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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Jun 17. 2024

[리더십] 누벨로 왕국

전략컨설팅[H] 한봉규 

1889_Walter Crane - How Does My Ladys Garden Grow from Walter Cranes Painting Bo - (MeisterDrucke-67




실리콘 헤이븐에 명왕성의 누벨로 왕국 국빈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궁금증과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습니다. 


특히 누벨로 왕국 최고 유행어에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왕비 먼저 ~', 이 소식은 실리콘 헤이븐의 가십 거리에서 논쟁까지 번질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도 하던데,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누벨로 사람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국빈 방문 당일, 빌도르 왕은 마중하기 위해 성문까지 나아갔습니다. 마차가 마침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자 손을 흔들며 등장한 사람은 누가봐도 여성이었습니다.


순간 빌도르는 '여성이 국왕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데,' 속으로 말을 삼켰지만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먼저 내린 여성이 빌도르 왕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고, 이어 두번째 내린 남성이 다가와 '왕비 먼저~ '라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 찰나 빌도르는 이 남성이 국왕 누벨로라는 것을 알고는 손의 방향을 어디로 해야 할 지 우왕좌왕 하던 끝에 누벨로 왕 말대로 손을 내밀려던 순간, 빌도르 아내 엘리시아가 누벨로 왕의 아내 리리아의 손을 잡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빌도르는 누벨로 국왕의 손을 잡고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이 광경은 실리콘 헤이븐 대신들에게 충격과 당혹감 이었지만, 누벨로 사절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급적 리리아 뒤에 서 있었습니다. 




국빈 만찬 후, 양국의 우호를 기념하기 위한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누벨로 국왕이 사진 밖으로 나가 버린 것입니다. 빌도르 왕 곁에는 리리아가 서 있는 것입니다. 누벨로 왕에게 여러차례 중앙에 설 것을 요청했지만 '왕비 먼저~'라는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진 찍기 직전 리리아 왕비는 사진사 신호를 잠시 제지하자 뒷줄에 서 있던 수행원이 건넨 가면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 무례함을 빌도르는 참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실리콘 헤이븐을 발칵 뒤집어 놨습니다. 실리콘 헤이븐의 문화와 가치관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곧바로 누벨로 왕국의 무례함이 전파를 타고 퍼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저녁에 시내 곳곳에서 누벨로 왕국 사절단을 봤다는 목격담이 쏟아졌고, 그때마다 검은 망토를 걸치고 흰수염을 목에 두번 감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괴괴한 말을 하는 노인이 가면 쓴 사람과 함께 쏘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여러 상점을 방문했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이런 푯말이 붙었습니다. '모든 물건이 동이 나 한 달 후에 가게 문을 열겠습니다'.




빌도르는 매일 같이 쏟아지는 검은 망토 흰수염과 가면 얘기로 화병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심한 굴욕감을 느낀 빌도르는 태양계 연합에 명왕성의 누벨로 왕국의 만행을 보고하고 퇴출 운동을 청원하기로 했습니다.하지만 엉뚱하게 명왕성을 태양계에서 제외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빌도르는 망연자실했습니다. 태양계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모든 것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실리콘 헤이븐의 대신들은 그런 빌도르를 자제시키려고 안깐 힘을 쓰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누벨로 왕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왕은 소신이 있어야 한다는 용의 계시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대신들 사이에서 이번 실리콘 헤이븐 방문 외교에서 누벨로 왕국이 너무 무례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고 있지만, 누벨로 왕은 그 상소는 반역자를 처단해 달라는 충신의 청이라며 자신의 친위 부대인 '가야비네토'를 동원해 징벌하여 왕국의 위성인 히드라로 추방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가야비네토의 활약이 고점을 향하고 있을 때 빌도르의 활약에 힘입어 태양계 연합회는 누벨로 왕국을 퇴출하기로 선언했습니다. 




누벨로 왕국은 곧바로 모든 나라와의 교역이 즉각 중단되었습니다. 당장 태양 에너지가 끊겼고, 수성에서 들어오기로 한 물 공급 함선이 천왕성에서 되돌아 갔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기술적 퇴보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누벨로 왕은 태양계 연합의 카르텔이라며 맹비난할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누벨로 왕국만의 독특한 광경이 있습니다. 왕이 분노를 표출할 때마다 개들이 밤새 짖는 것이었지만 누구네 집 개인지는 몰랐습니다.


이 소리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누벨로 성의 가장 높은 첨탑에 사과를 꽂아 두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마법 같은 일은 오로지 리리아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벨로 왕국 사람 모두는 리리아의 눈 밖에 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습니다. 누벨로 왕도 그중 한 사람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 날도 그렇게 개소리가 잦아 들었고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첨탑을 청소하러 들어 간 청소부는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검은 비단으로 만든 가면이었고, 가면 안쪽에는 오방색 실로 '리리아 꺼'라는 글자가 수 놓여 있었습니다.



#실리콘헤이븐 #빌도르 #누벨로 #리리아 #검은망토 #명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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