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 출간 기념 여섯 번째 북토크를 합니다.
오는 11월 8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에 걸쳐 종로구에 위치한 북살롱 오티움에서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 여섯 번째 북토크 행사를 합니다.
“나는 가능하다면 내가 바라는 감각과 감정과 충실하고 충만하게 밀착하며 살아가고 싶다. 적어도 네 개의 ‘사계’를 듣고 향유할 수 있는 삶까진 왔다. 그 덕분에 나날이 번잡해지는 세상에서도 정숙한 결말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본다.”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의 ‘네 개의 사계’ 중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에는 비발디와 피아졸라, 차이콥스키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사계’에 관해 쓴 ‘네 개의 사계’라는 글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위도와 경도 위에서 살아간 네 음악가가 제각각 받아들이고 승화시킨 사계의 감각에 대한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진행했던 기품 있는 실내악 살롱 음악회 덕수궁 석조전음악회를 진행했던 일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대단한 조예는 없지만 나름대로 애호하는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경험에 대한 글을 써본 셈이죠.
영화 <TAR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라는 가상인물에 관한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케이트 블란쳇의 가공할 연기력이 단연 화제였죠. 그래서인지 어떤 관객은 리디아 타르가 실존인물인 줄 알고 존재하지 않는 실존 인물에 대한 없는 정보를 찾느라 검색에 몰두했다고도 합니다.
이런 착각이 가능했던 건 영화가 극사실적인 배경 설정 안에서 실재하는 명칭과 이름을 거듭 명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안토니아 브리코, 나디아 불랑제 등, 현대 클래식 음악계 명사들을 실명으로 언급하기도 하고 <뉴요커> 매거진이나 줄리어드, 커티스 같은 명문 음악학교처럼 실재하는 고유명사들이 있는 그대로 등장하죠. 이를 통해 영화의 주인공 리디아 타르의 명성에 현실적인 숨을 불어넣는 셈이죠.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TAR 타르>에서 리디아 타르의 야심과 몰락을 대변하는 두 곡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활용하면서도 영화상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영화에서 상징적으로 제시되는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와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연주되지 않습니다. 리허설이나 간접적인 영상을 통해 곡의 일부만 들을 수 있죠. 그렇다면 <TAR 타르>에서 이 두 곡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영화 <TAR 타르>는 동시대에 만연한 캔슬 컬처에 관한 영화이자 예술과 윤리의 밀착과 분리에 관한 물음을 야기하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다지에토’와 ‘엘가 첼로 협주곡’에 담긴 애석한 일화는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적 야심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아이러니로 다가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단일한 가을 에세이집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의 북토크 일환으로 영화 <TAR 타르>에 대한 해설을 듣고, 가을에 어울리는 ‘아다지에토’와 ‘엘가 첼로 협주곡’을 감상하는 낙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음악과 독서 욕구를 고양하는 아늑한 오티움 북살롱에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더욱.
이처럼 우아한 가을밤에 어울리는 북토크 참석을 희망한다면, 아래 링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