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꼭 먼 데서 찾으려는 악습을 고쳐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집에 부모님 손님들이 오시는 휴일 오후, 반강제였지만 뜻밖에 주어진 외출의 기회를 어떻게 써먹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혼자 카페에서 유유자적하는 게 제일 편하겠다 싶어서 광역버스 타고 서울까지 나갔다.
다른 동네여야 세련되게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기분에 젖어들 것 같았으므로. 하지만 연휴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사람들로 카페는 너무 북적였고 소음의 한복판에서 꾸역꾸역 이어나가는 휴식은 그리 달지 않았다.
초저녁에 집에 왔는데 아직 손님들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아 가까운 이디야에 다시 자리잡고 앉았다.
테이블 간격이 넓어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직접적으로 귀를 파고들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꼭 지켜졌으면 하는 규칙 중 하나인 ‘소음의 사회적 거리두기’. 거슬리지 않기 위해 내 주변만 빙빙 도는 백색 소음을 배경으로 창문 밖으로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은 동네 풍경을 보고 있자니, 무엇을 얻자고 그 먼 곳까지(버스로 30분밖에 안 걸리는 곳이었지만) 다녀왔을까 허무했다. 바라던 장소는 바로 곁에 있었는데.
#가을저녁 #이디야 #콜드브루디카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