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의 얼리어답터가 되는 방법
박상영 작가님이 나에게 준 것
제주 독립서점에서 그의 첫 장편작 '1차원이 되고 싶어'의 표지를 만났다. 시원한 수영장에 빠져들어 있는 남자의 모습. 원체 두꺼운 장편을 좋아하는 나는 거리낌 없이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캔모아에서 설레고, 나나에서 두 번 설렜다. 주인공과 '무늬'와의 티키타카 넘치는 신랄한 대화도 페이지를 넘기는 나의 손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오. 이 작가 완전 내 취향인데."
요즘 들어 한국 문학에 빠져들어 가고 있던 나에게 박상영 작가의 작품은 한국 문학에 대한 불꽃을 타오르게 했다. 결국 나는 그가 등단한 작품을 보기 위해 2016년 문학동네 가을호를 구매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이효석 문학상, 문지문학상 수상작에서 박상영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기 이르렀다. 물론 단행본인 대도시의 사랑법,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NC Soft와 협약한 '바비의 집'등 박상영 작가의 손가락이 거쳐진 글이라면 어디든 찾아보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박상영 작가의 작품을 알기 전, 출판사 '문학동네'를 좋아하는 나는 문학동네 북클럽에 가입하고 북클럽 회원에게는 계간지 문학동네를 할인해준다는 이야기에 계간지도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문학동네에서 펴내는 소설들은 다 나와 취향이 제법 맞았던 이유도 있었다.
여름의 기운이 만연해질 무렵 정기구독 신청을 잊고 있었을 때 즈음 계간지가 도착했다. 그런데 무슨 선물 같은 일인지 박상영 작가의 '보름 이후의 사랑'이라는 단편이 실려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마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가 '풀하우스' 신간이 나왔을 때 명진책대여소에서 책을 빌리고 집으로 뛰어갈 때의 그 기분일까. 나는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 아끼고 아껴 곱씹으며 그 단편을 읽었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듯 여러 문예지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창작과 비평이었는데, 여기서 박상영 작가의 '요즘 애들'을 읽고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아마 '와.. 이 작가 미쳤다.'라고 중얼거렸던 것 같다. 창작과 비평은 전자책으로 구독했는데 스크롤을 내리기가 아까워서 아주아주 느릿느릿 내리면서 읽었다. 원래 책을 마구 빠른 속도로 후루룩 읽던 나에게는 (작가님들 죄송합니다.) 엄청난 사건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그러고 나서 박상영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사생팬처럼 요리조리 훔쳐보던 나는 올해 7월 '믿음에 대하여'라는 연작소설이 나올 것이고 그 안에 내가 읽은 두 개의 단편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럼 나머지 두 편은 어디에 있지? 나는 검색을 통해 릿터와 악스트라는 것을 알아냈다. 두 개의 과월호를 구해서 숨을 참으면서 그의 단편을 읽어댄 나는 연작소설의 전체의 구성을 알게 되고 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점점 커졌다.
나는 결국 민음사의 릿터와 은행나무의 악스트, 그리고 자음과 모음, 문학과 지성사의 문예지도 구독하게 되었다. 가만히 집에 있으면 격월간, 계간으로 문예지가 배달되어 도착한다. 그 어떤 택배를 열 때보다 짜릿하다. 새로운 책 소개도 있고 여러 작가님들이 단행본으로 출판하지 않은 산문이나 평론을 보는 맛도 엄청나다. 문학계의 얼리어답터가 되었다고나 할까.
문학에 몸담고 있는 그들만의 모임에 손님으로 참여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 요즘 퍽이나 행복하다.
작가님들은 문예지에 송고할 때도 수많은 퇴고를 거칠 텐데 그 각각의 단편을 모아 단행본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퇴고를 거쳤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요즘 애들'이 너무 좋았다고 답글을 남기니 많이 고쳤다고 기대해 달라고 하셨는데 단행본 '믿음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문예지에 실린 글과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맛도 제법 짜릿했다. 그 둘을 비교해 본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그만큼 좁은 경험을 한 사람 중에 하나가 나라는 것도 인생이 다채로워지는 기분..
내 가방에는 늘 문예지가 들어있다. 오늘 퇴근길에는 어떤 글을 만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