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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Feb 13. 2024

넷플릭스 레슬링 중계를?  영화 대신 스포츠일까

콘텐츠 카트 11

해당 글은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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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넷플릭스의 23년 4분기 실적과 콘텐츠 업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각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톺아보려고 해요.

이 뉴스레터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다뤘던 것이 넷플릭스 전략을 살펴보는 것이었는데요. 그 사이 넷플릭스는 어떤 성과를 냈을까요? 전략에 변화를 줬을까요?



오늘의 카트 목록

1.23Q4 넷플릭스 실적 요약

2.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효과

3. 대응 전략 : IP 다각화(게임, 경험콘텐츠) 그리고 스포츠

4.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전쟁

5. 버려진 영화?



넷플릭스가 역시 넷플릭스 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실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했다. 보통 넷플릭스는 빅테크 중에서 매분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고는 하는데요, 결과가 정말 훌륭했죠. 지난 4분기에 13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추가로 확보했는데, 코로나가 한창이던 21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예상치가 8~900만 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죠. 실적을 뜯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PS : $2.11 < $2.22 (miss)

매출: 88억 3천만 달러 > 87억 2천만(beat) +13% 성장

영업이익 15억 달러 +100% 이상 증가

구독자수: 1,310만 명 > 예상 800~900만 명(beat)

*지난 분기 876만 명에 이어서, 이번분기 1310만 명 추가!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2억 6,080만 명으로, 최대치

마진율 17% (+10pp Y/Y) : 지난 분기 22.4%


매출도 두 자릿수로 성장했죠.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광고 매출은 매번 비교가 되는데,  이번 분기는 유튜브가 따라잡은 모습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입니다.




광고 요금제 통하네

넷플릭스의 총 구독자수는 현재 총구독자수 2.6억 명가량입니다.


ARM(Average Revenue per Membership)은 1%가량 상승했는데요. 지난 18개월 동안의 제한적인 가격 인상, 그리고 2023년 초 일부 국가에서의 가격 인하 등으로 인해 "대략적으로 전년 대비 평평한" ARM을 얻었으나, 환율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더 컸을 거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광고요금제와 같은 저렴이 요금제 여파도 있겠죠. 40% 신규 가입자가 광고요금제에 가입한다고 하니까요. 그럼에도 상승세를 유지한 것만 해도 성과라고 보입니다.


‘요금제 인상(베이직 요금제 폐지 포함) + 계정 공유 금지 + 광고요금제 확대’라는 3종 세트가 잘 작동한 것 같죠.


특히 광고 요금제의 경우는 경기 침체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각박해지고, 구독 취소가 활발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 꽤 합리적인 대안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조사에 의하면 같은 구독 서비스를 1년간 유지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79% 라면, Z세대는 37% 라고 하죠)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신규 구독자의 25%가 광고요금제를 선택했던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40%까지 올라왔죠. 전 세계적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가 2,300만 명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11월에 보고한 1,500만 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렇게 광고 요금제 구독자수를 야금야금 모은 넷플릭스는 광고주들에게 더욱 형태의 광고를 개발 중인데요. 브랜드와 어울리는 콘텐츠에만 광고가 표시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하고, ‘타이틀 스폰서십’(제목광고) 등 광고상품을 다양화한다. “넷플릭스와 협력해 브랜드의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관련성 높은 콘텐츠와 (광고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중”이라고 하죠. 넷플릭스의 올해 광고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 3천240억 원)로 예상이 된다고 해요.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하네요.



넷플릭스가 쏘아 올린 광고요금제 - 아마존의 경우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도입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제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 분위기예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까지도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으니까요. (이제 유일하게 광고 요금제가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애플TV뿐입니다. 애플은 요금인상만 단행했습니다.)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월 2.99달러(약 3천959원)를 추가로 내야 하고요. 미국을 시작으로 연내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로 확산 적용될 예정이라 합니다.


아마존은 지난 4분기 광고 매출이 147억 달러(약 19조 6천171억 원)에 이르는 광고계의 대어인데요. 전자 상거래가 주 매출원이지만, 전 세계 클라우드 1위 기업이기도 하고, 광고매출로 20조 가까운 돈을 버는 대단한 회사입니다. 이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올해만 20억 달러(약 2조 6천480억 원)의 광고 매출을 거둘 것으로 관측이 된다고 하네요.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 주는 혜택으로 프라임 비디오를 운영해오고 있는데요. 아마존 프라임의 구독자를 늘리면서 해지를 막기 위한(락인) 기능이 가장 핵심이었습니다.  애초에 넷플릭스와 스튜디오들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와는 목적 자체가 다르죠(쿠팡도 아마존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광고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방편이었을 겁니다.


