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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Jun 13. 2021

열 번 선을 그어보니

<선 긋는 이야기> 브런치 합동 매거진을 처음 써 보니


둘 사이에 선 긋는 <선 긋는 이야기> 합동 매거진에 참여한 지 벌써 10주, 그러니까 3개월이 지났다. 애정 가득 꾹꾹 눌러 담아 보낸 시간들이었다.




<주간 선 긋는> 10호 발행

주말이 되면 우리 작가님들 글을 다시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그러고 나서 필명글의 주제를 갤럭시 노트 펜으로 써서 작가님들과 함께 하는 단톡방에 공유했다.   주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의식이었던 <주간 선 긋는>은 작가님들도 좋아해 주었지만 나 자신에게도 큰 배움이 되었다.


글을 캡처 하고 밑줄을 그으며 무언가를 배우려 의식적으로 글을 정독했다. 때때 소리 내어 글을 읽으면 밑줄 그을 문장이 더 빨리 더 많이 낚아채 졌다. 각기 다른 이야기 보따리를 짊어맨 작가님들의 선 긋는 시각이나 비유, 은유 그리고 제목 짓는 센스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또한 함께 글 쓰는 기쁨이었다.


6명의 작가님들, 6개의 무지개 색


둘만 보면 확장되는 동공

둘이 될만한 주제를 찾고 둘 사이의 미묘한 질감 그리고 둘을 하나로 모으는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현상이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고 동공을 확장시키는 습관이 생겼다.

보는 족족 갈라 치기를 해대는 통에 구글 킵이나 작가의 서랍에는 조각난 글이나 단어들이 날아 다녔다. 끝까지 붙들지 못하고 끝내 구글 킵에만 담아 떠나보낸 주제도 몇 가지 있다.

이를 테면 이런 것들.


홍합 vs 굴 : 굴이 더 실하다ㅋㅋ

남친 차 vs 남편 차

참크래커 vs 아이비

비누 vs 바디워시

코카콜라 vs 펩시

고추장 vs 된장 : 남편이 반대함

쪽파 vs 대파

쇠수저 vs 나무수저

물엿 vs 올리고당

개나리 vs 산수유

밀 vs 보리

유쾌 vs 상쾌

호들갑 vs 설레발 (김칫국?)

순수 vs 순진

모범생 vs 우등생

아리수 vs 삼다수





둘 사이를 갈라 글을 쓴다는 것

절친한 국문과 친구에게 이야기했을 때 한 가지 주제만으로 글을 쓰는 것도 어려운데 두 가지로 쓰는 건 더 어렵겠다고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한 주제에 점을 맞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달리 두 가지를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더욱 머리를 싸매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아이돌 그룹이라면 메인보컬 격인 글밥님이 발견한 책이었다. 그야말로 노다지였다.

책 <우리말 어감 사전>에는 우리말의 미묘한 차이들을 한 줄로 요약한 수십 가지의 단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시간 나면 꼭 봐야지 하고 독서 리스트에 넣어둔 책이다. 어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바로 한글의 힘이다.




구리게 써진 글에 대처하는 자세

'이거다!' 을 때 단톡방에 주제를 올린다.

막상 쓰려고 보니 그 당시 떠올랐던 영감이나 글 배치 같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고 다시 백지장 상태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쓰다가 자꾸 삼천포로 달아나는 글 세포들, 글에 영감을 주는 뇌 속 글 세포들이 정해진 주제로 오와 열을 맞춰 똑바로 나아가지 못하고 갓 입학한 초등학생들 마냥 정신없이 뛰 다닌다. 그때는 머리를 쥐어뜯거나 주제를 바꿨다.


주제를 끝내 바꾸지 않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쓴 글은 화이트와 지우개였다. 다시 봐도 다시 쓰고 싶은 글이라 몸 둘 바를 몰라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건 나만 느끼는 통증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였다.




글아! 멀리멀리 퍼져라!


 <선 긋는 이야기>의 글로 메인에 가는 경험을 해 보진 못했지만 때로 우리 글 중에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가는 날에는 내 글 처럼 반갑고 기뻤다. 


2021년 상반기에 <선 긋는 이야기>에 참여한 나 자신을 칭찬한다. 즐거운 도전이었다. 글 쓰는 시간은 고독했지만 때로는 힘들다고 칭얼 대기도 하고, 좋은 글이라고 토닥여 주며 전진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선을 10번이나 그었다.


합동 매거진 <선 긋는 이야기> 작가님들과 함께 선 긋는 시간은 앞으로 2주 남았다. 4월부터 시작한 <선 긋는 이야기>가 벌써 10주 차를 지나며 우리들의 글이 총 60개가 되었다. 벅찬 마음에 그간 느꼈던 것을 두 엄지로 빠르게 내어 보았다.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 긋는 이야기>의 남은 이야기보따리들도 기대해 주시기 바라며 읽지 않은 글이 있다면 사랑스러운 눈으로 정주행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지금까지 함께한 작가님들에게 파이팅의 인사를 전하며 수줍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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