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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Feb 20. 2019

꼭 꿈이 있어야 할까?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19 꿈, 장래희망

어릴 때 나는 내 꿈은 뭘까?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를 수도 없이 고민했었다. 그 중간중간에 간혹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기는 했지만 현실의 역경을 이겨내고 하고 싶은 만큼은 아니었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인생의 꿈'은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대학 전공도 선택지가 많은 자율전공으로 갔을까...)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꿈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넌 꿈이 뭐니?


첫 직장을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올 때까지만 해도 난 내 꿈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공교육을 받기 시작한 유치원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꿈이 뭐냐라는 질문의 다른 형식인 장래희망 조사를 1년에 한 번꼴로 받았고, 그래서 당연히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생각만 했을 뿐 대학은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나는 꿈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리고 스페인으로 와서 살아가면서 '굳이 꿈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살아가게끔 너무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학원에서 친했던 친구들을 보면, 이 공부가 꼭 하고 싶어서, 이건 내 일생일대의 꿈이었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은 1도 없었다. 그냥, 여러 전공 중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다른 전공보다 쉬울 것 같아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부터 마케팅이라는 전공 멋지잖아와 같은 웃픈 이유까지... 다양한 전공 선택의 이유를 들어보긴 했지만 이건 내 꿈이라서,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라는 말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기가 어릴 적부터 생각해 오던 꿈이 었다고 하는 동료는 본 기억이 없다. 왜 이 일을 하는지 물어보면 그저 면접을 봤는데 합격해서, 혹은 우연히 이 길로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라서 또는 연봉과 안정성 때문에 이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게 나의 꿈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이곳에서는 '넌 꿈이 뭐야' 혹은 '꿈을 가져'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 경험에 기반한 것이기에 일반화를 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이 곳 사람들은 꼭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현재가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된 거다. 굳이 이게 내 꿈일까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고, 꿈이 없도 행복하게 잘 산다.


꿈이 없지만 잘 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일만은 꼭 하고 싶어', '이 일이 아니면 안 돼'라는 자신의 인생의 꿈을 찾은 사람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왜? 그런 사람은 일단 인생의 기준이 잡혀 있고 그것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이니까... 하지만 꿈이 없다고 해서 복 받지 못한 삶이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꿈이 없지만 나처럼(?) 혹은 내가 본 많은 스페인 사람들처럼 잘 사는 사람이 더 많다.


나는 언젠가부터 꿈을 찾아야겠다는 강박에서 많이 벗어났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즉 내 꿈인지, 아닌 지를 생각하기 전에 그저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인지, 아닌지, 그리고 잘하는 일인지, 못하는 일인지를 먼저 생각해본다.


하기 싫은 일

단순 반복 작업, 면대면 영업, 텔레마케팅, 사내 정치...


싫어하지 않는 일

영업 관리, 문서 작성 및 관리, 번역 및 로칼리제이션...


잘 못하는 일

수학, 의견 수립 및 결론내기, 외국어로 하는 퍼블릭 스피치...


잘하는 일

여행, SEO, 블로그, 텔레마케팅, 프로젝트 계획...

 

이런 식으로 일을 분류하다가 보면 가령 텔레마케팅처럼 잘하는 일이지만 하기 싫은 일도 있고,

(대학교 때 잠시 아르바이트로 했었는데 그곳에서 정직원을 제의할 만큼 텔레마케팅에 그 당시에는 소질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오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것 중 하나라서 텔레마케팅은 잘하지만 내가 하기 싫은 일로 분류가 되어 버렸다.)


로컬리제이션처럼 내 꿈은 아니지만 내가 잘하면서 싫어하지 않는 일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로컬리제이션이란 직종은 꿈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직종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것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을 했던 직종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싫어하지 않는 일이어서 시작해 보았고, 의외로 내가 잘하는 일이자 즐거운 일이라는 결론을 얻어서 꽤 오랫동안 해 오고 있다. )


그리고 그 일을 선택해서 하면 큰 무리 없이 잘 흘러가고 그 중간중간에 행복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의외로 꿈에 근접한 적성을 찾기도 한다.


'내 꿈은 무엇일까?'

'나는 왜 꿈이 없을까?'

'꿈을 가져야 해!'


등등의 고민을 하고 있다면 굳이 꿈이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꿈이 있어서 그것을 향해 전력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맞는 일을 찾아서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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