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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정 Dec 20. 2022

3주 만의 요가, 그리고 쉼에 대하여



  심한 감기를 앓았다. 처음엔 몸의 감기로 시작해 마음의 감기로 이어진 한동안이었다. 한 3주 동안 요가를 가지 못 했다. 주말마다 가던 목욕탕도 가지 못 했다. 사람이 아프면 자기 몸을 관리하던 최소한의 것들도 못 하게 되어 더 안 좋은 상태가 되고 만다. 일단 몸에 힘을 보충해주기 위해 잘 먹는 데에만 힘썼다. 아주 많이 먹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마치 살을 찌우기 위한 시간 같기도 했다. 그렇게 근육이 빠지고 지방은 는 상태에서 어제 다시 요가를 갔다. 너무 추워서 요가를 갈 수 있나? 생각한 날씨였지만 핫핑크색 캐구를 입고 걸으니 걸을만했다. 한 십 년 전에 큰맘 먹고 산 건데 이 외투는 내가 산 옷 중에 가장 돈값을 하고 있다. 다음에 언젠가 여유가 생겨 하나 더 장만한다면 지금처럼 때가 보이는 밝은 색 말고 어두운 색으로 사야지. 좀 더 큰 사이즈 블랙.

  오랜만의 요가는 아주 좋았다. 시바난다 요가라고 요가 동작 사이사이에 사바아사사, 즉 누워서 쉬는 동작을 넣어서 수련하는 수업이라 지금의 나도 힘들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시바난다 요가를 하면 깨닫게 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너무 몰아붙이지 않아도 꾸준히만 한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몰아붙이는 것보다 리듬을 가지고 휴식하면서 지속하는 편이 효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쉬는 건 그저 쉬는 게 아니므로. 쉬는 동안 몸은 근육을 만들고, 뇌는 주름을 만들고, 마음은 깨침을 얻는다.

  고민되는 일들은 중간 휴식을 통해 정리되기 마련이다. 잠시 멈췄을 때, 마음에서 채에 건진 듯 선명해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고민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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