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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동삵쾡이 Jul 06. 2020

서부이촌동

과거가 후회돼서 이불에 싸커킥 차는 직장인의 서부이촌동 산책

https://youtu.be/SGQs3wk4SBg


좋은 노래 소개해준 개붕이가 있는데, 

마침 찍어온 동네도 이 노래랑 어울리는 동네라 같이 한번 묶어봤어 

이동네가 나한테는 점점 잊혀져 가는 후회스러움의 박제 같은곳이거든 

 다녀와서 사진 정리를 하면서 이 노래를 틀어놨는데 몇번이나 마우스 던지고 술 따라왔는지 모르겠네 

요 며칠새에 사진이 없는 글을 봤던 개붕이들은 아마 내가 취해서 대충 올린 사진을 봤었던걸꺼야   

사회 초년생때 멋모르고 나갔던 일본 문화 교류회같은데가 있었어 

그...왜...일본 여성에 대한 환상같은게 나같은 개붕이들한테 있는 경우가 있잖아 

착하고 지랄안하고 작은거에 기뻐해주고 그런 스테레오 타입

(그런사람이 있긴 하더라 근데 한국여성도 그런사람 많음..) 

아무튼 그렇게 나간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오늘 주로 나오는 여자분이야  

이친구랑 한때는 결혼도 생각할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인연이 아니었는지 지금은 현지로 가서 결혼해서 잘 산다고 가끔 연락이 오곤해  

아무튼 한 두어시간 걸어서 돌아다닌 서부 이촌동 구경을 해보자

(서부이촌동이라는 동네가 있는건 아니고 그냥 이촌동(서쪽) 같은거야) 


아마 회사에서 시차를 썼던거같어 

원래는 그냥 해지는 사진이 찍고싶었는데 정작 해지는건 미세먼지에 흐려서 포기했지만 

포르쉐 매장앞에서 내려서 화장실을 찾아봤지만 화장실이 없었다 

옆에 공원이 있었는데 도로 중간의 유휴지에 운동기구만 둔거라 화장실이 없었어 


그래 사실 이건 화장실을 찾는 컷이야 


포기하고 가던길을 가보기로 함 

포르쉐 매장이 있었는데 정말 20대 초반이나 될것같은 여성분이 파나메라 4s 를 타고 쭉들어가더니 

잘 봐달라고 딜러같은분께 얘기하면서 가더라 

우리집은 아버지가 내이름으로 대출 받아서 땅사셨는데 

땅값은 안오르고 이자만 60만원씩 내고 계시고 

나는 바닥난 대출한도를 등에 쥐고 2천에 50짜리 월세를 살고있지 

화속성 효자가 될수는 없어서 그냥 뭐 별수 있냐고 허허 하면서 살고는 있는데 

하루하루 어깨가 내려앉는것 같아 


소방서에서 잠깐 화장실을 빌릴까 했는데 

업무중이라 바쁘실텐데 민폐같아서 지나쳤어 

소방직 공무원 분들 국가직으로 바뀐지 조금 지났는데 처우가 좋아지셨는지 싶다 

나가는 사진 동호회 분중에 소방공무원 분이 계셨는데 별로 나아지는건 없더라고 하시긴 하던데 


문제의 화장실 없는 공원 

안내도만 보고 빠져 나왔어  


그...동부 이촌동 특징이 일본인이 많은거거든  

일본풍이나 일본 제품을 파는 가게도 좀 있고 그래 

많이들 거기 모여서 살고 있음 

근데 일본인이 어쩌다 유학왔는데 돈은 없고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려니 지인도 없고 

몇 없는 지인은 동부 이촌동에 사니까 아 그래 동부보다 서부가 싸지! 하고  

서부 이촌동 다 쓰러져가는 빌라(당시 500/30)에 둥지를 트신분이 계시니 

내 전여친이다 

참고로 만난 여자중에 유일하게 정신상태가 올바르구나 생각한 사람임  


딱봐도 유학온 20대 초반 일본인 여성보다는 

한국으로 돈벌려고 밀입항한 와이프를 찾으러 온 김구남씨가 문을 여는게 어울릴 비주얼이지만 

사실 건물만 그렇지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동네다 

서울에서 요새 골목어귀에 의자나 자리펴고 할머니들 얘기나누시는 모습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옥수동(미개발) 이나 여기같은데 가면 심심찮게 볼수있다 

근데 페인트칠은 좀 하면 좋겠음... 


