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힐링작업소 Jan 12. 2024

re-비엔나7일

빈 뮤지엄 jahreskarte

누군가 나에게 ‘비엔나를 왜 예술의 도시라고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빈뮤지엄을 가보시라.. 고 답하리라.

말로 설명되는 답이 있기도 하지만 말보다는 각자의 느낌과 감각으로 이해되는  답이 있다. 비엔나가 왜 세계 최고의 예술 도시이며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얼마 전 새롭게 단장해 개관한 빈 뮤지엄을 찾아가 보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전혀 알지 못했고 찾으려 하지 못했던 빈 뮤지엄을 처음 만난 건 지난 연말 지루했던 우기가 끝나고 모처럼 햇빛이 기분 좋게 비추던 날, 칼츠 플라츠를 산책하면서다. 그곳의 분위기보다 훨씬 현대적인 신축 건물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물 3층쯤 되는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내려다보기도 했고, 좀처럼 줄지 않는 저 줄과 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다. 빈 뮤지엄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할까?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비엔나의 시대별 풍경이 남아있다. 170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와 그 역사가 남긴 수많은 흔적들과 물건, 그림과 음악이 층별로 나뉘어 보기

편하게 (물론 번역기 돌림 필요) 전시되어 있었고, 슈테판 성당을 비롯한 비엔나의 랜드마크 조형물들은 싱크로율 100으로 당당하게 관람객을 맞이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디테일한 접근과 중간중간마다 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게임과 퀴즈 같은 아기자기한 세팅도 볼 만했다. 하지만 글도 모르면서 그림만 보는 수준으로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까막눈이를 가장 흥분하게 했던 건, 수없이 밀려드는 비엔나 시민들과 그들의 비엔나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이다. 학생들부터 젊은이, 중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평일 오전부터 비엔나의 시간이 담겨있는 그곳은 정말 발 디딜 틈 없었다. 호기심과 관심과 회한과 진지함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 사이에서 비엔나를 만든 건, 역시 비엔나 시민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리 여왕이 예술을 장려하고, 뛰어난 예술가들이 태어나고,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조성 되었다고 해도 비엔나를 사랑하는 시민이 없었다면 비엔나는 지금의 비엔나가 되지 않았을 거라는 나름의 관전 후기다. 이것은  모름지기 나라는 권력욕 넘치는 윗사람보다 평범한 보통 시민의 힘으로 움직여지는 법이라는 일반적 상식에 기인한 것이지만 오늘 빈뮤지엄에서 만난 진지하고 자부심 넘치는 비엔나 시민들의 표정을 보니 더 확신하게 되는 바다.  그나저나 빈 뮤지엄 연간회원권을 끊었는데 (29유로에 하이든 하우스 등 10곳을 무료 관람) 그럼 나 내년 이맘때도 또 와야 하는 거??

*빈 뮤지엄-카를 성당-도나우 젠트룸

매거진의 이전글 re-비엔나6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