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55분. 눈을 뜨게 된다.
꽤 오래전부터는 알람 소리가 채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 봐야 몇 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것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뭔가 남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괜찮은 능력 같은 것이 생긴 느낌이랄까.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5분 뒤면 정확하게 울어대기 시작할 알람시계의 버튼을 미리 눌러둔다.
이불속 온기가 새삼 아깝다.
좀 더 만끽해보기로 한다.
밤새 나의 체온으로 만들어 놓은 작은 안식이 이불속에 고스란하다.
초겨울,
아직은 어둠이 물러가기에는 이른 시간.
침대 한쪽 켠에서 산이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올라오기 편하도록 낮은 프레임의 침대로 바꾼 뒤부터 산이의 잠자리는 항상 내 옆.
엉덩이와 허리를 나의 허리춤에 밀착한 채 동그랗게 누워 고개만 삐쭉이 들어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일어난 걸 알고 있다.
나이 탓일까, 부쩍 잠이 많아진 산이다.
저만한 덩치의 대형견에 12살이면 이 녀석도 이제 어른 대접받아 마땅하리라.
산이는 이제 곧 아침 산책을 나설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서두르거나 재촉하진 않는다.
내가 일어나 앉길 기다린다.
상체를 세워 산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목덜미 부근의 사모예드 특유의 사뭇 폭신하고 부드러운 털이 손가락 사이로 기분 좋게 파고든다.
스윽스윽.
어둠 속에서 산이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생각...
간밤에 꾼 기억나지 않는 꿈을 생각해내려고 애쓰고,
오늘 아침 조찬미팅에서 윤 대리의 아쉬운 퇴사를 알려야 하며,
퇴근 후 검도 연습하기 전 대회 참가 등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또...
또...
불빛이 필요한지
커피가 필요한지
고요가 필요한지
음악이 필요한지 구분되지 시간 속으로 빨려 든다.
외로움이 길어지는 바람에,
난 새벽의 안식이 '종종'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