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탐구 Aug 11. 2019

생애 첫 기타, 데임의 추억

실은 두번째 기타 

기타쟁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첫 기타가 특별할 것이라 믿는다.

유복한 환경에서 쉽게 손에 넣은 기타라도 아마도 그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내 소유의 기타가 생긴다는 것은 몹시 흥분된 경험이다.

나는 서른 후반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애 첫 기타는 아마도 성능이 그리 좋지 않은 저렴한 기타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국산이었고 Washburn 이라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내게는 몹시 생소했던 브랜드의 기타였다. 

내 기억에는 친형이 나를 대신해 친구와 낙원상가에 가서 16만원인가 18만원에 사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다른 피니시 없이 사틴Satin 피니시로 나무느낌이 손에 다 느껴지는 험버커 픽업이 2개 달려있는 기타였다. 정말 열심히 쳤다. 다운스트로크로 1번줄 아래 쪽, 두개 픽업 사이의 나무가 허옇게 일어날 정도였고, 1~5번 플렛은 리플렛을 해야했다. 


나의 두번 째 기타는 지금도 다시 갖고 싶은 기타였는데 국산 브랜드였던 데임Dame이었다. 

나는 얼마전에 Dame에서 2000년 초반에 나왔던 마인드 스탠다드 Mind Standard 라는 모델을 중고로 손에 넣게 되었고 갑자기 잠들었던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나서 제법 많은 시간을 과거를 찾아보는데 쓰고 있다. 


내 두번 째 기타는 마인드 모델은 아니었고 B2B Exceed 라는 모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흰색 기타였는데 B2B의 바디 세이프와 헤드 쉐이프도 아주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B2B 모델은 비교적 저렴한 모델이었다. 내 기억에는 20만원 후반대 였던 것 같다. 

물론 2000년 당시 고1이었던 내게는 굉장히 비싼 기타였다. 

아직도 당시에 기타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있다. 

나는 당시 내 기타를 굉장히 좋아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타에 옷을 입혀놓고 찍기도 했다. 

또한 농구 림 네트에 걸어놓는 가학의 현장을 찍은 사진도 있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사실 이 B2B라는 조금 요상한 이름의 기타에 대한 얘기도 할 것이 많지만

나는 최근 마인드 스탠다드 라는 기타를 중고로 들이면서 

고등학교 1학년 나의 '욕망'이 깨어남을 발견했다. 


당시 데임Dame 이라는 브랜드는 국산기타이지만 엄청난 기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99년, 데임이 100만원에 가까운 가격에 마인드 시리즈와 비파 시리즈를 팔았는데 

나에게는 여러가지로 충격적이었다.


우선 가격이 넘사벽이었다. 

고등학생에게는 100만원 가까운 가격은 너무 비쌌다.

하지만 디자인이 정말 독특했고 

내 눈에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갖고 싶었다. 너무나 


내게 현실은 가혹했고

데임에게 시장 역시 가혹했던 것 같다.


데임은 몇년을 못 버티고

마인드 시리즈와 비파 시리즈를 중단하고 

저가형 기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마 그 쯔음 데임의 주인도 바뀌었던 것 같다.




웹사이트의 과거 페이지를 저장해둔 사이트에서 찾아왔다. 그나마 각 모델의 대표이미지를 gif로 업로드해 둔 덕에 사진이 남아있었다. 


마인드 스탠다드는 카브드탑Carved Top 이다. 깁슨기타 처럼 상판에 곡률이 있다. 그래서 만드는데 손이 훨씬 많이 간다. 그리고 마인드 모델은 모두 마호가니 나무로 바디와 넥을 만들었다. 깁슨 레스폴과 동일한 방식이다. 그래서 약간 어둡고 차분한 톤이 나온다. 


나는 당시에 비파 하이얼린 Beepa Hyaline 이 너무 갖고 싶었다. 

당시에는 립스픽 픽업이 너무 예뻐보였다. 

그리고 지금껏 100여 대 넘는 기타를 쳐봤지만

립스틱 픽업을 가진 기타를 쳐본적이 없다. 


20년이 지난 지금봐도, 아니 지금봐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비파시리즈의 바디쉐이프는 참 아름답다.


구글링과 네이버에서 검색질을 하다가 내가 갖고 싶은 기타를 모두 갖고 있는 분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오랜 기간동안 좋은 상태로 기타를 보관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이 기타를 디자인했던 분이 궁금해졌다.

당시 데임이 팔았던 모든 기타는 기타헤드에 Designed by shim 이라는 로고가 프린팅 되어 있었다.

심일현. 


2000년 5월, 

신문사 신설법인란에 (주)데임 대표이사 심일현 으로 소개된 그 분은

데임기타의 대표이사이자 디자이너 인 듯 하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장 마지막 소식은 2016년 "인생이 무엇인지"라는 음반에 일렉기타리스트로 참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검색을 해보니 지금은 미국에 거주하고 계신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2000년에 내 욕망을 단종된 기타 수집으로 풀고 싶다. 

지금도 나는 하루 한번 이상, 중고 기타게시판에서 비파 시리즈가 올라오지 않을까하며 새로고침을 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기술세일즈 미팅에서 불필요한 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