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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Jun 10. 2021

교쿄에서 하산길 포르체 텡가

오르면내려가야 한다.

이제 오름은 끝났다. 산은 오르기 위해서 걷지만 오름의 끝은 언제나 내림이 있다. 오늘부터 이제는 내림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산을 내려가기 전에 어제  오른 교쿄리를 다시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 오후에 구름이 끼어 주변 산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다녀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몰라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새벽에 몰래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후배가 깨지 않게 조심해서 방을 나와 헤드랜턴을 켜고 4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벌써 일출을 보기 위해서 먼저 출발한 트레커들의 불빛이 교쿄리 중턱에서 깜박거린다. 어제 다녀온 길이기에 망설임 없이 올랐다. 

교쿄리에서 바라본 주변 고봉들


호흡에 맞추어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높이를 더하니 어제는 녹은 눈길이 새벽에는 꽁꽁 얼어서 걷기는 좋다. 식사를 하지 않고 오르는 길이라 체력 소모가 크니 힘이 없어 빠른 오름이 되지 않는다. 빠름보다는 무념무상으로 오른다. 5,000m의 고산에서 한걸음 한걸음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 보지 않은 이는 그 힘듬을 알지 못한다. 먼저 숨이 턱턱 막혀 호흡이 잘 되지 않는다. 다음은 다리가 돌을 달아 놓은 듯이 묵직하다.


먼저 올라가던 팀들이 호흡을 조절하며 쉬고 있기에 앞서 올라가면서 '나마스테'하니 '베리 패스트'라고 엄지 손가락을 곧추세워 주며 응원해 준다. 그들은 쉬면서 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나 보다. 절반 정도를 올라서니 완전 헉! 헉!이다. 보폭을 짧게 하고 큰 호흡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일출시간에는 여유가 있다. 빨리 올라도 해돋이를 기다려야 하니 호흡에 맞추어 교쿄리 정상에 올랐다. 내가 출발할 때 중턱에서 깜박거리던 불빛의 주인공들이 이들이다. 해돋이를 보려고 먼저 올라온 트레커들이다.


교쿄리 정상

어제 본모습이라 낯설지 않은 모습이고 정상에는 오색 타르쵸가 바람에 펄럭인다. 정상에는 트레커가 세분이고 가이드가 한 명으로 주변 산을 가리키며 설명을 해 주고 있다. 로체, 마칼루, 에베레스트, 칸쳉충가 조망되는 교쿄리이다. 그들은 해돋이를 보려고 너무 일찍 도착해서  발이 시려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를 달래고 있다. 어제 구름에 가려 제대로 찍지 못한 정상 사진을 그들에게 부탁하여 품앗이로 찍었다. 

교쿄리 정상과 동녁하늘의 해돋이를 가리는 구름
교쿄리를 오르는 단체 트레커들


한 덩어리 구름이 동쪽 하늘에 걸려서 산 위로 떠 오르는 일출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오늘의 해돋이는 구름에 가려 해돋이 모습을 불 수 없었다. 여운 있는 풍경은 구름이 있을 때도 좋았다. 더 이상 기다려도 구름이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은 스페츠에 아이젠을 끼었더니 미끄럽지 않아 빠르게 내려올 수 있다. 그때 교쿄리를 오르는 단체 트레커들이 있었는데 눈이 쌓인 능선에 카메라에 담는 그런 모습이 한 폭의 고산 산행 그림이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교쿄 롯지촌과 눈 덮인 호수도 히말라야 같은 그림이 아름답다. 


교코리에서 내려다본 교쿄 롯지촌
고줌바 대 빙하


롯지로 돌아오니 6시 50분. 공복에 허기를 느껴 속을 덥히려고 핫 밀크를 한잔 마시고 301호 룸으로 돌아와 하산 배낭을 챙겼다. 아침식사는 엊저녁에 예약해둔 달밧을 먹었다. 밥 종류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침에 주문은 되지 않는다. 카레와 밥은  리필이 되어 입맛도 돌아오고 하여 추가로 배가 부르게 먹었다. 이제 고산에 완전 적응을 했는데 하산을 해야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하산길에 뒤돌아 본 교쿄 롯지촌


