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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동삵쾡이 Dec 31. 2019

청계천 산책 시뮬레이터

남들 데이트하는데 잘못된 장소에 끼인것 같아서 슬픈 직장인의 청계천 관람


가끔 아저씨는 사진은 그럭저럭 볼만한데 멘탈은 왜 그모양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알면 나도 고쳐서 사람도 잘 만나고 여자도 사귀고 했겠지 

아무튼 엊그제는 퇴근을 평소처럼 하고 아무도 없고 불꺼진 내 작은 방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데 

갑자기 너무 슬픈 기분이 드는거야 

이 좋은 연말분위기에 왜 나는 방에 틀어박혀서 

바벨프레스 5세트 케틀벨 스윙 5세트를 한후 

VR세계에서 미소녀의 탈바가지를 쓰고 엉덩이 흔들생각만 하고 있는가 

그래서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짊어지고 보일러를 외출에서 조금 올려놓고 방을 나섰어 


밤공기는 차가운게 아 겨울 맞긴하구나 싶은정도 였지


니네들도 느끼겠지만 요새 이 날씨가 겨울 맞긴 하냐 

영상 10도씩 막 올라가고 지금 12월 말인데 눈이 제대로 한번을 안와 

이게 나라냐 ㅅㅂ 


아무튼 평소처럼 광화문 정류장에 내려서 익숙한 길을 건넌다 

나도 처음 사진에 재미 들리고 여기저기서 작가님 작가님 소리 들으니까 우쭐해서 

언젠간 남의 돈으로 일민 미술관같은데서 사진전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병신같은 망상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었다 

병신같은놈... 


그래도 요새는 우울한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 

너희들중에도 우울하고 가라앉은 삶을 사는애들이 있을텐데 

그래봐야 변하는게 없는걸 가장잘아는 사람들이 우리야 

그냥 할줄 아는거 하고 밥벌이 될만큼 벌어서 가끔 맛있는거 사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좋은곳에 가고 

무리하지 않는 삶이 주는 행복감을 찾자 

내가 별로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것중 하나인 사진찍기의 결과물에 

니네들은 1분에서 15분정도의 시간을 기꺼히 버려주잖아 

다들 구르는 재주는 있겠지 

정없다 싶으면 10시간 연속구르기 같은거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려봐 누가아냐 


청계광장으로 가려는데 벤츠가 한대 전시중이었다. 

처음보는 모델인데 둥글둥글하니 이쁘네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라 뭔가 막 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갈 타임에는 성악가 두분이 노래중이셨는데 

요새 고막이 안좋아서 귀아프더라 


모자이크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조형물 얼굴을 모자이크 해놨네 ㅋㅋㅋㅋ 

아무튼 청계광장의 모습 

주말이 아니라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혼자 온사람 찾기가 쉽지 않더라 


사진찍는 사람 틈바구니에서 최대한 사람 적게 한컷 찍음 

노이즈가 심하네 카메라 바꾸고싶다 


아무튼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청계천 하단으로 내려간다 

그래도 사람 적은편이었어 이날이  


크리스마스 당일 촬영을 간 동호회 회원 박모씨(33세,기혼) 의 말을 빌리자면 

"분명히 앞으로 가고는 있는데 사진 구도가 계속 같아요" 

" 모전교에서 광통교까지 20분이 걸렸음" 

참고로 모전교에서 광통교는 100미터가 조금 넘는다 

고로 개붕이여러분들은 추운데 고생하지 말고 이렇게 사진을 보면서 집에서 쉬면 됨 

어차피 같이 갈사람 없잖아 니네도 


같이갈 사람 있는 새끼들은 가라 

두번가라 

기혼에 피부양자 있는 애들은 유모차까지 가져가라 

꼭 가라 3일까지 한다  


여기 보고 꼭 동대문까지도 걸어가서 서울라이트도 봐라 

꼭이다 


여기 몇년전 이맘때에 당시 (나만 썸이라고 생각했던) 썸녀와 왔던 기억이 갑자기 생각나서 

잠시 미련을 토해내는 시간을 가졌다 

정리한다고 그날 찍은 사진들도 다 지워버렸었는데 

멍청한 새끼가 클라우드 연동한건 잊어버려서 클라우드 동기화 프로그램이 다 복원 해놨음 


다들 누군가와 같이 나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것 같은데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건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 사진사분들과 나 

가끔은 내가 뭔가 너무 터무니 없는걸 바라기때문에 내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퇴근하고 맥주한캔 하면서 오늘은 이런일이 있었다 저런일이 있었다 얘기 나누면서 등을 맞대고 음악 좀듣고 

