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호티브 Nov 09. 2018

#2 카모 강 예찬

제 친구를 소개합니다

안녕, 카모가와


교토를 크게 가로질러 관통하는 카모가와 강은 홀로 교토를 여행하는 나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강변을 오가는 모든 이의 친구일지도 모른다.


교토에 와서는 웬만한 거리가 아닌 이상 버스나 지하철은 타지 않는다. 그저 카모 강변을 따라 걷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럴 때마다 카모 강은 곳곳에서 잠깐 쉬었다 가지 않겠냐며 나에게 손을 내민다.


나도 이 녀석의 일종의 '질척거림'이 싫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 노래를 살짝 틀고는 잠깐 쉬었다 가곤 한다.



카모 강은 곳곳에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의 슬픔이, 누군가의 깊은 고뇌가 담긴 곳이다. 강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누군가가 친구와, 연인과 가족, 또는 혼자서 나누었던 생각을 조금 이나마 헤아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강변 곳곳에는 그들의 흔적이 짙게 배어 남아 있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카모가와 강은 아마도 교토에서 가장 인간미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 아닐까? 이곳은 구름과 강, 해가 지나는 모든 곳에 따스함과 평온함이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곳에서 유독 카메라 셔터를 자주 누르게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담기는 사진은 단순히 장소가 아니라 감정이 담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너무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교토를 그저 오사카 여행의 경유지로 지난 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은 불과 2년 전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힘들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그리고는 서너 시간씩 멍하니 머물곤 한다. 그럴 때마다 카모 강은 내게 온전히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선물한다.





기대도 돼


나는 기로에 서있다. 당장 눈 앞의 진로도, 앞으로의 미래도 마찬가지로. 나는 잘 살아오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서 먹고 살아가며 그 끝에는 도대체 어떠한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한 없이 즐겁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있지만 문득 짙은 회색빛의 고민이 나를 휘감을 때가 많다.


그렇게 순간순간이, 미래가 어디로 흐르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울 때, 카모 강은 내게 조언을 건넨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고민은 접어두고 잠시 이 순간에 잠겨보라고.


그렇게 흐르는 카모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안정된다. 무책임한 조언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카모 강이 내 무거운 고민거리들을 나에게서 멀찌감치 흘려보내 준다. 그렇게 나는 평온함을 되찾는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돌아가는 길. 다리 위에서 바라본 카모 강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모습도 이처럼 아름답게 비칠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응원의 말을 건네주는 카모 강이다.


그래서 나는 이 곳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함께 한 플레이리스트


Joji  - ATTENTION

Cigarettes After Sex - Sweet

H.E.R - Best Part (Feat. Daniel Caesar)

매거진의 이전글 #1 나는 조금 더 게을러 지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