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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Jan 09. 2019

BTS와 삼성은 알지만 한국은 잘 몰라요.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12 한국에 대한 인식

외국에서 살다 보면 내 나라가 매우 자랑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길거리에서 종종 보이는 현대, 기아차를 본다던가, BTS의 소식이 신문에 난다거나, 공항과 시내 곳곳에 광고하고 있는 삼성이나 LG의 광고판을 본다던가 할 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전 세계 곳곳에 알려져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비록 내 업적은 아니지만 자랑스럽다.


어디서 왔니? 중국? 일본?


처음 만나는 스페인 사람들 대부분이 묻는 것은 어디서 왔냐는 질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어떤 스페인 사람도 나에게 한국에서 왔냐고 물은 적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한국에서 왔다가 이야기해도 한국을 잘 알지 못한다. 케이팝과 한류, 그리고 한국 브랜드들의 여파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스페인 사람: 어디서 왔니? 중국인?

나: 아니.

스페인 사람: 그럼 일본인이야?

나: 아니

스페인 사람: 그러면...?

나: 한국에서 왔어 (이때 나는 정확히 꼬레아 델 수르라고 남한이라고 말을 한다.)

스페인 사람: 아! 꼬레아! 며칠 전에 너네 나라 대통령 김정은이 신문에 났어.

나: 그거 우리나라 아니야. 거긴 북한이고 나는 남한 사람이야.

스페인 사람: 아...


영국에서 살 때도 그리고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은 대부분이 저렇게 흘러간다. 물론 모두 다가 이렇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보면 중국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꼬레아라고 하면 북한을 먼저 떠올린다. 당신이 사용하는 핸드폰도, 가전도, 그리고 듣는 노래도 한국 노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과 한국이라는 나라와 쉽게 연관시키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 LG와 같은 브랜드들은 잘 알고 있고, BTS나 빅뱅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좋아하지만 그런 것들과 한국을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닐뿐더러 점차 한국을 알아가는 사람이 늘어나고는 있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옆집 할머니는 아직까지도 내가 중국인인 줄 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볼 때마다 한국이라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상식선에서 아시아는 중국뿐이기에 아시아인인 나는 중국인인 것이다.


다행히도 어린 친구들은 BTS, 엑소, 빅뱅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한국에 가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나이 드신 어른들은 아직 아시아라고 하면 중국을, 그리고 한국이라고 하면 남한보다는 북한을 더 먼저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한 때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했고, 그로 인해 김정은이 한 마디 할 때마다 스페인 신문에 났으니, 안타깝지만 별 다른 사건이 없는 남한보다 북한을 더 잘 아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케이팝과 한류를 좋아하는 세대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북한과의 평화적인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더 이상 북한이 뉴스 1면에 나오지 않을 그때가 되면 스페인 사람들이 아시아 하면 중국과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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