자기전에 잘자라고 인사나눌 사람하나가 참 힘든거같다 

기혼 개붕이들은 대단한 사람들 같음 

나도 리얼돌을 하나 사야겠다 


왜냐하면 나는 시팔 뒤질때까지 누구한테 사랑받기는 글러쳐먹은거같으니까 

전에 친구도 하지말라고 누차 말했는데 그날도 여지없이 술쳐먹으니까 

"살빼고 관리하고 하면 될거다 가서 옷도 좀 사입고 달리기도 좀 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시팔 해봤는데 똑같더만 뭐 얼마나 더 하라고 그지랄이냐고 

더 조언하고싶으면 개새끼야 견치석에 얼굴로 6층높이정도 다이빙 하고 와서 말해라 그래야 나랑 동점이니까 

하니까 그이후로 삐져서 술모임에 나오질 않는다 

잘생긴새끼가 속만 좁아서 개같은놈 

와이프 4쌍둥이 임신해라  


아무튼 그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면서 인파를 따라 천변을 걸었다 

요새 기분을 장황하게 늘어놓자면  

어릴때 달리다가 성대하게 넘어져서 부다닥 갈아버렸을때 있잖어 

그때랑 비슷한거같아 

사실 그렇게 아픈거같지는 않은데 넘어진게 너무 억울하고 무릎은 깨져서 피는 질질 흐르고 

바닥은 왜이리 딱딱한거야 으어어 시발 ㅠㅠ 하는 그런느낌이지 

당연한건데 괜히 억울하고 뭐 그런기분 


다행히 올해조사결과 미혼율이 40퍼센트대에 육박한다고 하니 

선택을 못받았거나 하지 않은 남성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멀쩡한 1인분인척하면서 살면 당분간은 괜찮을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며 

실천의 시간이야  


청계천 올때마다 생각한거지만 참 잘 파냈다 생각이 든다 

복개 해놓은 상태의 황학동 가본애들 있나 모르겠지만 

그때는 진짜 좀... 

오죽하면 지하에서 악어새끼가 나왔겠냐  


더 얘기하면 옳그떠가 연상되므로 여기까지 줄인다 

해년마다 등축제니 연등제니 ㅇㅇ축제니 이렇게 해줘서  

가끔이지만 약속 없어도 여기저기 갈 구실을 만들어주니 나는 고마울 따름이다 


굴뚝으로 무단 침입하는 붉은옷의 변태 할아버지 

착한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의심쩍은 주장을 하며 가택무단침입을 한다 

그냥 범죄자 아니냐 


얼마전에 깨먹은 다스부츠 생각이 난다 

설거지 하다가 길쭉한 솔로 문지르다 유리 터트림 

손 베여서 이렇게 되었었음 


참고로 나는 생일이 12월 24일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이렇게 두개의 선물을 나눠서 받은적이 없음 

