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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이빵 Jul 01. 2021

이보영이 쏘아 올린 작은 와플

'마인'이 내게 남긴 것


친구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마인'.

살인, 치정 등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필수 요소가 엮여 있는 데다가 재벌 이야기기에 화려한 인테리어와 고급진 옷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었다. 미스터리 내용이 적절히 섞여있어 '다음화'를 계속 누르고 싶은 드라마였다.


시작부터 사람이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누가 죽었는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죽은 건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1회부터 위기가 왔다.


재벌가 막내아들 며느리인 사모님 이보영 배우님이 아들의 가정교사로 새로 고용한 튜터에게 손수 와플을 구워주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아들이 좋아한다며 자주 만든다며. 심지어 1회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재벌가의 소탈함을 보여주고 싶어서인가? 사모님은 줄기차게 아들에게 와플을 구워다 나른다. 저걸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까닥 넘어가고 배달앱을 켜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마인, 1회>


나는 와플을 엄청 좋아한다. 와플과 감자튀김이 유명한 고장인 벨기에로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한 적도 있을 정도다. 크로플은 예외다. 크로플은 크로와상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미국식 와플도 좋고 벨기에식 와플도 좋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이보영이 만들던 홍콩식 에그 와플이다.


에그 와플은 홍콩과 마카오에서 유명한데 모양이 계란판에 올려져 있는 계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심지어 계란 한 판이 30개인 것처럼 저 알 모양도 30개 라는거. (세어보고 있는 것 다 안다.) 홍콩의 길거리 음식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어 유명해졌다.


<에그 와플>


나의 와플 취향을 설명하자면 와플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시럽을 뿌리면  된다. 엄청 빨리 먹어치우지 않는 이상 축축해지고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와플은 너무 딱딱해도 안되고 너무 눅눅하게 구워져도 안된다. 하지만 에그 와플은 계란판처럼 되어있는 평평한 부분과 계란처럼 솟아있는 원형의 모양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눅눅할 일이  없다. 즉, 처음 가는 가게에 가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입체적인 모양은  안에서 즐거운 식감을 주고 바삭함과 촉촉함을 공존하게 한다.


에그 와플의 매력은 생크림과 과일과 함께 먹어야 빛을 발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와플 맛을 음미하다가 우유같이 깊은 맛의 생크림을 찍어 먹고, 느끼할 때는 과일 한 조각으로 리프레쉬-


다른 와플처럼 나이프로 안 썰고 포크로 살짝 떼어먹기 편한 것도 장점이다. 예쁘게 나온 와플을 나이프로 전부 다 썰어버리면 엉망진창이 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한 번에 안 썰고 조금씩 잘라서 먹자니 그것도 참 귀찮다. 이래저래 에그 와플은 나의 와플에 대한 취향이 반영된 음식이다.




그 재밌던 '마인'도 종영해버렸다. 나른한 오후에 에그 와플 한 입 생크림에 찍어먹고 싶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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