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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작업소 Jan 15. 2024

re-비엔나11일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거리에 사람도 오가는 트램이나 버스도 어쩌다 한 번인 한적한 일요일 오전. 하지만

나와 언니는 한적하지 않다. 조카들, 언니에게는 딸들이 살고 있는 집을 대청소하기로 한 날이니까. 생각보다 엄청나게 불필요한 물건들과 엄청난 먼지들 속에서 사는 아이들의 가재도구 청소 등등..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이거 버려?” 외에는 입 다물며 일에 몰두한 결과로 한 시간 반에 임무 완수. 그러나 오늘 투어는 오전은 스킵이다. 관람 투어는 대체적으로 오후 1시부터 2시는 진행하지 않기에 오후 2시 오후오픈시간에 비엔나가 사랑하는 왈츠의 제왕. 요한 슈트라우스 할아버지 생가를 방문하려 하니 시간이 좀 남는다. 이럴 때 나는 부근의 명소 (외부관람만 가능한)를 한 군데 찾아본다. 이를테면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음악회 시간이

남았다면 덕수궁 돌담길 걸어보기. 같은 예다. 스트라루스 생가 방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찾아간 곳은 쇤부른 궁전 정문쯤에 있는, U4 쇤부른 역 다음인 히칭역이다. 이곳에 오토 바그너가 황실사람들을 위해 만든 마차 대기실이 딸린 hofpavillion이 있다. 오스트리아

황실분들은 예로부터 눈과 비를 맞지 않았기에 지붕이 있는 마차대기실을 만들어 놓고 항시 마차들이 이곳에 대기했다는 장소다. 사연이야 어떻든 바그너의 초록아트는 늘 감동이다. 내부 관람은 잠정 중단 상태라 겉모습만 보고 슈트라우스 생가를 찾았다. 벌써 베토벤, 슈베르트, 하이든 등등 생가나 기념관은 모두 대문벨을 누르고, 현관 벨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다. 참으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 게다가 발을 뗄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마룻바닥 소리. (처음엔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여기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에서 꽤 시끄럽기에 이젠 나도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뜯어고치거나 매만지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정결하게 닦아 놓고 후세에 내려보내려는 듯한 노력이 느껴진다. 오늘 둘러본 요한 슈트라우스와 슈베르트 생가에서 그런 노력이

느껴졌으나 조금 마음 아팠던 부분. 슈트라우스는 워낙에 금수저로 태어나 기록이 많았고, 남겨진 것들 또한 잘 유지되어 전해오는 듯했지만 슈베르트는 그렇지 않았다. 슈베르트도 음악선생님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힘겨운 슬픈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선택한 보헤미안 생활과 서른한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으니 기록도 흔적도 적긴 하겠지만. 오늘 뮤직데스크에 앉아서 그의 음악을 듣자니 역시 슈트라우스나 슈베르트도 그들의 음악에 그들의 인생이 투영된 게 아닐까 싶다. 슈트라우스는 늘 경쾌하고 밝지만

슈베르트는 슬프고 애잔하다.


*대청소-히칭역 (호프파빌리온)-슈트라우스

생가-슈베르트 생가-슈테판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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