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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정 Dec 30. 2022

해가 뜨는 집

비록 한강뷰는 아니지만


우리 집은 남동향이라 안방에서 해 뜨는 게 보인다.

일출을 보고 있으면 해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떠오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 눈으로는 동그랗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손으로는 키보드를 보지 않고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구름 때문에 아래가 잘려있던 해가 몇 자를 치는 사이에 동그래지고 그 동그라미가 금세 또 커지고 밝아져서 이제는 눈으로 똑바로 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뜨는 해를 보면 가슴속까지 환해지는 기분이다.

인간이 만든 빛들 중에는 인간의 영혼까지 밝힐 수 있는, 이런 빛이 없다. 기술은 아무리 발전해도 원래 우리에게 주어져있는 값없이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연을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아침마다 뜨는 해는 ‘신은 죽었다’고 선포한 인간의 자신감이 실은 어리석음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매일 빨리 일어나 일출을 보는데 온 집안이 붉게 물드는 걸 보고 있으면 새벽까지 쓰고 늦게 일어나던 때에는 알 수 없었던 충만함을 느낀다.

정말 이건 일출에만 느낄 수 있는 ‘아침의 기운’이다.

할 수만 있다면 빨리 깨는 게 좋은 것 같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인 일몰과 일출을 모두 즐기려면 역시 해뜨기 전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쓰는 사이 뜨던 해가 구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뒤, 다시 구름 위로 솟아올랐다.

지금이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다. 지금 사진을 찍으면 모든 게 예쁘게 나온다. 언덕을 지나는 세차를 하지 않은 차들조차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들 덕분에 예뻐 보인다.

해 뜨는 걸 볼 수 있는 집에 살아서 행복하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한강뷰 집은 아니지만, 매일 뜨는 해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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