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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Jan 09. 2019

동방박사 오신 날은 세일 시작하는 날!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13 레바하(Rebaja)

스페인의 최대 명절 중 하나가 동방박사 오신 날이다. 크리스마스와 1월 1일 역시도 큰 명절이고,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지만 동방박사 오신 날, 1월 6일이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이다. 하지만 가톨릭이나 기독교 신자가 아닌 나에게는 1월 6일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경제적으로 더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날부터 스페인 겨울 세일인 REBAJA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1년 옷 준비는 세일 기간에..


스페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세일 기간이 아닌 시기에 옷 쇼핑을 많이 했었다. 자라와 망고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신상품을 계속 선보였기에 사고 싶은 유혹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지금은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번 있는 세일 기간에 그동안 봐 뒀던 옷을 저렴한 가격에 GET 한다. 정말 사고 싶은 옷이 아닌 이상 기다리면 적게는 10%, 많게는 8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그 옷이 팔리기 때문이다.


세일 기간에 나만이 쓰는 작은 팁이 있다. 레바하가 시작되는 1월 6일에는 비교적 세일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디자인과 치수의 옷들이 있기 때문에 일전에 봐 둔 옷이고, 꼭 사고 싶은 옷이라면 세일 시작과 동시에 사는 것이 좋다. 좀 더 기다리면 내 치수의 그 디자인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도 되고 안 사도 되는 옷이라면 세일 시작 후 1~2주 정도를 더 기다려 보는 것이 현명하다. 보통 레바하가 시작되고 1~2주 사이에 두 번째 세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할인폭이 훨씬 커서 내가 원하는 모델에 원하는 사이즈가 남아 있다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1년 입을 옷을 겨울 세일 기간과 여름 세일 기간에 모두 장만한다. 실제로 같이 일하는 동료 중 한 명은 세일 시작하는 날 혹은 그다음 날까지 휴가를 신청한다. 일 마치고 가면 늦다는 이유로 휴가를 내고 가서 원하는 물건을 저렴하게 사겠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해를 못했었는데 일 마치고 가서 내가 원하는 물건이 다 팔렸을 때 그 아이가 현명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일에도 상도덕이 있어요.


예전에는 겨울 세일은 무조건 1월 6일 시작해서 2월 28일에 끝이 나고, 여름 세일은 7월 1일에 시작해서 8월 31에 끝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이 룰을 지키고 있지만 일부 브랜드들은 레바하의 암묵적인 룰을 깨고 1주일 정도 일찍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미리 세일을 시작하면 그 브랜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다른 브랜드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 이런 현상은 지양해야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을 되돌아보면 해가 지날수록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심해짐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일에도 상도덕이 있음을 알고 모두가 지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패스트 패션, 레바하, 다양한 이벤트


스페인의 유명한 브랜드인 자라와 망고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디자인의 옷이 나오고, 그 옷들이 수시로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팔지 못한 재고들이 엄청나게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재고 처리를 위해서도 레바하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데스이구알 같은 브랜드에서 1월 6일 아침 속옷만 입고 가게 앞에서 기다리면 오픈과 동시에 가게에 들어가서 원하는 옷을 입고 1유로를 지불한 후 갈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겨울 세일은 스페인 최대 세일인 만큼 각 브랜드들도 신경을 써서 이벤트를 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다른 나라에 있어서 레바하 시작과 동시에 물건들을 사러 갈 수 없었지만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즉시 새 옷과 그동안 사고 싶었던 목록들을 정리해서 쇼핑하러 갈 것이다. 제발 내가 원하는 것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남아있기를... 만약 1월과 7월에 스페인에 오게 된다면 스페인의 상징 겨울, 여름 레바하를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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