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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May 02. 2024

연속 21회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2024년 서울마라톤 



해마다 3월 셋째 주 일요일은 광화문으로 가는 새벽 전철을 탄지가 햇수로 24년째고 21번째다. 첫 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게 2001년 3월이었으니 강산이 두 번 반쯤 변하는 24년이 지났다. 세 번은 전 세계를 스톱시킨 코로나로 3년간 아예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광화문 지하철 출구는 런너들로 가득하고 국제대회답게 외국인 참가자도 많이 보인다. 서양인들, 중국,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지아 등 달리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다. 방금까지 내린 비로 세종대왕 동상 앞 바닥이 촉촉이 젖었다. 출발전 세종대왕 할아버지께 "대회 출전 합니다." 하고 인사겸 출발사진을 남겼다.





여명이 채 걷히기 전인 이른 시간에 지방에서 대절버스로 기차로 105리 길을 달리기 위해 새벽을 달려 여기에 왔다. 7도의 기온에 흐린 날씨로 달리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은 적당한 날로 봄바람만 없다면 최적의 날이다. 오늘 복장은 짧은 팬츠에 러닝 싱글렛이다. 달리면 체온이 올라 머리를 식히기 위해 모자도 쓰지 않았다. 7시 30분까지 물품보관을 끝내라는 방송이 연신 울린다. 명예의 전당 배번호라 가장 가까운 1호 차량이라 찾기가 쉽다.


출발 전까지 체온유지를 위하여 비닐봉지를 입고 세종문화회관 뒤편길에서 워밍업주를 하였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낯익은 얼굴이 많았지만 이제 손에 꼽을 정도로 안면 있는 분이 그리 없다. 마라톤은 꾸준함의 표상이다. 아무리 운동능력이 좋은 운동선수라도 한 달만 쉬면 완주도 힘든 105리 길이다. 천재도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했다. 마라톤에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한번 '명예의 전당'에 입성을 하면 평생 인정하여 출발 시 가장 앞자리에 배정을 받아 출발을 하는 특혜를 누릴 수 있지만 현재 실력이 서브 3 실력이 되지 않으니 명예의 전당 다음그룹인 3시간 20분까지 런너가 달리는 A그룹에 자리를 잡았다. 3시간 이내 그룹인 명예의 전당 그룹에서 출발을 하면 초반 분위기에 휩쓸려 오버 페이스에 걸리기 쉽다. 주변에는 젊음으로 가득하고 다들 하나 같이 날씬한 몸매로 비만은 남의 이야기로 군살이 없다. 기록을 목표로 달릴 때는 긴장감을 느꼈지만 기록을 내려놓고 무사 완주를 목표로 하니 마음은 편하다. 세상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 지금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엘리트 선수와 명예의 전당 그룹이 출발하고 3분 후에 A그룹 출발이다. 


2024년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 메달


숭례문으로 가는 출발길은 완만한 내리막 길이라 다들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그 넓은 길도 런너들로 가득 찬다. 1년에 딱 한번 달릴 수 있는 길이다. 숭례문을 스쳐지나고 신세계백화점 앞을 지나 을지로로 접어들었다. 이제 호흡도 편하고 이런 속도로 달리면 된다.  을지로 초입에서 벌써 동대문 디자인파크를 돌아 오는 엘리트 선수들을 만났다. 방송 중계 카메라가 앞에서 지나고 무리지어 달리는 모습이 100m 달리기 주자같다.  몸은 하나 같이 바짝 마른 몸매에 특유의 긴 다리로 빠르게 달려 나간다. 동대문디자인 파크를 한 바퀴 돌아 나오니 5km를 지나면서 22분 17초가 찍힌다. 나쁘지 않은 기록으로 지금 몸상태로는 적당한 속도다.

다음은 청계로로 접어든다. 많은 참가자에 비해 길이 좁게 느껴진다. 추월하는 주자보다 추월해 가는 주자가 많다. 다들 속도를 높여 가는 구간이다. 이제 호흡도 안정화되고 걸음만 더해 본다. 젊은 여성주자들의 당찬 걸음걸이가 힘차 보인다. 10km를 지나면서 힘이 떨어지기 전에 에너지 보충으로 파워겔을 뜯었다. 몸이 데워지니 등에는 땀이 촉촉이 젖는다. 응원 나온 분들의 복장은 겨울용 파커를 입고 있지만 러닝셔츠 한 장만 입었을 뿐인데 덥다. 그만큼 혈액 순환이 빠르다. 


달리는 길 양 옆으로는 가족들의 응원문구와 달리기 클럽의 현수막과 그리고 시민들의 응원이 있기에 발걸음이 가볍다. 고산자교에서 반환하니 13km를 지난다. 이젠 몸이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지만 몸이 따라 나오지 못하고 마음은 몸보다 더 빨리 가고 있다. 세월의 무게를 생각하며 몸이 허락하는 만큼 달린다.