아마존의 광고요금제가 특이한 점이 있다면, 기존 모든 이용자를 광고 요금제로 ‘격하’ 시켰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추가 요금제를 내야만 광고를 없애주는 것이죠. 기존 옵션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광고 있는 요금제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와는 다른 길인 것을 알 수 있어요. 이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하나의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라기보다는 아마존에서 주는 ‘서비스’ 였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 OTT 중에서는 처음으로 티빙이 3월부터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를 내놓습니다. KBO 독점 중계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등 올 한 해 티빙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되네요.




선제적 대응으로 훌륭한 성과를 보여준 넷플릭스는 앞으로의 투자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죠. 2024년 콘텐츠에 대한 현금 지출이 최대 170억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이는 지난 분기 말했던 금액과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디즈니플러스나 다른 ‘효율화’를 핑계로 금액을 줄이는 와중에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만큼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을 겁니다.


Viacom과 CBS의 합병, 디즈니와 폭스의 합병, AT&T의 워너 브라더스의 인수 계약, 거기에 워너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의 합병 얘기가 오가는 와중에, 넷플릭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는데요. 스튜디오 M&A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어요.


”우리는 인수합병에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이미 일어난 합병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간의 추가 M&A가 경쟁 환경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저는 이 말을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겠다.” 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요. 구독 플랜을 다양화하는 것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결국엔 뭐니 뭐니 해도 ‘콘텐츠’고.  넷플릭스만의 오리지널 킬러 콘텐츠의 팬덤을 만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재미 거리’를 줌으로써 넷플릭스를 계속 이용할 이유를 만들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인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IP 다각화 - 게임, 경험 콘텐츠 그리고 스포츠


여전히 게임을 포기할 수 없다

21년부터 도입 후 큰 성과가 없어 보였던, 게임도 점차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까요. 현재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IP 기반 게임을 88개나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징어 게임> 기반의 게임도 24년에 출시 예정이라고 하네요.




경험 콘텐츠

넷플릭스는 몇 년 전부터,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자체 IP를 활용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있는데요. 기존 팝업 형태로 진행했던 오프라인 매장도  '넷플릭스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25년에 미국에서 열 것이라고 하죠. 넷플릭스 복합문화공간, 디즈니테마파크를 위한 실험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작년에는 국내에서도 오프 매장을 여는 문제를 논의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IP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도 적극적입니다. 월마트 웹사이트에 디지털 스토어로 시작한 넷플릭스 허브(The Netflix Hub)는 미국 2,400개 월마트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해 있고요. 지난해엔  ‘원피스’ 실사판 시리즈 공개 시점에 맞춰 캐릭터 피겨, 열쇠고리, 초콜릿,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와 협업한 티셔츠 등 온갖 굿즈(관련 상품)를 판매했습니다.


한편, 한국 넷플릭스는 GS25와 협업해서 스낵 위주의 PB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죠.

마리안 리 넷플릭스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열성팬들은 멈추지 않는 식욕으로 내놓는 콘텐츠를 모조리 먹어 치운다”며 “굿즈와 체험 마케팅은 우리가 팬과 교감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최근에 영상 콘텐츠 상품은 영상 기획 단계부터 제작자와 협의해 굿즈를 준비한다고 해요. 넷플릭스가 시리즈 <웬즈데이>의 굿즈 판권을 미리 확보를 못해뒀다가, 뒤늦게 라이선스를 사들이는 바람에 초기에 굿즈 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큰 실수를 저지른 후의 변화라고 하네요. 콘텐츠 커머스는 돈이 되는 사업인 것입니다.





스포츠 중계도 통할까?

사실 이번 넷플릭스의 실적만큼이나 주목받았던 계약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 중계, 즉WWE와의 10년 독점 중계권 확보였어요. 본격적으로 스포츠 중계에 진출하겠다는 선전포고였지요.  규모가 자그마치 6.7조 원 규모고, 1년 후인 25년부터 전 세계 라이브가 중계되는 내용의 계약이라고 해요.