들어가는 입구에서 이미 와 이게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서울-21405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몇집의 샷시만 새로 끼워서 더 그런 생각이 듦 


아마 1층이 상가인 나름 주상복합으로 설계된것 같았다 

거의 모든 1층이 상가용 도어를 막아서 현관문으로 쓰는중이었고 일부는 실제 상가로 쓰고 있었음 

전여친은 여기는 아니고 조금 더가서 있는 작은 빌라의 2층에 살았었는데 

집에 데려다 주고 용산역쪽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사일런트 힐에 나오는 삼각두같은 사람을 만난적이 있다 

20대 후반의 남자가 비명을 과감하게 지를수 있는 비주얼이었지만 

그냥 술취해서 라바콘 훔쳐서 머리에 쓰고 집에가는 할아버지 였음 


현관에 3동 옆으로 각층이 몇호인지 쭉 써놓은 간판이 눈에 띈다 

저층에서만 가능할 디스플레이 


동네 자체가 서울 어디서도 보기힘든 세월의 뒤섞음 같은게 있다 

일제 적산가옥부터 새마을운동때나 개발도상국 할때 지은 여러 아파트 

한블럭만 돌아가면 옆에 불과 10년밖에 안된 아파트 

그 뒤로 용산 업무지구가 멀리 보이는데 

죽을때 보는 그거 있잖아 그거 

그거뭐지 

그거같은 기분이 들곤 함 

시작부터 현재까지 쭉 보이는거지  


아무튼 이런 골목을 굽이굽이 지나가 본다 

전여친은 이상하게 벽에 그려진 낙서같은걸 무서워 하곤 했어 

아 물론 밤에는 나도 무서웠다 막 귀신눈깔같은거 그리는놈들도 있어서... 


헐벗은 가로수 

너무 깔끔하게 껍데기가 벗겨져 있어서 신기했다 

어디 쓰려고 긁어가신건가  


이런 비슷한 건물에 전여친이 살았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본다 

너네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뭐냐 물으면 어떤기억이 떠오르냐 

20대 후반의 파오후인 나는 전여친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귀국 3일전에 갑자기 듣고나서 

이렇게 보낼수는 없다 나는 얘랑 결혼을 하고야 말것이다 하는 기분으로 밤 11시에 집에서 뛰쳐 나갔다 

당시 글쓴새끼가 사는곳은 경기도 양주였는데 

택시에 올라타 

"용산 이촌동이요" 하고 머리를 싸맨 나와 흐뭇해하는 택시기사님의 미소를 싣고 

택시는 미친개처럼 달렸다 

말이 다리가 안보여 시발 

그렇게 약 30분만에 미칠듯한 스피드로 도착한 나는  

전여친을 만나서 손을 붙잡아 내 가슴에 대고  

"君がいるべき場所はここだ!!" 라고 외쳤다 

번역기 쓰기 귀찮을까봐 말해주자면 "니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야" 라는 말임 


잠깐 키보드를 놓고 샌드백을 몇대 갈기고 왔다 

시발 미쳤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런 병신같은 대사가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그냥 잠깐 갔다오는거였는지 

전여친은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와서 반년정도 다시 있다가 

자기랑 같이 일본에 가서 결혼해서 살자고 아니면 자기는 돌아가겠다고 하다가 

일본까지 갈 배짱은 없는걸 파악하고 귀국했고 

한동안 연락도 했지만 그것도 점점 드문드문 해지고 

고향하고 좀 떨어진 홋카이도 어디의 지방에 맞선으로 시집을 가서 흔한 아줌마가 되었다 


아아 추억이야 

그렇게 남겨진 개붕이는 나이를 먹고 몇명의 여자를 만나면서 온갖 해괴한 취급과 상황에 놓인후 

이렇게 글을 쓰고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병신같네 저런 대사는 어디서 들어와서 저런걸 하냐 

아 나 그때 god 좋아했었지 


물론 그이후 한번 더 해봤는데 효과는 괜찮았습니다 

머리속이 꽃밭인 애들은 통함 

지금은 돈줘도 못하겠지만 


아무튼 그런 회상씬에 잠깐잠깐 돌입했다가 나오면서  

여기저기 골목길을 헤매고 돌아다녔음 

밥도 먹어야하는데 어딜가나 했는데 식당이 별로 없었다. 