8시에 교쿄를 출발 돌레까지 내려가기로 계획하였다. 식사 때 하산길은 남체로 들어갈 때 규중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내일 거리가 부담스러운지 포르체 텡가까지 내려가겠다고 한다. 하산은 우리도 부담스러운 게 없으니 '노프라븜'이다. 교쿄로 내려가는 길에는 3개의 호수가 있다. 교쿄 앞에 있는 Dudh pokhari호수,  다음이 4,710m에 위치한 타보체 호수, 맨 아래 있는 것이 롱포가 호수로 4,410m에 위치하고 있다. 아직은 이곳에 봄이 오지 않아 눈으로 덮여 있어 맑은 물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길을 알려주는 돌탑과 고산 고봉들


오늘따라 포터들이 하산길이라 힘이 들지 않는지 가족이 그리운지 자주 쉬지 않고 내려가는 길을 잡는다. 고소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걷는 길에 여유가 있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주변 풍경도 보인다. 고산이 주는 높은 고봉과 눈 그리고 인간의 흔적이 없는 태고적 자연이다. 눈은 4,400m인 마르체모까지 쌓여 있고 점점 고도를 낮추니 기온이 오르고 계곡으로 불어오는 앞바람은 아직도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는 눈바람이다. 


길을 알려주는 돌무더기와 설원 하산길
설원을 걸어 내려가는 하산길


돌레에서 올라오는 트레커들은 반바지 반팔 차림으로 힘겹게 올라온다. 고소를 느끼고 오르막 길이라 많이 힘들어 한다. 고도가 3,000m대로 진입하자 식물 생장 한계점 아래로 내려 서니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한결 포근함이 느껴진다. 당초 오늘 숙박지로 생각하고 있던 돌레에 12시경 도착하여 점심은 "베지터블 누들스 프라이드"로 주문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만드니 기다리는 시간이 꽤 지루하다. 식물이 살고 있는 지역까지 내려 서니 인간도 살기 좋은 조건이 된다. 식물과 인간은 그래서 공존해야 되나 보다.


교쿄로 오르는 트레커와 짐을 나르는 야크
눈이 녹아 만든 비췻빛 맑은 계곡물


트레킹 길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이라 눈이 녹아 질퍽한 길을 걸어야 했다. 위쪽 나무는 아직도 꽃 봉오리 맺지 못하였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꽃망울이 제법 굵어졌다. 포르체 텡가로 내려오는 길은 완연한 봄이 느껴지는 날씨다. 눈 녹은 물이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고 야크 방목장에는 푸르름이 느껴진다. 앞서 가던 포터가 멈춰 숲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숲 속에는 푸른 빛깔을 한 히말라야 꿩이다. 네팔의 국조로 단페라 한다. 시바신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며 신성시하는 새다. 그래서일까 인간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포르체 텡가에 도착할 무렵 산양 가족을 만났는데 그 산양은 처음엔 사육하는 산양으로 착각을 했는데 야생이 이었다. 근 10여 마리가 먹이를 찾아 산을 내려왔는데 인간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먹이를 다 찾아 먹고는 유유히 산속으로 사라지는데 수컷이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마을앞 마니석이 있는 롯지 촌(좌) 하산길의 트레커(우)
네팔의 국조 히말라야 꿩과 희말라야 산양 타르
포르체 텡가의 산양

포르체 텡가는 워낙 작은 롯지 마을로 강가에 있는 자연 그대로의 시골 동네로 '텡가'라는 뜻은 강가 마을이란 뜻으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물가라 여름철 휴양지로 많이 이용이 되고 있다. 오늘 하산길의 반대편은 당락에서 포르체 가는 길로 급사면을 가로질러 길이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인데 많은 트레커들이 그 길을 현지인과 같이 다닌다는 것이다. 만일 촐라패스가 눈으로 막히면 이 길을 따라 팡보체를 경유하여 고락셉으로 오를 수 있다. 

포르체 텡가 롯지와 계곡 풍경

히말라야의 길은 고산의 척박한 지역을 통과하다 보니 급경사지에 길을  만들어 그들 간의 이웃마을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방인이 보는 그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그 길마저 없었다면 단절되었 겠지만 길이 뚫려 생활권을 이어주고 이웃 간 마음을 이어주는 정이 흐르는 길이다.


포르체 텡가 롯지에 들어서니 롯지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여름 휴양지란 곳이 고개가 끄떡여진다. 오늘은 하산길이라 많이 걸었다. 이 길을 다시 올라간다면 3일을 걸어야 할 길을 하룻만에 내려왔다. 언제 다시 5,000m를 오를까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하산길이다. 오늘 최대고도가 교쿄리 5,360m에서 포르체 텡가까지 하산을 했으니 무려 1,690m를 내려온 셈이다. 올라가는 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고도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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