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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Sep 26. 2024

2024 춘천마라톤 페이스메이커 선정

올해도 10월 마지막주 일요일 춘천행 기차를 탄다.


2024 춘천마라톤 페이스 메이커 선정


어제 춘천마라톤 사무국에서 문자를 받았다. "님께서는 풀코스 페이스메이커로 선정되어 안내를 드립니다. 운영시간대 및 출발그룹은 대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란 내용이다.

해마다 10월 넷째 주 일요일은 가을이면 농부들이 추수를 하듯 러너들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회로 의암호를 한 바퀴 돌아오는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참가 신청만 하면 대회를 달릴 수 있었다. 늘어난 마라톤 인구로 올해부터는 6개월 전에 선착순 접수를 하는데 경쟁이 치열했다. 


하필이면 2024 춘천마라톤 참가신청일에 코카서스 여행 중 조지아 메스티아 지역을 여행할 때였다.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꺼내 한국 시간을 계산해 사이트가 열리길 기다려 접속을 했고 참가자 인적사항을 모두 입력을 마쳤는데 최종 참가비 결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접속해 연결하니 접수 마감이다. 어찌나 황망하던지 그날 그 아름다운 메스티아의 주타트레킹 중에 초록의 자연이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국 후 혹시나 추가 접수를 기대했으나 그런 기회는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홈피를 보고 페이스메이커 신청을 하였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였다. 10월 20일 발표라 했는데 지나길래 틀렸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제 문자가 온 것이다. 소망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올해도 의암호를 한 바퀴 도는 2024 춘마도 참가하게 되었다. 그간 착실히 쌓아온 풀코스 192회 완주의 기록이 페메선정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춘천마라톤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나의 기록을 위해 달리는 대회가 아니라 대회에 참가한 런너들의 속도 길잡이가 되는 페메로 참가다. 그간 어려운 대회에서 도움만 받았으니 이제 그걸 돌려줄 때도 되었다.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는 2024 춘천마라톤대회다.





첫 마라톤 머리를 올린 춘천마라톤


춘천마라톤대회와는 각별한 관계가 있다. 처음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였고 그것도 풀코스로 1999년 10월에 열린 춘천마라톤 대회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40대 중반의 나이에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는 혈기 왕성할 때였다. 결과는 목표한 330에 미치지 못한 3시간 37분 07초였다. 첫 도전에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자 오기가 생겼다. 1년을 준비한 끝에 다음 해에 마스터즈의 꿈의 기록이 서브3(풀코스를 3시간 이내를 달리는 기록)을 2시간 47분 30초로 피니쉬 라인을 밟았다. 1년의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을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성취감이 있었다. 그 후 꾸준히 가을이면 춘천을 찾았고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을 했고 질긴 마라톤과 인연을 맺었다.



달림이의 하루시작

어제는 경기 옛길 중에 봉화길 제4, 5길인 곤지암역에서 부발역까지 28km의 길인 산과 들을 길게 달렸더니 몸이 알고 뻐근함이 느껴진다.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달리기는 하루 중 시작을 달리기로 한다. 청량한 아침 공기가 시원함을 전해 준다. 이른 아침 18도의 쌀쌀함에 느낌이 좋다. 이런 날은 달릴맛이 난다. 출발할 때 아침공기가 살갗에 와닿는 느낌을 나는 사랑한다.

한강으로 나서니 동풍이 강하게 불어온다. 겨울이면 칼바람이라 속도를 잡아 먹으니 싫지만 9월의 앞바람은 시원해서 좋다. 여름보다 빠르게 지면을 차는 킥하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지고 속도가 빠르게 오른다. 10월로 가는 길은 마라톤의 계절로 가는 길이다.

슝하고 지나는 젊은이는 이 길을 달리는 서브 3 주자다. 몇 번 마주쳤는데 요즘 유난히 빨라진 속도다. 그런 런너를 만나면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Me too다. 마라톤 붐 속에 여성들의 달리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를 청년들은 근육질의 몸매가 달리기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어찌 보면 가장 재미없는 운동 같지만 달리기의 매력에 빠지면 은근한 중독에 빠져 나오기 힘든다. 이런 중독은 좋은 현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달려서 모두 모두 건강해지면 구구팔팔로 가는 길이다.


9km부터 언더 5분으로 올라간다. 출발부터 끝까지 빌드업으로 달려진다. 달리기의 속도는 "후반이 살아나야 한다."는 게 나의 마라톤 지론이다. '초반끗발 개끗발'이란 말이 있듯 음악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겠다고 첫 키를 높여 잡아 고음에서 삑사리가 날 수 있듯 마라톤도 초반에 너무 높은 페이스를 잡으면 후반 개고생이고 초반 1분 당기려다 후반 10분을 잡아먹는다 게 마라톤의 통설이다.


성산대교를 지나올 때 달리는 자세로 보아 초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가씨가 달려오길래 "파이팅!" 해줬더니 방긋 웃는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춘다는데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몸은 묵직해도 마지막 스퍼트는 빼먹을 수 없는 과제로 최대한 심박수를 높이는 훈련을 잘 마쳤다. 아직도 기온이 높아 달리고 나면 러닝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좀 더 선선한 가을 속으로 들어 같으면 좋겠다. 오늘도 파이팅!이다.


춘천마라톤대회 42.195km를 달리고 마지막 결승선 앞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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