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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어려워 진다

의대 정원에 관련해 너무나 많은 뉴스가 나왔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2,000명이라는 숫자를 두고 싸우기 보다는 본질은 무엇인지? 병원의 재정적인 문제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도 재무제표를 작성합니다. 다만 병원은 기업회계기준과 다른 회계원칙을 사용합니다. ‘병원회계’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에 따르면 [시행 2021. 3. 5.] [보건복지부령 제72호, 2021. 2. 1., 일부개정] 2024년 회계부터는 100병상 이상 되는 병원은 동일한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큰 병원은 보통 대학교에 부속되어 있습니다. 의대와 병원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유인데 우선 대표 대학병원 중에 하나인 연세세브란스병원 재무제표를 열어 봅니다.

세브란스병원의 <부속병원회계> 재무제표는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통해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첫째, 병원회계는 2월말 회기라서 5월 말이나 전년도 재무제표가 공개됩니다. 제가 구할 수 있었던 건 2022년 회기 2022.3.1~2023.2.28 기준 결산서입니다. 둘째, 병원회계는 공익법인과 유사한 형태로 기업회계 재무제표와는 좀 다른 형식입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등 생소한 부채계정이 있는데 그래서 부채비율 말고, 실질 부채를 따져야 합니다. 

연세세브란스 병원은 원주를 포함해 2.8조 원의 자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년도(2021년) 2.5조 원에서 자산이 증가했는데 <단기금융상품> 4,833억 원이 원인입니다. 2,400억 원이 늘어났습니다. 병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유형자산> 역시 1.7조 원에 달하고, 건물 1.5조 원, 의료장비 7,000억 원 이상입니다. 2022년 회기 <의료수익>은 약 3조 원, 비용 2.8조 원이 사용되었습니다. 급여는 4,693억 원 + 제수당 5,501억 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영업이익 2,028억 원인데… 신기한 건 영업외수익 중에 기부금이 1,450억 원입니다. 그 외에도 기타수익이 많아 당기순이익은 4,168억 원입니다.


이런 말 웃프지만 세브란스 병원은 그래도 돈을 잘 번다! 

병원이 돈 잘 버는 건 아픈 사람이 많았다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만큼 이 병원을 통해서 치유된 분도 많다는 거겠죠.

한편 서울시내 한방병원으로 유명한 경희의료원은 자산총계 4,621억 원. 연세세브란스병원과 동일한 회기입니다. 연세와 규모 차이가 좀 나네요. 결손금이 -348억 원인 상태입니다. 연세세브란스병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란 계정을 사용하던데 1조 원이 잡혀 있었습니다. 병원수익을 다시 병원에 사용한다는 목적 하에 부채계정으로 잡아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부채비율이 높게 나오는데…. 경희병원 역시 부채총계 4,968억 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입니다.


여기도 현금 317억 원 + <당기금융상품> 467억 원으로 재정적으로 급한 위기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결손이 난 것은 손익이 연세세브란스 병원에 비해서는 좋지 않습니다. <유형자산> 2,770억 원, 건물 2,987억 원, 의료장비 710억 원입니다.

<의료수익> 7,211억 원에 <의료비용>이 7,528억 원입니다. 수익 < 비용… 이미 적자를 예견하는 수치인데요. 인건비 3,252억 원으로 적자 -317억 원을 기록합니다. 경희의료원도 기부금 수익이 230억 원이 있어 최종 당기순손실은 -58억 원으로 마무리합니다.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 203억 원으로 2021년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연세세브란스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경희의료원은 적자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희의료원과 비슷한 규모의 대학병원 몇 군데를 더 살펴 보겠습니다.

아는 의사 샘 한 분께서 “요즘은 한양대의료원과 충남대 의료원이 말이 많은데, 그 두 곳도 재무제표 한 번 봐 주실 수 있으세요? 궁금해요.” 라는 요청이 있기도 했습니다.

대학병원의 재무제표는 홈페이지 아니면,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양대의료원은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에 공시된 공시자료를 통해 재무제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양대의료원 [부속병원회계 재무제표]는 2023학년도 2023.2.29 현재 기준으로 작성이 되어 있습니다. 한양대의료원은 1972년에 의학연구 및 학술연구로 개원했고요.