그간 넷플릭스는 다른 스트리밍서비스들이 출혈경쟁을 하며 스포츠 중계 판권을 사들일 때, 한 발짝 물러서 있었는데요. 그 대신 직접 스포츠(골프, F1, 테니스 등)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팬을 유입시키고, 관련된 스포츠의 대회를 직접 개최하여 이를 독점 서비스하는 식으로 우회전략을 폈습니다. 그런데, 이번 WWE의 경우는  제대로 된 첫 스포츠 라이브인 셈이죠.


하지만, 넷플릭스의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이번 계약이 앞으로 비싼 스포츠 중계권 확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WWE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이며,  WWE Raw는 (그간 서비스했던) Formula 1의 반대”라고 언급했습니다. WWE는 미국에서 인기가 있고 해외 청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이번 WWE도 ‘스포츠 중계’보다 WWE의 IP를 활용해서 캐릭터 중심의 영화나 시리즈를 개발하는 것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영화, 드라마, 다큐, 애니메이션, 게임 그리고 스포츠까지. 구독자 수의 정체를 걷던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계정 공유 금지로 기대 이상의 도약을 했습니다만, 앞으로도 더 많은 구독자가 필요합니다.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 될까요?



스포츠 중계 전쟁

스포츠 중계권은 지금 스트리밍 업계의 큰 이슈입니다. 애플은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마존과 유튜브는 미국 풋볼 리그(NFL) 중계권을 사느라 막대한 돈을 투자했죠. 점차 규모의 경제 아래 치킨 게임이 되는 양상이었어요.


방송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 중계는 최근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요. 드라마, 영화 등 온디맨드 중심이었던 OTT가 이제 스포츠 콘텐츠를 성장동력으로 여기면서, TV만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긴 합니다.

디즈니의 인도 사업부문인 스타인디아 채널은 ‘알짜’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인도 크리켓 리그인 IPL의 중계권을 잃으면서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수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던 적이 있었죠. (23년 1분기에는 인도에서 380만명이나 감소했습니다)



워너, 디즈니, 폭스 공동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이런 상황에서 워너, 디즈니, 폭스가 공동으로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소식은 납득할만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스포츠 중계권은 급등하는 반면 케이블 시청자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전략이었던 것이죠.

디즈니의 ESPN,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TNT와 TBS, 폭스의 FS1와 FS2 등의 케이블방송 스포츠 전문 채널들이 서비스된다고 합니다. 아직 해당 플랫폼의 이름과 구체적인 요금제 가격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디즈니와 폭스, 워너가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소유한 다 고해요.


3사가 중계권을 지급한다면 확실히 부담도 줄고, 구독자 입장에서도 윈윈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 와중에 디즈니는 ESPN의 독점 스트리밍서비스도 그대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밥 아이거는 3사의 공동 플랫폼과는 다른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선을 그었습니다. 그간 디즈니는 ESPN+를 통해 이미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ESPN의 일부 콘텐츠만 제공되며, 월요일 밤의 축구 등 네트워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이브 스포츠는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이 모든 것을 다 포함시킨다는 걸까요?




‘괴물’ 이 되거나 ‘바보’가 되거나

디즈니의  ESPN 전용 플랫폼 론칭이라니,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 3사의 공동 플랫폼은 ‘괴물이 될 수도 있고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디즈니는 둘 사이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온디맨드 옵션(라이브 말고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경기를 볼 수 있는 형식)을 제외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럴 경우는 3사 공동 플랫폼의 매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게다가 NBC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의 스포츠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죠.


다만, 해당 플랫폼의 구독 요금제를 30~50달러가 되리라 예상는 가운데,  YouTube TV의 월 72.99달러보다 훨씬 저렴한 선택지가 될 것 같긴 합니다. 디즈니, HBO MAX 등에서 번들을 제공하는 형태로도 서비스 가능할 것 같고요. 그래서 케이블 TV 업계를 위협하는 “괴물” 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버려진 ‘영화’?

사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며 승승장구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 워너(WB), 파라마운트 등 미국 대형 스튜디오들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스트리밍 부문에서는 넷플릭스, 워너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죠. 미국에 한정한다면, 영화 박스오피스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한 게 맞지만 TV 쪽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파업으로 인한 제작비 증가도 무시할 수 없죠.


