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지 목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쌀벌레 한 마리가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어디로 가는 지 목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잡아 죽여야 하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문장을 두드리기 위해 일단은 두었다.
잠깐 잠깐 놈의 위치를 살펴보면 제법 속도가 있다.
안되겠다.
일단 잡고 이어가야겠다.
언제부턴가 매트리스 근처에 쌀벌레가 한 두마리 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쌀통은 싱크대에 있고 며칠 전 밥을 해먹을 때 살펴봤지만 쌀통에는 쌀벌레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출처를 알 수 없는 것의 등장이 그다지 진귀한 일은 아니기에
그려러니 넘어간다.
이유는 분명히 있지만 알 수 없는 건 알 수 없는 대로 두는 편이다.
동시에 이유없이 사라지는 것도 있다.
양말 한 짝 같은 거.
세탁기를 돌리고 말리려고 널려고 보면 한 짝만 사라지고 없다.
어디에서 낙오된 것인지 살펴볼 수 도 있겠지만
귀찮으니 넘어간다.
때가 되면 나오려니.
때가 되니 쌀벌레의 출처는 나왔다.
당연히 쌀통이었다.
쌀통의 쌀을 신문지를 깔고 쏟아내었더니
민족 대이동처럼 사방으로 줄지어 쌀을 떠나는 놈들을 볼 수 있었다.
가을에 산 현미가 오래된 것이었던 모양이다.
쌀은 함부로 버리면 안되는 것으로 되어있어
독단적으로 버리는 결심은 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했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쌀벌레가 쌀을 점령해버렸다고.
어제 쌀을 버렸고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간간이 쌀벌레가 바닥을 기는 걸 보게 된다.
쌀통에서부터 먼 매트리스까지 쌀벌레는 나에게 들키지도 않고
어떻게 이동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