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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Jan 20. 2020

초·중등 교육을 성인의 관점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 학교교육과 성인교육의 차이 -



지식과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평생 동안 배워야 한다. 학교교육을 통하여 학습능력을 충분히 습득했던 성인이라도 자신의 관심 영역과 필요에 따라 스스로 계속 배워야 한다. 성인들과 달리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아동들은 기본적인 교육내용을 수업전문가인 교사로부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교육과 성인 대상의 평생교육은 그 내용과 방법이 전혀 달라야 한다.


 약 50년 전에 미국 보스턴대 노울즈(Malcolm, S. Knowles) 교수는 성인들의 교육적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당시 교육학의 주류였던 아동교육학(pedagogy)과 전혀 다른 성인교육학(andragogy)을 제안했다. 그는 교사주도 교육, 미래에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한 교과 내용, 지식 전수를 위한 교사의 설명식 수업을 강조하는 아동교육과는 달리 성인교육은 자기주도 학습, 실생활 과제 해결에 필요한 내용, 경험을 활용한 토론이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초·중등 학교교육과 성인교육을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성인인 자신의 관점으로 학교교육의 방향이나 방법에 대하여 비판할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사주도의 지식교육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으로 아동교육보다 성인교육 방식을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하는 미래교육 논의에서도 교육 대상이 아동인지 성인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교육은 성인교육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구체적으로 초·중등학교 혁신에서 아동교육에 대한 비판이 강하여 지식보다는 역량을, 교사지도보다는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을, 교과서보다는 주제 통합 내용을, 강의 위주의 지식전수보다는 활동 위주의 프로젝트 수업을, 학습내용에 대한 지필평가보다는 학습과정에 대한 수행평가를 권장하고 있다.


아동들은 성인들 못지않은 학습욕구가 있지만 기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에 선생님께서 계속 공부하는 데 필요하고 사회생활에도 유용한 내용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가르쳐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동은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전문적으로 평가하여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


노울즈 박사는 아동 대상의 교육 방식을 성인에게 적용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성인 대상의 교육내용과 방법을 개발하여 적용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육기회에서 무시당하던 성인들에게 질 높은 학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노울즈 박사가 개혁했던 시기와 정반대이면서 비숫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교육과 학교 혁신의 유행에 따라 신체적으로 어리고 지적으로 부족한 아동들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은 고상하고 수준 높은 성인교육 내용과 방법을 받도록 강요받고 있다. 아동들의 발달단계와 학습 준비성을 고려한다면 아동교육학 유형이 훨씬 더 효과적인데도 성인교육 방식으로 교육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은 체계적으로 개발된 교육과정에 따라 전문가인 교사로부터 다양한 교과목 지식을 제대로 학습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아동들이 기본학력을 확보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계속적인 자기주도 학습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1월 6일부터 이달 27일까지 EBS 교육방송에서는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 학교> 10부작을 방영한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학력이 최근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토론하는 등 성인교육 방식을 초·중등교육에 적용한 결과 학력이 저하되었다고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교육과 성인교육을 구분하지 않고 현재의 학교교육을 비판했던 성인들에게 시청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학교교육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기본 지식을 충실히 습득한 미래세대 육성이라는 교육 비전을 함께 세워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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