왜 녹색인지 모르겠다 싶은 컷 


1층이 상가인게 이색적이다   


요새 좋아하는 구조물중에 하나인 목욕탕 굴뚝 

어릴적에 외할아버지랑 목욕탕 갈때 생각남 

외할아버지가 스쿠터를 타셨었는데 발넣는 부분에 서서 같이 목욕탕이나 여기저기 다니곤 했었거든 

가끔 로드뷰같은걸로 전에 살던 동네 돌려보면서 그때 생각하곤 한다   

아까 전여친얘기나 지금 외할아버지 얘기도 생각해보면 이제 슬슬 가물가물하고 그래 

기억이라는게 그럴수밖에 없잖어 

하루하루 다들 얼마나 바쁘게 살아가냐 

그때는 정말 소중하고 좋은 기억도 점점 세월에 묻혀서 점점 작아지는거지 

지금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내린 비가 말라가고 해가 뜨고 지고  

추억이 가물가물 해지고 

 그때는 진짜 이게 이렇게 까지 죽을것 같은 기분인가 싶었지만 

점점 그런 느낌도 되새김질 할때마다 삼키기 쉬워지는거지 

근데 왜 갑자기 전여친에서 외할아버지로 점프를 뛰지 


여기서 도끼들고 컨셉 사진 찍고 싶다 

족발뼈나 그런거도 괜찮을것같음 

사시는분들께는 민폐가 될것같아 상상만 한다  


인스타 팔로우중에 홍콩 자주가는 사진사분이 계신데 

홍콩사진 올려주는거 보면 이러더라고 

대리만족했다  


저층 복도식 빌라 

언젠가부터 이런 저층에 복도식인 빌라는 찾아보기가 되게 힘든것 같다 

아닌가 원래 이런식으로 잘 안짓나 그냥 드문건가 


아무튼 그렇게 골목길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굶주린 배를 붙잡고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뉴트리아같이 걸어다녔다 

근데 마땅히 땡기는게 없었음 


아마 얘전에는 교회였던것 같음 

지금은 무슨 유통업체가 쓰는거같았다 


여기 이상하게 익숙하다 싶었는데 위에서 말한 전여친살던 거기같기도 하고 

비슷한데가 워낙 많아서 잘모르겠다 


수도권 천주교신자들은 다들 한번 간다는 그곳 

병인박해 당시에 머리와 몸통의 분리작업을 주로 하던곳으로 

안에 있는 박물관에 가면 한강에 머리가 둥둥 떠있고 몸통은 주변 바위에 걸려있는 민화를 볼수있다 

애들한테 이런걸 왜 보여줘... 


여기였나 싶어서 찍은컷 

벽에는 곧 닌텐도로부터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할것같은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조차 그린지 오래된것같았다 


저런 발코니에서 내려보고 있었던것 같은 기억이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골목 안쪽에서 한쪽다리를 질질 끌면서 걸어나오는 기... 

요새 공포게임을 너무 했나 


아무튼 그렇게 서부 이촌동을 지나 용산방향으로 향한다 

아래로 ktx한대가 지나가는데 나도 가서 표끊고 부산이라도 가버리고 싶더라  


멀리 보이는 용산 차량기지 부지 

지금은 헐어내고 아직 준비중인것 같은데 업무지구 지으면 서울시는 그대로 좆망의 길로 빠져들게 될 예정이다 

차고 넘치는게 사무실인데 뭘 또 얼마나 지어... 

차라리 아파트 한 2만세대 지어서 청년층 특별공급이나 해라 

3억에 파는데 30년 이자 2% 원리금균등상환 하고 1명출산하면 무이자 2명출산하면 빚 1억 차감해라 

그런게 육아 대책이지  

라고 생각하며 계산을 해봤습니다 

저래도 한달에 100만원씩 내야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개발의 꿈을 꾸면서 이쪽동네도 8-90년대 풍 그대로 남아있음 

30대 개붕이들은 가보면 어릴때 향수를 느낄수 있다 


이런데서 팽이치기 하고 놀고 그랬는데 그지? 

