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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Mar 05. 2021

4,910m 로부체 고도 높이기

500m의 고도를 더 높여 4,910m에 자리한 로부체까지 5,000m에 접근하는 날이다. 딩보체에서 두 밤을 자며 고도 적응을 잘하였더니 무리 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아침식사 때 유럽에서 온 30대 초반 아가씨는 밥맛을 잃어 20여분 깨작깨작거리다 억지로 삼키듯 밀어 넣더니 이내 포기를 하고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이성적으로는 먹어야 하는 걸 알지만 몸이 거부를 한다. 고도가 높아지면 입맛도 떨어지고 기압의 차로 헛배가 부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고소 증상으로는 헛배가 부르기도 하지만 구토증이 있고 뒷골이 아프고 손발 끝의 저림 현상과 설사 현상도 생길 수 있다. 그 증상은 사람마다 각기 종류와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딩보체 언덕위에 있는 쵸르덴(좌) 롯지에서 먹은 식사들(우)


딩보체 언덕 위에 있는 흰색으로 된 초르덴을 지나면 한동안 고산지대의 평원이 펼쳐진다. 아래 길은 페리체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오른 후 하산 코스로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하산 코스로도 많은 트레커들이 개미같이 오르고 있다. 왼쪽 계곡 끝으로 넓은 강이 흐르고 로부체는 오른쪽 계곡을 따라 접어든다. 디보체에서 함께했던 캐나다에서 온 트레커를 여기서 다시 만났다. 그들도 딩보체에서 이틀간 고소 적응을 하고 올랐다고 한다. 일반적인 트레커의 일정에 4,000m에서 두 밤을 자는 고소 적응은 필수다. 


언덕위에서 내려다 본 페리체 마을(좌) 로부체 가는 평전 포터들(우)
트레커들의 짐


어제 추쿵에서 임자체 베이스캠프를  힘들게 다녀왔더니 피곤하여 아랫입술이 부풀었다. 입술연고를 발랐는데 몸은 전체적으로 묵직하다. 고산에서는 무리한 행동은 금물이다. 투클라 가기 전 작은 개울을 건널 때는 지난 우기 때 다리가 떠내려 가고 새로 설치한 다리를 건넜다. 우기인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오는 에베레스트 계곡이다. 로부체로 올라가는 짐을 잔뜩 실은 야크 떼가 줄지어 오르고 다시 짐을 싣으러 가기 위해 내려오기도 한다. 그런 순환의 삶이다. 투클라에는 잠을 잘 수 있는 롯지는 없고 식사만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다. 시간이 너무 일러 식사는 하지 않고 따뜻한 차만 한잔하고 올랐다. 추울 때는 따뜻한 차 한잔이 몸과 마음을 데워준다. 몸이 편하면 마음도 따뜻해진다.


투클라의 식당(좌) 짐을 나르는 야크 무리(우)
강을 따라 짐을 나르는 야크 무리


투클라를 지나 1시간을 힘겹게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는데 5,000m를 앞두고 오르는 길은 무척 숨이 가쁜 길이다. 투크라에서 로부체 가는 길은 계단길이다. 4,620m에서 투클라 패스 4,800m은 불과 200여 m 고도를 높이는 구간이 1,000m 이하 산에서 느끼는 오르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흡도 거칠고 힘겹다. 고산에서 오르막은 평소에 느끼는 그런 오르막이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건너편을 보니 촐라패스 길이 뚫렸는지 그쪽에서 넘어오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촐라패스를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출라패스를 넘어 로부체로 오는 트레커들(좌) 음지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촐라패스 가는 길(우)


이 고개를 투클라 패스라고 하며 고개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7,168m의 푸모리봉 흰 눈을 뒤집어쓰고 있고 올라 온 길을 되돌아보면 오른쪽으로부터 촐라체, 타우체 그리고 아마다블람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위용 있게 서 있다. 무수히 많은 타르쵸가 걸린 고갯마루에는 어지럽게 널려 있는 돌탑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이제까지 히말라야를 등반하다 사고를 당한 산악인들과 세르파 들의 명복을 비는 불탑과 돌무더기들이다.   


에베레스트 지역을 등반하다 하늘의 별이된 산악인과 포터들의 추모비
에베레스트 지역을 등반하다 하늘의 별이된 산악인과 포터들의 추모비
투클라 패스의 풍경들


고도를 높인 탓에 이제 바람도 강하고 차갑게 느껴져 춥다는 말이 저럴 나온다. 유럽에서 온 다큐멘터리 팀이 이곳에서 취재를 하고 촬영도 한다. 히말라야의 고산에 대한 도전을 하다가 영원히 히말라야에 그 꿈을 묻은 영혼들에게 명복을 빌고 길을 떠났다. 곧이어 촐라패스에서 넘어온 분들과 만나는 길. 완만한 눈 쌓인 길이 이어지는데 쿰부 빙하에서 흘러내린 황량한 빙하 퇴적 지대를 통과하게 된다. 


쉼터에서 휴식중인 트레커와 다큐멘터리 촬영팀


에베레스트 근처에 있는 높은 봉우리 눕체의 위용을 볼 수 있는 로부체에 도착하면 고산에서 느낄 수 있는 추위를 느낀다. 로부체에 도착하여 롯지에 드니 온기는 하나도 없고 설렁하기만 하다. 미세한 두통과 메스꺼움이 있어 점심으로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고산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잘 먹고 몸을 따뜻하게 보온해 주어야 한다. 입맛도 떨어져 맛이 없어 먹기 위해 고추장에 비벼 먹으니 겨우 목으로 넘어간다.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다. 롯지 휴게실에는 유럽인이 여럿이 각자 나름대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 책을 읽기도 하고 카드놀이도 한다. 다들 고산에서 일주일 이상 생활하다 보니 힘겨운 모습이고 복장도 얼굴도 꾀죄죄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체 이후로 샤워는 커녕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런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 힘들게 누구 그들을 불렀을까. 


설산지대로 진입한 로부체 지역
로부체(Labuche) 지역의 롯지


냉기가 가득한 휴게실이라 다들 오리털 파커를 까지 입고 털모자에 털장갑을 끼고 체온을 유지하며 고산의 혹독한 기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오후에는 앞으로 일정을 짰다. 촐라패스가 뚫렸으니 고개를 넘는 일정으로 계획하니 고락셉에서 1박을 하면 일정이 하루가 부족하다. Ebc와 칼라파트라중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하는데 Ebc는 가지 않고 트레커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 칼라파트를 오르기로 했다. 


해 질녘 고락셉으로 짐을 매고 올라 가는 포터(좌) 해질녘 노을(우)


칼라파타르는 Ebc트레킹의 최고 높이고 에베레스트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내일 출발은 05시 랜턴을 켜고 출발하여 마지막 롯지 고락셉을 지나 칼라파타르(5,545m)를 오르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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