종로거리로 나오니 주로가 탁 트이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간 데워진 몸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19km를 지났으니 20km 지점에서 제공하는 파워겔을 생각하며 급수대에서 물을 미리 마셔 주고 파워겔을 받았다. 골인 지점이 잠실 운동장에서 잠실역으로 변경되어 예전보다 하프지점이 많이 당겨졌다. 동대문을 지나 신설동으로 접어든다. 한낮으로 가면서 날이 맑아지고 바람이 불어 온다.

신답지하차도를 지날 때는 힘듦을 잊기라도 하려는 듯 '아!! 야!!' 큰소리를 지르며 지난다. 소리의 공명 현상으로 더 크게 울려온다. 지하 차도의 작은 오르막을 오르면  27km를 지나고 조금씩 지쳐가는 런너들이 보인다.  군자교 작은 오르막은 보폭을 좁혀 빠르게 올랐다. 군자역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꺾어 어린이대공원을 향해 달리는 길에서 다시 작은 오르막을 만난다. 연속으로 만나는 오르막이지만 작년엔 이 길을 힘차게 올랐지만 그런 힘이 나지 않는다. 


어린이 대공원역을 지나 30km를 지날 때는 여러 마라톤 클럽에서 중간급수와 간식을 준비하고 큰 응원이 있다. 30km는 이제 체력이 서서히 고갈이 되어 가는 거리다. 점점 무거워져 가는 몸을 다독여 성동교 앞 사거리를 지나 서울숲으로 향하는 길에서 왕년의 런다 우승왕인 김*욱 님을 만났다. 벌써 지났어야 할길을 이제 여기 를 달리는 걸 보니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새삼 느껴본다.

이제 32km를 지났으니 남은 거리는 10여 km다. 런너는 달려온 거리는 잊고 남은 거리만 집중을 한다.가양동길은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길로 잠실대교 오르기까지 정신력으로 달린다.  마라톤은 32km까지는 몸이달리고 이후는 신이 달린다 했다.  가양동길은 4km 정도 길이지만 33km 이후 만나는 길이라 더욱 멀게 느껴지는 길이다. 힘든 만큼 거리응원이 있어 최선을 다하는 구간이다. 35km를 지날 때 한창때 함께 섭 3을 했던마라톤 동지인 윤*원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윤형! 방가방가 ~ "
"진형, 많이 늙었네."
"세월 앞에 장사 있나."
"파이팅! 하자꾸" 그렇게 잠실대교로 향했다.

늘 힘차게 달렸던 잠실대교에는 강한 봄바람이 뒤에서 강하게 불어 주니 신이 준 축복이다.  곧 쓰러질듯 비틀거리는 런너들이 힘겹게 달린다. 누가 시켜서 달리는 것도 아니고 완주를 해도 금전적 보상도 없는데 우리들은 왜 달릴까? 그냥 나 달리기 싫어 해도 되고 멈추어도 되지만 남은 힘을 짜내고 다시 짜내어 달리고 또 달린다.

41.8km지점 마지막 역주

이런 힘듦이 없다면 마라톤이라 할 수 있을까? 힘듦이 있고 고통을 겪고 참고 견뎌야 완주의 성취감도 더하는 것이다. 잠실대교 중간쯤인 38km 지나면 남은 거리는 4km로 줄어든다. 시계를 보니 이런 페이스라면 3시간 13 ~ 14분에는 결승선에 도착할 것 같다. 마라톤에는 이변이 없다. 15분 내외로 생각했는데 혹시 나는 역시나다. 


물 흐르듯 달려온 지금의 페이스는 나의 지금 삶과도 많이 닮았다. 지금의 페이스로 거리를 줄어 나갔다. 잠실운동장 안에서 골인하던 결승선이 올해부터 잠실역 앞 도로로 변경되었다. 근 1km 이상 당겨진 골인지점이다. 골인지점이 가까울수록 응원의 열기가 더해진다. 이름을 부르고 달리기 클럽의 이름을 부르며 연신 큰 소리로 외쳐준다. "다 왔어!!!"그 속에 나를 묻어 본다. 2024년 서울마라톤의 성적표는 3:13:15 "잘 달렸어." 나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그렇게 서울마라톤 21번째 여행이자 풀코스 191번째 여행이 끝났다. 


2024년 21번째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 점프샷

대회 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MZ세대들이 기록판 앞에서 점프하면서 점프 사진을 찍길래 따라 하기를 했다. 풀마 후 점프가 되네. 너무 편히 달린 게 아냐? 그래서 점프샷 사진 한 장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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