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에겐 특별한 비밀이 있다
누구와도 잘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사회생활을 할 때도 그렇다. 같은 의도를 전달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곡해되지 않게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세 번 보면 내 사람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실제로 어머니는 그렇게 하실 줄 아는 분이셨다.
동대표를 역임하시고 아파트 총무와 감사를 연임하시면서 어머니는 인간관계에 늘 주의를 기울이셨다. 매번, 매년, 매달, 매주 만나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나 정보가 잘못 흘러 들어가거나 누군가가 오해를 해서 상처받는 것을 늘 먼저 신경 쓰셨다.
옆에서 지켜보면 답답한 구석도 많았다. 한 가지 사안을 해결할 때도 개인 별로 삼십여분은 통화해야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시킬 수 있었고 이걸로 끝이 아니라 이와 연결된 다른 사람과도 또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통화해야만 하는 일 처리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녀 주위엔 늘 사람이 많았고, (정확히는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어서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울려대 하루에 잡는 약속만 몇 건씩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아주 적었다.
직장을 떠난 지 십 년이 넘으셨지만 여전히 영민하시고 사리분별에 뛰어나셔서 내 직장생활을 고민도 잘 들어주시는데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다소 무뚝뚝한 편인 나는 상대방의 말에 대한 반응이 크거나 다채롭지 못하다. 감정형의 소통을 원하는 사람에게 나는 호감을 주는 이는 되지 못한다.
하루는 퇴근 후 직장상사의 업무 연락이 연달이 와서 화가 슬금슬금 올라오려는데 곁에 계신 어머니가 내 마음을 다독이며 처세술을 알려주셨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모든 일도 다 사람이 만나서 하는 거니 그렇게 인상 써가며 하면 될 것도 안된다. 사근사근 웃으면서 곰살맞게 대해야지 그 사람도 속으로 널 어떻게 생각하든지 웃는 낯에 침 뱉겠니?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 보는 사람, 두 번째 보는 사람, 아는 사람 다양한 모양으로 그 사람들은 내 마음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각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고민하는 것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가 병원 코디네이터로 일하게 되면서 보게 된 나의 상사, 상담 실장님을 예로 들면 (이 분도 인간 다루기에 도가 트신 분이다.) 고객들을 대할 때 노하우가 남다르다.
처음 상담을 온 사람들은 이 병원이 낯설기 때문에 대부분 표정이 굳어있거나 해서 화난 것처럼도 보이고 예민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피부과 시술은 미용 목적이기에 가격대도 있고 여러 회에 거쳐 시술을 받아야 효과가 있어서 본인들이 생각했던 비용보다 더 많은 지출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 각자의 겁이 있는 상태에서 상담에 들어가 고객에게 시술을 권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면 상담에서 비용 결제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은 프라이빗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해당 고객만을 위한 일대일 서비스를 지향하고 최고급 대우를 해준다는 맥락으로 병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정성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고 단골들에게는 더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상담실로 들어가는 순간 고객들은 귀빈 대접을 받고 결제에 대한 대우를 확실히 보상받는다. 어머니에게서나 실장님에게서나 보이는 특징은 “너에게만” 이렇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친밀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어색함을 깨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 벽을 허무는 것이다. 그러면 세 번째쯤 가서는 어느새 가까워지고 이 사람을 믿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피부과 시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 번에 몇 백만 원을 결제하는데 망설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결과가 확실하다면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마음이란 그런 것. 공을 들이는 만큼 상대방의 반응도 확실하게 돌아온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첫 만남은 조금 어색해도 시술 2시간 받고 상담까지 받으면 모두가 친구가 되어 있고 아는 언니 동생이 되어 있는 마법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니 직장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과정이 조금 노련해지면 세 번만 보아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번 날 믿어준 사람을 지키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다음의 몫이 되겠지만 말이다.