자산총계 2,578억 원이고, 부채가 3,165억 원입니다. 경희대 느낌이 나네요. 부채가 자산 보다 많으니, 결손 상황입니다. 자본이 -586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인데 직전 년도 보다 심해지고 있습니다. 2022년도 -449억 원이네요. 자산 상태를 좀 볼까요? <현금및현금성자산> 157억 원, <단기금융상품> 196억 원, <매출채권> 585억 원입니다. 대략 938억 원인데 혹시나 부채 때문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합쳐 보았습니다. 자산 중에는 <유형자산>이 제일 비중이 높습니다. 병원은 병상 등 의료장비가 유형자산에 포함됩니다. 토지는 숫자가 적은데 대학교 부지에 지은 병원이니 우선 건물만 1,798억 원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한양대 대학병원의 건물 감가상각 누계액이 628억 원이니 아직은 쓸만한 건물인가 봅니다. 부채가 많아 보여 걱정했는데 실질 부채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장기차입금> 88억 원, <장기리스 부채>가 186억 원, 그리고 <퇴직급여충당금>이 300억 원. 빚으로 쪼들리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재무상태 중에도 결손이 났다는 얘기는 손익이 안 좋다는 뜻입니다. 2023.31~2024.2.29 한양대의료원 <의료수익>은 5,616억 원입니다. 434억 원 정도 약간 수익이 늘었는데 이게 의료수가가 증가해서 늘어난 것인지, 환자가 증가한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엔 <외래수익>이 2,052억 원, <입원수익>이 3,418억 원으로 <입원수익> 기여치가 더 나는 걸로 봐서 물가 오른 게 반영되는 정도라고 추측해 봅니다. 왜냐하면 비용은 더 증가해 결국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비용>의 대부분(44%)는 인건비입니다. 의료진이죠. 숫자는 비용절감의 대상이 인건비라고 말하는 것처럼 읽히지만 “의료서비스 = 2,790억 원 가치의 사람의 노력”이라고도 해석해야 합니다. 비용분석을 조금 더 하자면 1,958억 원의 약품, 진료재료비, 급식재료비가 듭니다. 한양대의료원도 기타수익 중에 기부금이 있네요. 약 7억 원 정도입니다. 의료손익은 -126억 원, 고유목적사업비 제하고 나니 당기순손실이 -139억 원입니다. 직전 년도 -26억 원에 비해 5.3배 증가했습니다. 매년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한양대의료원도 조치를 취할 거 같습니다. 관리비 쪽이나 의료진이든 가장 비중이 높은 비용을 줄이려 들겠죠. 

충남대학교병원은 “알리오”를 통해서 감사보고서를 얻었습니다. 외부감사인이 신한회계법인입니다. 충남대병원은 국립대학교 설치법에 근거해 1995년 충남대랑 분리되었고, 세종분원을 2020년에 개원했다고 하네요. 대전의 본점은 1237개 병상, 세종분원은 441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31 기준 자산총계 5,605억 원이며, 부채총계 5,848억 원으로 한양대의료원과 마찬가지로 결손금 -242억 원을 기록 중입니다. 결손이 2023년부터 시작되고 있네요. <현금및현금성자산> 351억 원, <의료미수금> 692억 원입니다. 현금이 좀 줄었네요. 여기도 <유형자산> 3,348억 원으로 제일 자산 비중이 높은데 건물만 가치가 2,246억 원입니다. 기계장치와 구축물, 의료장비 등은 감가상각이 꽤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설중인자산> 115억 원이 있네요. 세종분원에 더 투자를 하고 있을지? 


부채가 한양의료원과는 좀 달리 있는 편입니다. <단기차입금> 450억 원(증가했네요), <장기차입금> 2,924억 원이 있습니다. 2023년 <의료수익>이 6,615억 원이고, <의료비용> 7,553억 원이니 여기도 적자입니다. 거의 비슷한 이유입니다. 매출 즉 의료수익 상승은 11% 670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인건비가 비용의 45% 3,435억 원입니다. 의료손실이 -937억 원인데 직전 년도는 1,044억 원으로 큰 편이었습니다. 의료외 수익, 기부금(114억 원 등)이 당기순손실을 2022년 -501억 원, 2023년 -839억 원을 나게 했습니다. 결국 병원수익은 증가했지만 적자가 나는 구조로~ 충남대학교병원 역시 한양대의료원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다만 여긴 이자비용도 만만찮습니다. 2023년 168억 원이 이익을 깎아 먹고 있고, 분점을 낸 것이 아직은 자리 잡았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주석> 21번 병원회계구분내역을 보니 자산은 새로 지은 세종분점이 본점만큼 투자금이 든 편인데 의료수익은 절반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5,084억 원 vs 1,531억 원 그리고 적자는 더 냈죠. -659억 원. 이런 상황이 몇 년은 더 지속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세종에서 아픈 사람이 더 생기라고 할 순 없잖아요.


★소결 – 제목에 이미 밝혔듯이 대학병원 4군데를 살펴본 결과 좀 큰 세브란스 병원 외에 나머지 대학병원은 재무적인 상황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원래 자산 쪽 재무건전성이야 대학병원 답게 재단도 있고, 튼튼한 편인데 충남대병원은 세종에 분점 내면서 차입금이 많아진 경우지 그 외에는 부채 쪽으로 우려 사항은 없습니다. 문제는 손익입니다. 의료수익이 조금 증가하는 건 물가나 의료수가 역시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병원도 거점 사업이라서 갑자기 환자가 급증하는 경우가 드문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비용의 증가(인건비, 재료비 등)를 이겨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냥 기업일 경우에는 허리띠를 졸라 메는 활동을 합니다. 심한 경우 인력의 구조조정…..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는 리벨런씽 ㅠ 대학병원이 어떤 선택지를 내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24년 올해가 지나갈 쯤엔 선택이 있을 듯싶네요. 아울러 의대정원 등 여러가지 쟁점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이 듭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1008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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