라 그런지 메인 음식 말고도 반찬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남도예담
카페 호시담

담양 카페를 검색하다 인스타 감성의 카페호시담을 갔다. 카페 정문 앞에 갈대가 수북이 펼쳐져있어서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한 커플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주로 남자가 여자를 계속 찍어줬다. 여자 친구를 예쁘게 찍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던 남자 친구분 대단합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간 빵순이는 역시나 베이커리 메뉴를 빠르게 스캔하여 제일 맛있어 보인 레몬 파운드케이크와 말차 브라우니를 시켰다. 

고운 털 색깔을 가진 귀여운 냥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가가 찰칵.

내겐 담양 하면 지방 시골 느낌에 대나무 숲과 떡갈비 정도로만 아는 미지의 곳이었다. 고작 2박 3일의 일정으로 깊이 없는 얕은 여행이었지만, 소박하지만 알찬 담양이란 곳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나 너 좋아하냐. 반했다 담양.

봄, 여름, 가을 중에 또 와서 너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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