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요크셔테리어가 많았는데..
어렸을 적 나는 눈치 없는 옆집 아이였다. 쥬니가 너무 좋아서 그랬다. 쥬니는 옆집에서 입양한 작은 요크셔테리어 강아지였다. 검은색 털이 전체적으로 몸을 덮고 있었고, 눈썹과 입, 발에는 미색 털이 나 있었다. 그 작은 강아지가 나는 너무너무 좋았다. 너무너무 귀여웠고,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하게 그 집에 찾아갔다. 엄마와 친했던 아주머니는 늘 나를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집 언니는 눈치를 줬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난 뻔뻔했다. 사실은 눈치가 없었다. 그래서 굴하지 않고 쥬니를 보러 옆집에 갔다. 언니는 눈을 흘겨도 쥬니는 항상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줬기 때문이다. 나도 나중에 강아지를 키우면 나는 ‘네이’라고 이름을 지어 ‘쥬니어네이버’를 완성해야지라는 생각도 했다.
어른이 되어 여전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는 산책을 할 때면, 산책로의 강아지들을 구경한다. 강아지 종에도 유행이 있다. 내가 어렸을 적엔 시추와 요크셔테리어가 유행이었다면, 요즘엔 비숑, 웰시코기 등이 유행이다. 산책하다 비숑과 웰시코기 틈에서 간간히 보이는 요크셔테리어는 어릴적 쥬니와는 달리, 은색 빛 털을 가지고 있으며, 활기차게 걷기보단 주인의 품에 안겨 있을 때가 많다. 요크셔테리어는 나이가 들면 털의 색이 변한다. 어릴 땐 갈색과 검은 빛을 띠지만, 나이가 들면 사람에게 흰머리가 나듯 털의 색도 은빛을 띤다. 산책을 하다 마주하는 은빛 털의 요크셔테리어는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 할아버지쯤 되는 강아지들인 것이다. 그런 강아지들을 볼 때면, 내가 쥬니를 만났던 그 시절부터 오랫동안 변치 않는 사랑을 받은 강아지들이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찡하다. 주인들은 또 얼마나 애지중지 강아지를 안고 있지 않겠는가.
그때 그 많았던 요크셔테리어와 시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박 2일>에 상근이가 나왔을 땐 그레이트 피레니즈가, <삼시세끼>에 장모 치와와가 나왔을 땐 그 종의 강아지들이 유행처럼 입양된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유기견센터에 해당 강아지들이 가득해진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의 옷을 따라 입듯, 유행을 따라 강아지를 입양하고 파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한 주인에게 사랑을 받으며 은빛 털을 뽐내고 있는 강아지들을 산책로에서 마주하면 뭉클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요즘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펫샵에서 강아지를 ‘구매’하는 것에 대한 시선 역시 달라졌다. 펫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연예인들은 네티즌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한다. 펫샵에 대한 실태가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생긴 변화다. 티비 프로그램은 유행처럼 버려지는 강아지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세나개처럼 반려견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 방송이, 미디어가 강아지 종의 유행보다는 올바른 반려견 문화의 유행을 일으킨다면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