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돌이빵 Jun 12. 2021

오늘 서점 가지 않을래?

커도, 작아도 좋아


“광화문 교보 앞에서 보자.”

서점 앞에서 약속을 잡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서점은 약속 장소로 대단히 쓸모가 있다. 기다림을 싫어하는 이유는 기다릴 장소도 여의치 않고 할 것도 없기 때문인데, 서점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약속 시간보다 제법 여유 있게 나온 뒤 남는 시간을 서점에서 보내는 것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다.


서점에 들어가면 우선 코에 느껴지는 향부터 다르다. 어떤 장소에 갈 때 향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향이 매개체가 되어 기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 향을 맡기 위해 다시 그 장소에 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를 잘 아는지 교보문고에서는 교보문고 향 디퓨저를 만들어 시그니처 향을 퍼트리고, 판매까지 하는 전략도 내세웠다.


코가 서점에 익숙해질 무렵, 눈은 여기저기를 향한다. 가장 큰 벽을 메운 신간 서적이 어떤 것인지, 세상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이 무엇인지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가 읽은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는지 확인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종류의 서가에 가서 새로 나온 책은 무엇인지 구경하기도 하고, 표지만 보고 어떤 책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펼쳐보기도 하면 어느새 약속 시간이 가까워온다.




요즘 대형서점과는 다른 결인 독립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독립서점은 처음에는 독립출판물만을 주로 다루는 책방을 의미했지만 지역에 기반한 작은 규모의 책방을 독립서점으로 통칭하여 부른다. 2018 결성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독립서점을 이렇게 정의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서점 및 학습참고서 판매 중심의 중, 소형 서점과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단행본 도서를 주로 취급하여 지역 사회를 근간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은 책방


예상하겠지만  곳의 규모는 굉장히 작다. 체계적으로 책을 나누어두지 않았을 수도 있으며 내가 원하는 책이 모두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색깔이  달라서 서가를 보면 서점 주인의 취향을   있고, 나만의 스타일의 서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없는 보물 같은 독특한 책을 만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내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은 어떤 모습인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백과사전, 과학상식, 추리 소설, 뇌과학, 심리 에세이들을 놓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책도 곳곳에 배치해 보고 싶다.


<오래된 미래, 당진 독립 서점>


독립서점은 책만 판매하기보다는 독서 소모임을 위한 장소 대여, 글쓰기 워크숍, 북토크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날  있는 문화 공간으로의 역할도 한다. 소정의 비용으로 일정 시간 동안 책을 읽을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여기서 확장되어 독서와 숙박을 결합한 북스테이라는 것도 생겨났다. 작은 창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마음 맞는 누군가와 책을 읽는 기분이란. 책과 연결된 경험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비독자를 독자로 끌어오기도 한다.


날씨 좋은 토요일. 오늘은 집 앞에 있는 작은 서점도 좋고, 시내의 대형 서점도 좋으니 나만의 취향에 맞는 책을 한 권 발굴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동네 작은 서점을 검색해보자 : https://www.bookshopmap.com/



(참고 자료)

서점의 말들 - 윤성근

동네책방 생존 탐구 - 한미화




월요일, 글밥 작가님은 '마침표'와 '쉼표'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걱정 말아요 그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