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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브래드슈 May 25. 2021

누난 내 여자니까

언니와 다른 누나


"아, 그럼 언니네요."

"어, 어..."


그렇게 나는 언니가 되었다. 재수를 마치고 대학에 갔지만 빠른 생일로 뭉개서 동기들을 친구로 만들고 싶었던 나에게 그녀는 매몰차게도 언니로 선을 그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빠른 생일의 서열에 있어서 여자 동생들은 깍듯하게 언니로 선을 그었다. 빠른 생일인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언니라고 안 부르면 혼날 것 같아서였을까, 본능적으로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하지만 남자 동생들은 다르다. 한 살 차이즘은 맘먹으려 들기 때문에 빠른 생일은 안쳐주려고 한다.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 노래만 봐도 알 수 있다. '너라고 부를께~'라며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언니와는 다르게 오히려 누나라고 부르면 자신이 어려 보일까 봐 한두 살 차이에는 굳이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 호칭을 고민하는 것 같다. 덧붙여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는 누나라면 더욱더 누나라고 부르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에는 존칭이 존재한다. 바로 '누님'. 동생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을 때에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단어이다. 선생님, 아버님, 어머님에 이어 누님이라는 존칭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모셔야 할 존재라는 뜻일까? 어쨌든 누나보다는 누님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동생이 원하는 바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에 비해 언니는 존칭도 없고 참으로 캐주얼하게 관계를 형성하게 만드는 마법을 가졌다. 일단 대충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면 '언니'라는 한 마디에 나는 그녀의 동생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쉽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가끔 언니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지만, 꼭 나이가 많아 보여야만 언니로 부르는 것도 아니다. 부르기 애매한 상황에서 대충 언니라고 부르며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근데 언니의 마법도 20대까지였던 것 같다. 그 시절 퇴사 후 대리님이 그렇게 언니라고 편하게 부르라고 말해도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언니라고 부르는 게 절대로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의 관계가 언니 동생의 관계로 이동하기까지는 함께 한 시간과는 무관하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듯하다.    


이렇게도 언니와 누나는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언니와 누나로 불리는 것보다는 부르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내일, 음감 작가님은 '시간' 과 '시각'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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