쇠팽이로 꼬다리 치기 해서 동네 동생들 팽이 머리 박살내고 

꼬다리 없이 줄감아 치는거 개발하고 한동안 강좌 하러 다니고 그랬는데   


이름만 봐도 그리워지는 뭔가가 있다 

강변 맨숀 

맨션은 안된다 맨숀이어야 함 


빵집 고를때 "제과 기능장의 집" 이라고 쓰여진 집 있으면 한번 가봐라 

빵 대충 만드는집 없음 

제과 기능장이 레벨을 올리고 

화제과 기능장

수제과 기능장

목제과 기능장

금제과 기능장

토제과 기능장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제과 명장이 되는데  

저기 쌍문근처에도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도르드문트였나 뭔가 독일식 이름인데 

아무튼 빵 맛있다 


여기가 서울에서 몇 안되는 기차 건널목이 있는곳이다 

특히 2연속으로 있는곳은 여기뿐일거임 

그래서 여러 출사쟁이들의 배경으로 활용되는데 

이날도 쇼핑몰 촬영으로 추정되는 여성2인 남성1인 파티가 열심히 촬영중이셨다 

쇼핑몰로 추정한 이유는 여자분 두분이 같은옷이라 


왼쪽에 보이는 용산 방앗간이 나름 이동네 랜드마크다 

어디 은행 cf도 나오고 유재석도 다녀가고 그랬다고 함 

약밥 팔면 사먹고 싶었는데 안팔더라 

떡집 앞에 내놓은 약밥 보면 이상하게 사먹고싶지 않냐 

이상하게 자꾸 외할머니 생각나고 그럼 


건널목을 지난다 

그냥 가려는데 기차 오려니까 스피커로 땡땡땡 소리가 나길래 잠깐 감성팔이를 했음 

근데 이 종소리마저 이제 진짜 종은 없고 녹음으로 대체되는구나 

뭔가 서글픈 기분 


개의 더워하는 표정은 진짜였다 


개아련 


구석에 세워진 배달 오토바이 

제멋대로 그려진 주차선 

철도 건널목 


용산역에서 전여친 집으로 가는 교통수단이 없어서 

매번 걸어서 데려다주곤 했었는데 그때 이길을 항상 지났거든 

그때 초속3cm 라는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고 우리도 헤어질때는 여기서 헤어지자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는 공항이었지만 


건널목 너머에 쇼핑몰 촬영팀이 보인다 

저기서 찍고 있었음 

작으니까 초상권 괜찮겠지  


한전 전신주 박스에 사람찾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불륜 뒷조사라니 연락할일이 없길 바래야겠지 

아 물론 와이프가 있어야지 먼저 그게 없네 아..  


이렇게 닫은 단층 가정집 개조형 상가가 많았다 

개발은 언제하는지 모르겠고 동네는 별거없고 그냥 이상태로 놔두는듯함  


뜬금없지만 자전거 가게가 있었음 

안에서 내공 개쩔어보이는 한국형 마르코판타니 같은 아저씨가 다른 손님하고 얘기중이었다  


이렇게 백그라운드랑 대비되는 느낌 좋은거같음 


여기도 언젠가 다시한번 가볼까 하고 기억나서 와보면 싹 쓸려서 고층 빌딩 있고 그러겠지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여기가 고향인 사람이 찾아보고 와 이랬었는데 하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어르신느낌이 나는 경고문 

정겹다  


뭔가 작은 비스트로 같은게 오픈 준비중인듯 했다 

가게 분위기만 봐서는 뭔지 모르겠는데 열린 가게도 아닌것 같아서 그냥 지나감  


아무튼 그렇게 용산쪽으로 와서 대충 버스타고 집으로 갔어 

별로 뭐 볼거있는 동네는 아니고 늙은개붕이들 추억팔이나 될까 싶어서 한번 슬금슬금 다녀와봤어 

코로나가 점점 기승을 부리는데 촬영은 되도록이면 사람 적은데로 마스크 꼭쓰고 대인기피증걸린느낌으로 다니고 있으니 걱정말고 

혹시 서울권에서 이런동네 가봐라 싶은데 있으면 추천좀 해줘  

안가본데 위주로 슬슬 다녀볼게 

오늘 월요일인데 다들 피곤하겠다 슬슬 쉬고 내일 또 준비하고 그러자 

잘자    

개드립 - [거대용량]과거가 후회돼서 이불에 싸커킥 차는 직장인의 서부이촌동 산책 ( https://www.dogdrip.net/268482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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