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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un 04. 2024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식의 신비와 파동의 본질로 이해해보는 죽음에 관하여.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분야에서도 인간의 의식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개념적인 이해로 존재할 뿐 의식이 생성되는 매커니즘에 대해서 과학은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도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는 논리 안에서 가당한 결론일 뿐 실질적으로 동시대 과학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는 가설에 가깝다.


우주는 진공에서 탄생했다. 우리는 진공이 ‘텅 빈 상태’라 이해하지만 과학에서 진공은 물질과 반물질의 끊임없는 양자 요동으로 창조와 소멸을 반복하며 꽉 찬 에너지다. 그러니까 우리는 양자 진공이라는 초압축적인 에너지를 통해 팽창한 우주 속의 먼지 같은 일원이자 현재진행형의 파동이라는 의미다. 만물은 입자이지만 동시에 파동이다. 우리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춰 있던 적이 없는 파동이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우리의 육체는 물리적으로 완전해보이지만 결국 그 완전한 육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내려가면 전자와 양자, 중성자와 소립자로 구성된 원자라는 아주 작은 입자의 총합이며 그 입자 사이의 아주 작은 마이크로 단위의 빈 틈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파동으로 끌어당겨 응집된 에너지로 연결된 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리잔, 술, 탁자 상판 그리고 인간의 몸이 사실 거의 비어 있고, 물질 속 원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커서 꽉 찬 것처럼 보인다는 <오펜하이머>의 대사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과학에서 증명하지 못하는 의식은 인간이 파동으로 응집된 에너지라는 사실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보다 흥미로워진다. 시간의 흐름은 대체로 직선으로 여겨지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안에서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휜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시간도 곡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에서 빛의 속도는 시간의 단위로 환원된다. 그만큼 빛이 휜다는 건 시간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의 증명이며 시간이 곡선으로 흐른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는 과거, 현재, 미래로 나열된 시간 단위가 강력한 중력에 의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가 없는 과거와 미래의 연결이 가능하고, 미래가 없는 현재와 더 먼 미래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이론이 도출된다. 이는 시공간이라는 지구상의 전통적인 개념을 우주에서는 초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시간 여행의 가능성이라 국한해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중력에 영향을 받는 빛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을 초월한다는 건 결국 거리를 단축한다는 의미에 해당하므로 이는 우주상에서 먼 시공간을 연결하며 여행 거리를 단축하는 하이퍼 점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지금으로서는 보다 그럴 듯한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인간이 빛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상수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하겠지만.


그런데 이렇게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개념은 파동으로 응집된 우리의 육체가 의식을 품은 에너지라고 생각할 때 보다 흥미로워진다. 만약 우리의 죽음이 우리의 중력을 초월하는 시공간의 이동이라면, 그때 육체는 지구상의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의식이라는 것이 지구상의 중력에 구속을 받지 않는 에너지라면, 과연 죽음은 끝일까? 물론 전신의 신경 회로와 연결된 뇌의 전기 신호가 끝나는 순간 의식도 꺼지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육체 활동에 포함된 의식이 만약 측정되지 못한 에너지로서 뇌라는 메인보드와 심장이라는 엔진이 꺼진 이후에도 보이지 않는 파동으로 존재한다면? 과연 죽음이라는 것은 과학적 증명 안에서 한 인간의 끝이라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의식이 그의 죽음으로서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이후의 세상에 남겨진다는 건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어긋나는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의식은 측정할 수 없는 에너지로서 한 인간을 이루는 파동의 영역이라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소멸하지 않고 세상에 보존된 의식들은 만인의 의식에 간섭하거나 흡수되며 세계의 파동을 팽창시킨다. 어떤 식으로든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는 것도 거듭 팽창하는 의식의 백업 데이터를 보존해야 하는 총량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은가.


죽음은 결국 끝이 아니다.

인류는 그렇게 의식의 파동과 함께 팽창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왔다.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여 멸망이 온다면 모를까.

물론 그 멸망도 우주의 입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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