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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s Jan 31. 2021

팩트 폭행 당한 기획자

2021년 첫 독서, 팩트풀니스.

2021년 첫 독서, 팩트풀니스.

체험판으로 읽고 너무 궁금해서 구매,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ridibooks

2021년 새해를 맞이하여 어김없이 새해 목표로 책 꾸준히 읽기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집중력을 가지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빌게이츠가 강력 추천한 것으로 유명한 책 팩트풀니스 (저자 한스 로슬링)’입니다. 사실 처음 몇 장을 읽어보면서 대체 왜 이 책을 빌게이츠가 추천한 거지?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본론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고 몰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의사가 본업이었던 이 책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사람들이 얼마나 단순하고 본능적으로 사고하는지를 짚어주며, 본인의 지난 경험을 토대로 10가지의 본능들에 대해 설명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그 본능들을 인지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 등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들이었기 때문에 내용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획자이자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10가지 본능들과 마주하게 된 순간들이 떠올랐으며, 앞으로도 마주하게 될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본능에 이끌려 일했던 저를 작가가 팩트로 마구 때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가가 설명하는 본능들은 유용한 인사이트 또는 문제 해결의 힌트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일을 하는 건 어쨌든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책에서 언급된 10가지 본능을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팩트풀니스를 통해 알게 된 10가지 본능 중 제가 가장 깊게 느끼고 팩폭(?) 맞았던 6가지 본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부정,공포 그리고 다급함 본능   

부정, 공포, 다급함. 이 세 가지 본능은 서로 연결되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을 하고 있는 회사, 진행하는 프로젝트, 관리하는 프로덕트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거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좋지 않은 사건이나 버그가 하나 툭 튀어나오게 되면 우리는 그동안 좋았던 것들을 뒤로하고 곧 좋지 않은 것들에 크게 주목하게 됩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해결해야 할 공포로 다가오기도 하고 이것들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다급해지기도 합니다. 공포심에 두려워진 상태로 시간마저 부족한 다급한 상황에서 진짜 문제와 해결책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팀원 리소스 낭비는 물론이고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못한 채 부작용에 시달리는 프로덕트를 보면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릴지 모릅니다. 프로덕트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을 재고하고 관리해야 하는 기획자, 프로덕트 오너들은 이 본능에 깊이 빠지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합니다.


부정 본능

보통 점진적으로 개선된 사항들은 부정적인 이슈들에 비해 조직 내부에 잘 공유하지 않는고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작은 개선사항까지 일일이 공유하지는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제품의 개선된 사항들을 정리하여 전사 슬랙이나 이메일로 공유한다면, 조직을 부정 본능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포 본능, 다급함 본능

혹여 이슈나 부정적인 소식들을 공유하게 될지라도, 기획자 혹은 프로덕트 오너가 팀원들보다 먼저 공포감과 다급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어떤 이슈가 터지게 되면 제가 먼저 지나치게 심각해져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심을 잡아야 할 제가 그렇게 되어버리면 팀원들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이들조차 군중심리로 인해 공포와 다급함을 함께 느낍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냉정해져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에 쫓기더라도 내가 먼저 진정하고 위험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이 사실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되새겨야 합니다. 모니터 어귀 한 편에 이 본능에 대한 사실을 잊지 않도록 크게 적어두고 명심해야 할 중요한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기 본능   

어느 곳이든 자원은 한정적입니다.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하고 프로덕트를 관리해야 하는 기획자는 늘 한정된 리소스를 적절히 고려하여 일을 분배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이슈와 해결해야 할 것들 중에서도 중요한 것을 찾아 우선순위화 해야 하는 것은 기획자의 큰 역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크기 본능에 사로 잡혀 당장 눈 앞에 리포트되어 놓인 작은 문제에 지나치게 주목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어느샌가 정신 차려보면 작은 문제에 꽂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저자는 어떤 일을 할 때에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문제가 어디인지를 찾고 먼저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수치 상 비율의 의미를 더 크게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프로덕트를 운영하다 보면 없을 수 없는 수많은 이슈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case by case로 주먹구구 쳐내고 있는 현 상태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계속 병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1개의 리소스로 1개의 문제만을 해결한 것이기 때문에 1개의 리소스로 100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지 모릅니다. 굉장한 비효율을 초래한 것입니다.


