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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Feb 12. 2023

기념일에 케이크

사람들은 보통 기념일이나 이벤트성으로 케이크를 사서 자축을 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축하를 건네기도 한다.

어릴 때 나는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어느 순간부터 적지 않은 나이에 달디단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는 습관이 생겼다. 괜찮아지고 싶은데 기분이 그렇지 못하는 날에는 비싸고 맛있는 케이크를 사서 나에게 포상을 내린다. 한 조각(남들의 두세 조각보다 더한 크기일 것이다) 크게 칼로 잘라 내가 좋아하는 접시에 담는다. 그러고 고상하게 나만의 전용 포크로 케이크를 움푹 퍼서 먹으면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헛헛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초등학생 때 중학교 입시로 지쳤던 미술학원을 다녔을 때도 친구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 주며 노래를 불러줬던 적이 있다. 나는 그때부터 이미 ‘Happy birthday to me~’라 불렀다.


괜히 방안에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책상 위의 책들을 순서 바꿔서 크기대로 꽂아보기도 한다. 또 괜히 몇 년 전 공부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프린트물을 뒤적거리며 추억에 잠깐 빠졌다가 이내 쓰레기통에 넣어버린다. 이럴 때면 내 맘에 콕콕 밟힌다. 자다 일어나면 괜찮겠지 하며 누워도 대학생 때부터 생긴 불면증 때문에 잠도 깊이 못 자는 선잠으로 아침에 일어난다. 그러니 어젯밤 기분이 지속이 된다. 어쩌다가 엄청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의 연락에 고마우면서도 당장 답장할 기분이 내키지 않아 핸드폰을 덮어둔다.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거나 친구생일이어도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내가 그럴 기분이 아니니 잠시 미뤄둔다. 잠시 미룬다는 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관계에 서운함을 가져다주고 삐걱거리게 만든다. 나는 친구가 싫어서 피한 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저 내가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괜한 오해까지 생기니 마음은 우울함으로 물들어져 간다. 그래서 멀어진 친구들도 생겼다. 멀리서만 지켜보고 있지만 성장하고 어른이 된 게 너무 뿌듯하고 신기하면서 애틋하다. 내 그릇이 작디작은 간장종지라 큰 마음을 담을 용량과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걸 알지만 그래도 더 해주고 싶었던 마음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괜찮은척해도 괜찮아지지 않을 때, 일이 잘 진행되어 가길 바라는데 꼬여가기만 할 때, 내게 휴식을 바라는 상대의 숨구멍을 막아버렸을 때, 나도 상대도 서로가 울 구멍을 내어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도를 해도 노력해 봐도 노력만큼 되지 않는 요즘이다. 아직도 인생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고 언제까지 깨지고 부딪혀야 하는 질 모르겠다.

업 앤 다운이 있으니 인생은 재밌는 거라곤 하지만 그 재미를 모르고 살고 싶다. 그래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행운을 얻기도 하고 힐링을 얻기도 한다. 이래서 인생은 알다가도 모른다고 하나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서툴더라도 필요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걱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불안이 있고 희망이 있고 목표가 있고 염려가 있어도, 괜찮아지고 싶어도 괜찮지 않을 때 포옹과 응원을 해주세요.


작은 점에서 시작되어 어떤 수식으로 풀리지 않을 미궁 속의 시커먼 우주 속에서 저도 저를 축하해 주면 괜찮을까요?

패스트리 부티크의 초코마롱케이크 너무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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