늘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선물은 강제로 퓨전을 당했다 

문제는 이새끼들이 합쳐져도 드래곤볼처럼 세지는건 아니라서 

그냥 1+1은 1이었음 


올해도 다가고 이제 2020년이 온다 

다들 새해 소망은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내 새해소망은3가지 준비해봤는데 

사람답게 살기 

남 탓 그만하기 

연애할 여자사람 구하기  

이상이다 

아마 대부분 연초에 포기하겠지만 


솜 엉성하게 올려놨는데 그게 나름 또 맛이지 

너무 리얼하게 만들면 이런건 좀 재미없음 


올해는 아마 한화가 스폰서 였나보다 

구석구석 있더라고 한화 간판  


위에 달린 열기구모양들이 바람때문에 좀 흔들리더라 

삼각대를 가져갔으면 좋았겠지만 

내 카메라 가방은 9킬로 가까운 무게라 

삼각대까지 달면 거의 예수 십자가 메고 골고다 하이킹 하는 느낌같이 되기때문에  

참아야 했음 


그래도 조지진 않았음 


조명으로 길게 터널같은거 해놨더라고 

사람없으면 이뻤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윗부분만 봤음 


나팔부는 유사조류 새끼들이 보인다 

이따 찍어야지 하는 느낌의 한컷 


몰랐는데 뒤에 bts 팬덤어디서 세팅한거같은 조명이 있더라 

이것도 그중의 일부같음 

나 어릴때는 풍선색 갖고 싸우는 애들 많았는데 겹치면 막 저쪽애들 끌고가서 줘패고 그러더라 

요새아이돌 하도 많아서 이름 들어본 애들 몇개 아니면 잘 모르겠는데 

이게 나이쳐먹는 증상인가 싶더라고 

아닌가 그냥 관심이 없는건가 

요새 딱 보고 어 저거 쟤네 하는건 모모랜드 탈출한 연우밖에 없음 

그나마 천리마마트 드라마 봐서 알았음 


아무튼 나랑 연관이 없을것 같은 거대한 하트를 지난다 

앞으로는 커플용 조명이 없었으면 했음 


천사랑 백곰은 무슨 조합인건가 

천사따로 앞에 집하고 백곰 세트인건가 

그보다 저 조명 만든저거 뭐지  


어디서 많이 본 재질하고 질감인데 

뭐더라 하고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곰시키들 

곰아니고 거대한 개미햝기 같이 생겼음  


옆에서 봐바 개미햝기 같지 않냐  


중국인 두분도 계셨다 


아 이거 그거로 만들었는데 

뭐였지 그거 아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아 맞네 이거 그거네 

천사채 아니냐? 

회 바닥에 까는 그거  

그거같은데  


사람들 지나가는 틈에 별사진 한장 

오래 기다렸다  


중국인에 이어 일본인도 있었음 

비하하는게 아니고 일본인 한그룹이 지나가면서 서로 저거 닮았다고 디스하면서 지나갔음
 

다들 닮으셔서 부정을 못하겠더라  


시슴....시슴을 조심하십시오  


사실 이글을 쓰려고 사진하고 노래 초이스를 8시쯤 한거같은데 

아직도 쓰고있다 

오늘 글이 스피드하게 쭉쭉 안써지는걸보니 보는 너희들도 별로 재미없을것 같기도 하고 


주인님 그거하자 그거 낑낑 

아 오늘 글되게 안써지네 개같은 드립만 생각나고  


참고로 나는 천주교 냉담자이고 세례명은 임마누엘이다 

저분도 이름이 임마누엘임 

에로영화 제목은 "엠마누엘부인"이고 

다른거야 다른거 

참고로 저 에로영화는 에로지만 상당히 명작이다 

한번 봐도 괜찮음 


예수도 나처럼 생일날 3명이 선물 3가지만 들고 왔다 

크리스마스선물 안갖고 옴 치사한놈들 


어릴때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잘 자라났는데  

지금은 왜 이모양일까 

성당 열심히 다녔으면 신부님이 선이라도 한자리 잡아줬으려나  


외할머니 살아계실때는 성당 매주 가서 기도도 하고 그러셨었는데 집안어른중에 제일 일찍 돌아가시고 나니까 

나도 이상하게 안가게 되더라고 

당시에는 군복무중이라 가는게 시간도 잘가고 작업도 빠지고 좋았는데 

그냥 안가게되었음 


추워서 보일러를 올리고 밥먹고 오니까 벌써 열시가 다되어간다 

내년 소망이나 그런거 준비들 잘 해뒀다가 새해 첫날에 기도들 잘하고 

다음날 잊어버리자 

될놈은 어차피 되고 안될놈은안돼  


보라색 뭔가가 매달려있더라 

여기가 bts 그거였음  


어린 중국 여성층이 많았음 아마 그 팬클럽뭐시기 그런거겠지 

소망을 적어서 떠내려 보낸 연등들은 불과 10미터 정도 내려오면 여기 그물망에 다 걸려있게 되어있었다 

어차피 안되는건 안된다는 교훈을 심어주려고 한것같다 


딱 봐도 지금까지랑 뭔가 다른 분위기잖어 

방탄 그거임  


뒤에 따라오는 할아버지 한분이 오늘 본 유일한 솔로플레이어였음 


아무튼 이렇게 대충 구경을 하고 빠져나와서 집에왔다 

밥은 제육덮밥 먹었어 

사진이없네 


을지로쪽으로 지나서 버스타러감 


여기서 버스를 타고 그냥 가려다가 

갑자기 동대문에서 내려서 동영상을 한편 찍었다. 

서울라이트라고 DDP 에서 하는 행사인데 

번쩍번쩍 하는거 좋아하는 친구들은 한번 가봐 1월 3일까지 한다   

춥다고 퇴근이나 방과후에 집에가서 웅크리지말고 

다들 폰있잖어 

어디 느긋하게 산책도 하고 사진도 좀 찍어보고 그래 

사진이 생각보다 좋은 취미야 돈도 안들고 

다들 일요일인데 마무리 잘하고  

내일또 한주 열심히 살자 

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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