네, 스튜디오들은 방송사와 한 몸입니다. abc는 디즈니의 자회사고, CNN이나 HBO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산하이며, CBS는 파마라운트의 자회사고, NBC는 NBC유니버설의 계열사입니다.


미국은 잘 버티고는 있지만 양적 완화로 시장에 돈이 풀리던 시기도 아니기도 하고요. 비용을 절감하고 버텨야 합니다. 코드커팅으로 TV 시청자들이 OTT로 갈아타면서, 시청자수는 줄고 광고매출도 줄어든 상황. WB는 DC유니버스의 구원투수였던 <아쿠아맨>마저 망하면서 힘들어졌고요. 파라마운트는 2년 전 <탑건 매버릭>으로 큰 수익을 얻긴 했습니다만, 부채로 허덕이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래서 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았고, 스카이댄스 미디어, 워너브라더스 등이 파라마운트의 인수 주체로 거론되고는 했죠.


TV든, 영화든 하나는 문제가 없어야 했으나 모두 삐걱거리니 문제입니다. 특히 각 스튜디오들의 중요 먹거리였던 영화가 예전만 하지 않다는 게 큰 문제죠.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의 글로벌 영화 부문 책임자인 스콧 스투버가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이 들렸는데요. 스투버는 영화계와 넷플릭스를 잇는 이상적인 인재라고 불리던 사람이었습니다. 시청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많은 영화를 극장 개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죠(이에 반해 테드 사란도스는 영화의 극장 개봉에 회의적입니다)


그가 떠나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고비용 저효율, 2시간의 러닝타임에 수백수천억을 쏟아야 하는 영화가 아닌 10편짜리 중간 규모의 시리즈를 더 만드는 편이 유입과 리텐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요.


2024년 넷플릭스 한국 라인업을 봐도 시리즈, 예능 등을 대폭 강화한 것을 볼 수 있지만 오리지널 영화의 수는 줄었죠. 넷플릭스 입장에서 단순 러닝타임 기준으로 봐도 영화는 그리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아닌 겁니다. 앞으로 오리지널 영화 제작에 더 소극적일지도요.




이에 반해 디즈니는 <모아나 2>를 디즈니플러스의 시리즈가 아닌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공개하기로 했죠. <모아나>는 2016년 개봉해 6억 8,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디즈니플러스에서는 2023년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영화(116억 분 시청)였다고 합니다.


분명 올해 라인업에는 없던 작품인데 갑작스러운 발표라니, 신기했습니다. 밥 아이거에 의하면, <모아나 2>의 초기 버전을 시청한 경영진들이 이건 극장 영화로 개봉해야 해! 라며 의견을 모았고, 개봉이 결정됐다고 하는군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즈니의 전략은 더 이상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콘텐츠 제작이 아니며, 어떻게 하면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로 변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팬데믹 이후 실험을 거친 후 그간 디즈니가 가장 잘해오던 것(극장-홈엔터-디즈니플러스 데뷔-2차 저작물 등 소비재까지의 플라이휠)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단 것이죠.




결론

한국 영화계는 홀드백 이슈가 한참이죠. 콘텐츠 소비의 변화는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입니다. 왜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오지 않는지, TV로 시청하지 않는지를 탓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똑바로 직시하지 않고 자꾸 다른 곳에서 찾는 것 또한 안타까운 상황으로 보이고요. (홀드백 이슈 관련해서는 추후 다뤄보겠습니다.)


The Verge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케이블 TV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크게 투자하기보다는 타사의 이미 성공한 콘텐츠에 의존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죠. WWE 중계권도 그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요.


전 세계 시청자들의 TV가 되고 싶은 넷플릭스, 극장 개봉을 버릴 수 없는 디즈니, 버텨야 하는 다른 스튜디오들.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번 회차를 작성하는데 유독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일단 소화할 내용이 워낙 방대한 데다(TMI지만 컨디션도 좀 문제가 있었습니다 ㅎ), 실시간으로 디즈니 실적 발표를 전후로 다양한 이슈들이 터지는 바람에 이것도 담고 저것도 담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양해의 말씀드려요.

그리고 언제나 피드백은 환영입니다.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콘텐츠 카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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