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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이빵 May 22. 2021

당신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요?

15시, 혹은 3시


어린 시절, 우리를 힘들게 하던 책이 있었다. 바로 수학익힘책. 영희는 달력을 찢어서 못 읽고, 철수는 소금물 농도를 물어보고, 선생님은 시계가 몇 시인지 물어본다. 시침은 숫자랑 똑같은데 분침은 왜 다른지, 숫자 사이에 걸쳐져 있는 바늘을 읽는 건 왜 이렇게 힘든지. 5시는 다섯 시고, 왜 오 시가 아닌지.




우리는 숫자를 셀 때나 일반적인 계산을 할 때 10진법을 쓰지만 시간을 셀 때는 12진법과 60진법을 쓴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4개의 손가락의 마디를 모두 합하면 12개여서라는 설도 있고, 한 해 동안 달이 바뀌는 주기가 12번이라서라는 이야기도 있다. 원을 10 등분하는 것보다는 12 등분하는 것이 간단해서라고도 한다. 60은 1,2,3,4,5,6,10,12,15,20,30,60의 12가지의 수로 나눌 수 있는 합성수이기에 쓸모가 많다.


12진법은 고대 로마의 셈법인데, 이 흔적이 남아있는 영미권에서는 1/4, 쿼터를 쓰는 문화가 있어서 1달러의 1/4인 25센트 주화를 쿼터라고 부르고 계란도 12개씩 판매하며 시간도 4로 나누어지는 15분 단위를 많이 쓴다. 배스킨라빈스의 쿼터, 하프갤런, 크리스피 도넛의 더즌을 생각해보면 12진법이 주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0진법이 중심인 우리나라에서는 10이 4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으니 250원짜리 동전도, 쿼터도 없다.




전자 제품의 종류가 많아졌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라갔기 때문에 요즘 어린이들은 디지털시계가 더 익숙하다. 디지털시계는 순식간에 시간을 바로 읽을 수 있고, 세세한 분과 초까지 바로 알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관적이고 편리하다고 여긴다. 오전과 오후를 따로 표기하지 않고 24시간 단위로 바로 읽을 수도 있다. 13시, 17시처럼.


하지만 나는 아날로그시계가 더 직관적이게 느껴진다. 시계는 10진법을 쓰지 않기에 1에서 12를 문자로 쓰는 것보다 원에서 그림처럼 4개의 구획으로 나누어보는 것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12시에서 3시는 1번 영역, 3시에서 6시는 2번 영역 같은 식이다. 어떤 영역에 속해있는 시간이냐에 따라 지금 하루의 몇 퍼센트를 썼는지 인지할 수 있다.


나는 보통 오전 6 정도에 일어나 자정 안에 하루를 마무리한다. 6시에서 9시를  번째 타임으로 보는데, 이때에는 아침 루틴을 시행한다. 간단한 정리, 출근 준비와 필사, 오늘 읽을 책들을 고른다. 출근 시간인 9시부터 12시는 점심시간 전까지 오전 업무 하는 시간. 12시에서 15시는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 하는 시간. 15시라는 기준을 지나고 나면 퇴근 전까지 얼마  남은 기분이다. 18시부터 24시까지는 업무 외적인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보통 야근, 퇴근, 집안일, 정리 등의 저녁 루틴을 시행한다. 21시부터 24시까지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있다.  9시라면 하루가    같지만 쪼개서 생각해보면 이동 시간이 포함된 아침 3시간보다   시간이다.


바늘의 궤적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에 흘러가는 시간의 움직임을 좇을 때는 아날로그시계, 순간적으로 빠르게 읽어내 시점을 기록할 때는 디지털시계에게 한 표를 주겠다.


(참고자료)

가볍게 읽는 시간 인문학 - 리즈 에버스




월요일, 글밥 작가님은 '유감'과 '죄송'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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