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달림 Jan 29. 2021

첫 월급과 빨간 내복

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선물은 받아도 기분이 좋고 또 받고 싶은 게 선물이다. 열어 볼 때는 작은 떨림이 있다. 요즘 자식을 키워 졸업을 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는데 근 20여 년 이상 길게는 30년이 걸린다. 늘 자식에게 줄 줄만 알았지 받을 줄 모르는 아내는 첫 직장을 구했을 때 딸애와 모녀간의 나누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엄마, 나 첫 월급 타면 뭐 해줄까?”

 “그런 걱정 말고 니나 잘 살아라.”

그간 받는데 익숙하지 않은 아내의 몸에 베인 습관인 듯하다. 옆에 있다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지 말고 25년간 키워 취직해서 첫 월급 받는다는데 갖고 싶은 선물 있으면 이야기해 봐라.”

"****" 아내는 묵묵부답이다.

“원래 첫 월급은 속내의 사주는 거란다.”

그 말을 받아서 

“아빠는?” 

“아빠도 속내의.”





그간 아침마다 깨워서 보내고 고 3 때는 함께 수험생이 되었고 보너스로 한해 재수까지 하면서 수험생 아닌 수험생활을 거치면서 늘 피곤해했다. 대학시절도 늘 늦잠꾸러기였고 매일 용돈이 적다고 다투더니 이제 직장이라고 다닌다고 아침에 시간 맞추어 출근하는 걸 보면 철이 드나 싶다.


나도 1980년에 취직을 해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안 계셔서 형수님께 빨간 속내의를 선물한 적이 있다. 왜 첫 월급은 엄마 속내의였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건 옛날에는 먹고 입을 것이 귀할 때 등 따뜻하고 배가 부르고 붉은색은 악귀를 내쫓고 행운을 가져 다 주는 색이며 가격도 저렴해 내복이 첫 월급의 선물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휴일 아내는 친정에 다녀오고 달리기 운동을 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안방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 ~ 구?.”

“나~.”하고 딸애가 선물 상자를 두 개를 들고 들어 온다.

"이게 뭐냐."

"풀어 봐"

잠결에 깨어 포장지를 뜯어 열어 보니 아내 것은 분홍색 꽃무늬의 빨간 내복이고 내것은 보디가드 런닝 팬티 한 벌이다.


그간 늘 아웅다웅하더니 맘속엔 그래도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잊지 않았는지 첫 월급 받고 선물을 준비해 온 게 대견하다. 아내는 그간 내복은 쌍OO표 사서 입었는데 처음으로 메이커로 예쁜 것을 사다 주니 기쁜지 입고 거울에 비춰 보며 딱 맞다고 흡족해한다.


그간 딸애와는 자주 아웅다웅 다투더니 선물 하나로 봄눈 녹듯 녹아 버린다. 그게 다 자식과 부모의 뜨거운 핏줄의 정 탓일까?  늘 아내가 사주는 내의만 입었는데 메이커인 보디가드 속내의 한벌에  “딸 키운 보람 있네.”하는 말이 술술 나온다.


이제 우리도 자식에게 떳떳이 대접받을 때는 대접받고 줄 때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핵가족 문화에서 끈끈한 자식과의 정도 멀어져 가는 삭막한 상하관계 보다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마음의 정도 주고받는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통행하는 신식 부모가 되어야겠다.


늘 철부지로만 생각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하고 스마트하다. 무얼 해 주려고 할 때 "나는 됐다."라고 사양하지 말고 서로 주고받는 사이가 더 좋은 관계로 연결된다. 선물은 인정을 담아 보내는 물건이다. 자식 간에도 주려고만 하지 말고 받을 줄도 알아 한다. 자식 또한 받는데 익숙해서 줄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줘 본 사람이 줄 줄을 안다. 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그때 그런 애가 이제 짝을 만나 결혼한다고 날을 잡았다. 세월이 참 빨리도 간다.


작가의 이전글 4,410m 딩보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