우리 프로덕트에 발생되는 전체 이슈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슈를 찾아 먼저 해결한다면 운영팀의 이슈 리포트 리소스, 중간 커뮤니케이션 리소스, 개발팀 처리 리소스 등 똑같이 큰 비중으로 낭비되고 있던 전체 리소스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든 문제를 똑같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고 사소하게 낭비되고 있는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서, 크기 본능을 잘 억제하고 이용해야 하고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일 관점 본능   

기획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자신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 협업 미팅을 하다 보면, 근거 없이 서로 본인의 주장을 말로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는 소위 전문가 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서로 본인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일화된 관점을 통해서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야 조금 더 유연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게도 나의 의견과 충돌이 되거나 여러 사람과 논의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져 저 스스로의 의견을 결론으로 확정 지어 추진한 일이 여럿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사소한 이슈에 대한 것들이긴 했지만, 간혹 사소한 것에 대한 저의 결정이 후에 화가 되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보통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저자는 내 의견에 반박하는 사람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자주 만나 나와 다른 그들의 생각을 세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자원으로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모든 문제를 한 가지 도구만으로 가지고 풀 수 없듯, 다양한 문제에는 적절한 도구가 필요한 법입니다. 여러 문제를 다각도로 보기 위해서 우리 역시 주변의 다양한 의견을 필요로 해야 합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정리해 내는 것은 기획자에게 필수적인 역할입니다. 어찌 보면 의견 교환으로 인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직무유기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려면 망치가 아닌 연장 통을 준비하라 는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이 메시지는 기획자에게 있어서는 기본적인 준비사항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단일 관점 본능을 억누르고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치열하게 논의하여 여러 관점의 방안들을 마련해두는 일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비난 본능

비난 본능은 사회생활을 8년 가까이하면서, 아니.. 인생을 34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본능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 하는 본능입니다. 어떤 일이든 희생양을 찾으려고 하고, 이것은 인간 본성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이 본능이 위험한 것이,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이 모든 것의 이유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도록 포커스는 개인에게 향합니다.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저도 학창 시절이나 군입대 시절, 회사생활을 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저 또한 누군가를 탓하고 비난하려는 본능에 사로잡힌 적이 많습니다. 심지어 지난주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너무 부끄럽습니다. 나름대로 이 본능에서 헤어 나오려 했지만, 앞서 언급했던 공포 본능, 다급함 본능이 겹쳐지면 이 비난 본능은 더 심해지는 듯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의 원인은 특정할 수 없이 다양한데 저도 모르게 비난의 화살이 어떤 팀원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라이브 되고 있는 프로덕트를 운영할 때 이런 일이 빈번합니다. 실제로는 특정 누군가가 원인 일리가 없는데, 순간적으로 누군가를 탓하는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저도 비난의 대상 중 하나일 텐데 말입니다. 제품을 책임지는 건 ‘나’인데, 순간적으로 이 책임을 회피하여 팀원에게 돌립니다. 상당히 질 나쁜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빈번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실수가 반복된다면 혹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것은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닌 문제를 일으키는 시스템을 찾으려 노력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특정 비난 대상은 희생양일 뿐,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누군가 비난할 대상을 찾는 것부터가 아니라, 이 일이 어떻게 하면 재발되지 않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연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제품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수 사항이라는 점을 비난 본능을 통해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팩트풀니스에서 언급된 10가지 본능들은 내가 앞으로 일을 하면서 내 본능의 사실을 어떻게 인지하고 다뤄야 하는지 반성하게 하고 힌트를 남겨주었습니다. 아직 기획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통찰한 내용들은 현시점 나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현재 내가 책임지고 있는 제품을 유지보수하던, 새로운 제품을 기획을 하든 간에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팩트풀니스'처럼 이렇게 많은 근거와 출처가 남겨진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갔고 진정성 있게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너무 많은 팩트 폭행을 당한 나머지 부끄러움에 잠시 너덜너덜거렸지만,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에는 부끄럽지 않은 기획자가 되어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팩트풀니스를 가장 빠르게 읽어볼 수 있는 곳,


리디북스 (*체험판으로 읽어보고 구매하여 독서할 수 있다.)


밀리의 서재 (*한 달 구독 후 읽기에 저렴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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